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 보건소 영아 예방접종 사망, 무엇이 문제인가
목포시보건소 간호사가 의사의 지도감독 없이 실시한 B형간염 예방접종 후 주사를 맞은 18개월 영아가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는 의료계가 지속적으로 이의제기해 온 보건소 예방접종 문제가 수면위로 떠오르고 있다. 일각에선 '터질 게 터졌다'는 반응도 새어나오고 있다.
이번 사건을 조사한 목포경찰서에 따르면 영아 사망과 예방접종은 무관한 것으로 밝혀졌다.
그러나 경찰은 조사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의사의 지도감독 없이 접종을 실시한 점을 포착하고 이에 대한 책임을 물을 예정이다.
"보건소 예방접종, 민간의료기관에 넘겨라"
개원의들은 이번 사건에 대해 안타깝다는 반응과 함께 우려를 쏟아냈다.
서울 모 소아과의원 김모 원장은 "영유아 예방접종은 반드시 의사의 예진이 필요한 데 보건소에서 의사의 지도감독 없이 접종을 했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개원의는 "이번 건은 앞서 의료계에서 지적했던 보건소 단체접종에 대한 문제를 그대로 보여주는 사례"라면서 "의사가 예진을 했더라면 최소한의 위험은 막았을 것"이라고 했다.
이에 대해 의사협회 장현재 의무이사는 보건소에서 실시하는 영유아 예방접종 사업에 대해 변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영유아 예방접종 사업을 바우처로 전환해 민간의료기관에 전적으로 일임하는 등 국민들이 안전하고 편하게 진료 받을 수 있는 방안이 충분히 있다"며 "다양한 대안을 고민해야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어떠한 불가항력적인 상황에서도 예방접종은 의사가 해야 하며 환자가 많아 그렇지 못한 상황이라면 환자를 인근 의료기관으로 돌려보내는 게 맞지 않느냐"고 꼬집었다.
"진료환경 열악해 어쩔 수 없었다"
반면, 사건이 발생한 목포시보건소 측은 이번 건에 대해 사실을 인정하며 그럴 수밖에 없는 진료환경에 대해 토로했다.
간호사의 예방접종은 밀려드는 환자를 감당하기 위해 어쩔 수 없는 대안이었다는 게 보건소 관계자의 전언이다.
보건소 측에 따르면 현재 목포시보건소의 1년 평균 예방접종 건수는 8만 2천여건. 그러나 보건소 근무 의사는 공중보건의사 2명이 전부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의사들이 간호사에게 예방접종시 금기사항에 대해 교육을 실시해 일차적으로 간호사들이 예진 후 접종을 실시하고, 문제가 있다고 판단되면 의사에게 접종하고 있는 실정이다.
목포시보건소 관계자는 "의사 2명은 예방접종 이외에도 오전에는 노인환자들을 진료해야 한다"며 "의사 인력은 부족한데 환자들은 밀려들어 의사가 일일이 예진할 수 없는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