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도 초기 약값 인하를 우려해 눈치 살피기에 여념이 없었던 제약업계가 이제는 저가 투찰로 병원 코드를 잡지 않으면 '나만 손해'라는 의식이 팽배해지면서 덤핑낙찰이 속출하고 있는 것.
저가납품시 이듬해 약값이 깍이지만 이로 인한 손해분보다 코드 유지나 입성으로 인한 원외처방 발생이 이득이라는 계산이 자리잡은 까닭이다.
실제 최근 벌어진 충북대병원 원내 소요약 입찰에서 수백개 품목에서 '1원 낙찰'이 이뤄지며 이를 방증했다. 제약업계 간 저가납품 경쟁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는 의미다.
상황이 이렇자, 국내외 제약사 가릴 것 없이 수심이 가득하다.
제도 시행 한달만에 제약업계가 자제력을 잃은 만큼, 앞으로 진행될 수많은 병원과의 입찰 과정은 불보듯 뻔하다고 우려하고 있다.
국내 상위 A사 관계자는 2일 "'1원 낙찰' 품목이 수백여개 쏟아진 충북대병원 사례는 업계가 우려했던 일이 현실로 발생한 것"이라며 "제도가 시행되고 너무 빠른 시점에서 이런 일들이 하나 둘씩 발생한다는 점에서 우려가 매우 크다"고 토로했다.
국내 중소 B사 관계자도 "시작부터 이러니 할 말이 없다. 저가구매제가 2~3년 안에 조기 폐지되기를 바랄 뿐이다. 대책이 없다"고 했다.
이런 현상에 대한 우려는 다국적제약사도 예외는 아니었다.
다국적 C사 임원은 "저가구매제 하에서는 국내제약사 뿐만 아니라 다국적제약사도 자유롭지 못하다"며 "병원은 인센티브가 목적이기 때문에 공공연하게 잡힌 코드를 뺄 수 있다고 으름장을 놓는 실정이다. 코드 유지와 약값 인하 사이에서 딜레마에 빠져 있는게 사실"이라고 호소했다.
다국적 D사 관계자도 "저가구매 관련 태스크포스를 만들어 일을 진행하고 있지만 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며 "코드가 빠져 실적이 부진하면 본사로부터 압박이 들어오기 때문에 코드 유지에 사할을 걸고 있다"고 귀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