최근 국내 제약업계가 깊은 시름에 빠졌다.
쌍벌제 시행에 맞춘 듯한 정부의 리베이트 실태 조사가 끊이지 않고 있고, 앞서 시행된 시장형 실거래가상환제(저가구매 인센티브제)는 제네릭 약값을 후려치며 국내 제약업계의 숨통을 조이고 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발생한 영업 활동 위축은 실적 부진으로 이어졌고, 이같은 악순환은 돌파구가 보이지 않는 형국이다.
국내 상위제약사 모 임원은 최근 업계 상황에 대해 "연초 세운 목표 달성은 꿈도 꿀 수 없다. 사실 정부가 해도 너무하는 것 아니냐"며 볼멘소리를 냈다.
▲ 옥죄는 정부 정책…제약, 연초 목표 '꿈도 못 꿔"
상황이 이렇자, 국내 제약업체들은 연초 세웠던 목표치 달성은 꿈도 못 꾼다며 손사래를 친다.
실제 수년간 제약업계 '빅3'로 군림하던 동아제약, 유한양행, 한미약품의 최근 실적은 제약업계가 닥친 힘든 상황을 고스란히 반영해준다.
가장 최근인 3분기 실적을 보자. 동아제약(2121억원, 1.92%)과 유한양행(1578억원, 1.48%)은 작년 같은 기간과 견줘 1% 성장에 그치며 제자리걸음했고, 한미약품(1508억원, -3.21%)은 오히려 역주행했다.
이들 세 회사는 수익성 지표인 영업이익과 순이익 부문에서도 부진을 면치 못했다. 한미약품은 사상 첫 영업손실(-55억원)을 냈을 정도다.
이런 상황에서 연초 세운 목표가 잘 지켜질리 만무하다.
제약업계 최초로 9000억원을 돌파하겠다던 동아는 3분기까지 6354억원으로 목표치의 71% 선에 머물렀고, 나란히 7000억원을 목표로 세운 유한양행과 한미약품은 각각 70%, 64% 대에 그쳤다.
제약업계가 전통적으로 4분기에 매출을 많이 발생시킨다지만, 최근 제약업계에 닥친 상황이 그 어느때보다 어렵고, 또한 돌파구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에서 목표 달성은 사실상 물건너갔다는 것이 업계의 판단이다.
국내 상위 B사 관계자는 "상위제약사에서는 녹십자, 종근당 등 일부 기업들을 빼고는 연초 세웠던 목표치를 달성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본다"며 "문제는 이같은 상황이 돌파구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라고 우려했다.
또 다른 국내 상위 C사 임원도 "최근 쌍벌제 시행을 앞두고 보여주기식 리베이트 실태조사가 이어지고 있어 사실상 정상적 업무가 불가능하다. 고스란히 영업 위축으로 이어지고 있다"며 "정말 해도 해도 너무한다"고 손사래를 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