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 수면위로 떠오른 의료일원화
최근 의료계와 한의계가 공동으로 의료일원화 논의를 시작했다.
앞서 의료일원화를 추진하자는 목소리는 있었지만 번번이 의료계와 한의계의 입장이 엇갈려 왔다. 의료계가 일원화를 주장하면 한의계는 반대 입장을 취했고, 한의계가 입장을 바꿨을 땐 의료계가 시큰둥한 반응을 보여 제대로 된 논의가 진행되지 않았다.
그러나 최근 진행 중인 의료일원화는 의료계와 한의계를 대표하는 단체장이 직접 나서고 있다는 점에서 기존과는 분명 다른 양상을 띠고 있다.
“의협-한의협 회장 중심으로 논의 시작“
의사협회 경만호 회장은 한의사협회와 공동 TFT를 구성해 의료일원화에 대한 공동대책을 마련하겠다며 의료일원화에 대한 의지를 밝혔다.
한의사협회 김정곤 회장은 “그동안 의-한의계가 서로 배척하기만 했는데 함께 논의를 시작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며 “일단 의과대학과 한의과대학의 교과 통합 등 교육제도의 개편을 바탕으로 변화를 모색할 것”이라고 말했다.
두 회장의 인연은 지난 2007년도 서울시의사회장과 서울시한의사회장으로 활동할 때부터 시작됐다. 이들은 각 단체의 장으로서 대립과 협력을 반복하며 긴밀한 관계를 유지해 왔다.
김 회장은 “이번 논의가 구체화 된 것은 양 회장의 친분도 적잖이 영향을 미쳤다”며 “서로 편안하게 논의를 진행하다보니 민감한 사안이 쉽게 풀렸다”고 설명했다.
“의료일원화, 갈길 멀다”
반면, 의료일원화가 현실화되기까지는 다소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두 단체장이 적극 나서면서 의료일원화 논의가 힘을 받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내부적으로 충분한 공감대가 형성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의사협회 오석중 의무이사는 “논의가 시작된 이후 추가적으로 회의는 열리지 않았다”며 “현재로선 어떤 것도 정해진 게 없다”고 했다.
그는 이어 “조만간 협회장이 직접 의학회, 개원의협의회 등 관계자를 초청해 공감대를 형성하는 자리를 마련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특히 학계는 의료일원화에 대해 “일단 지켜보자”며 조심스러운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대한의학회 김성덕 회장은 “의료일원화에 대한 논의가 시작됐다는 것은 반가운 일이지만 그 이외 입장은 섣불리 언급할 수 없다”며 말을 아꼈다.
대한한의학회 김성수 회장 또한 “협회장이 직접 나서고 있으니 좋은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본다”면서 “다만 한의학회 내 40개 분과학회가 있고 각 입장이 다를 수 있어 한의학회 공식적인 입장을 말하기 어렵다”고 했다.
젊은 한의사들은 ‘새로운 돌파구를 찾아야 한다’고 주장하는 반면 연배가 있는 한의사들은 ‘일원화를 통해 민족의학이 손상되는 게 아니냐’며 우려하는 등 한의계 내부에서도 입장이 극명하게 나뉘고 있어 입장을 정할 수 없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또한 민초 의-한의사들의 바닥 정서도 찬반으로 나뉘어 공감대를 형성하는 시간이 필요하다.
대한개원의협의회 임구일 공보이사는 “의료일원화특별위원회도 우려스럽다는 입장을 밝혔듯 전체 회원들의 정서 또한 긍정적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만약 한의과대 4년에 2년을 더 교육받으면 의사면허를 주는 식은 안된다“고 했다.
개원한의사협회 최방섭 회장은 “의료일원화 논의를 하려면 환자에 대한 진단이 통일돼야 하고, 이를 위해선 한의사가 현대의료기기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해야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일원화 한다는 것은 좋은 얘기이지만, 정책적으로 전혀 논의가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어떻게 통합을 얘기할 수 있겠느냐”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