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대 성모병원의 임의비급여에 대한 169억원 행정처분 사건과 관련, 서울고법은 의사가 환자의 동의 아래 요양급여기준을 초과한 의료행위를 선택하고 비용을 청구했다면 임의비급여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서울고법 행정4부(부장판사 성백현)는 11일 성모병원의 임의비급여 사건 항소심에 대해 복지부와 공단의 항소를 모두 기각한다고 판결 선고했다.
복지부와 공단은 지난해 10월 성모병원 임의비급여 사건 1심에서 패소하자 항소한 바 있다.
서울고법은 우선 1심 판결을 그대로 인용했다.
성모병원의 4가지 임의비급여 유형 중 ▲식약청 허가사항을 위반해 약을 투여한 후 환자에게 비용 청구 ▲치료재료, 방사선치료 비용이 행위 수가에 포함돼 있음에도 별도 비용 산정 ▲진료지원과 선택진료를 주진료과 의사에게 포괄 위임한 것 등은 진료비 부당청구로 볼 수 없다는 것이다.
또 서울고법은 1심 재판부가 성모병원 임의비급여 유형 가운데 삭감을 피하기 위해 급여 대상 진료비를 환자에게 징수한 것(기준금액 이상 징수)을 건강보험법 위반으로 판단한 것에 대해 동의했다.
이와 함께 서울고법은 복지부와 공단이 성모병원에 대해 진료비 환수 및 환수금액의 5배에 해당하는 과징금처분을 내린 것에 대해 1심 재판부가 재량권을 일탈, 남용해 위법하다고 본 점도 그대로 인용했다.
특히 서울고법은 복지부와 공단이 의학적 타당성이 인정된다고 해서 요양급여기준을 위반한 임의비급여를 허용할 경우 심사기능 훼손, 보험급여 수급권 침해, 환자 대상 임상시험 등의 부작용이 발생한다고 주장한 것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서울고법은 "의료인이 환자의 상태, 전문적 지식경험에 따라 적절하다고 판단되는 의료행위, 약제, 치료재료를 선택했고, 이들이 급여나 비급여 어디에도 해당하지 않아 환자가 부담해야 한다는 사정을 충분히 설명하고 환자가 동의했다면 임의비급여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못 박았다.
의료기술 발달에 따라 급여, 비급여에 해당하지 않는 의료행위, 약제, 치료재료가 증가하고, 이는 건강보험 대상이 아니어서 보험제도 틀 밖에서 환자 동의를 받아 시행하고 수진자에게 직접 비용을 청구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서울고법은 "요양급여, 비급여 사항 외에 비용을 청구하지 못하게 한 건강보험법령은 건강보험제도의 틀 안에서 보험급여와 본인부담금을 청구할 수 있는 한도를 제한하는 취지"라고 선을 그었다.
수진자의 동의 아래 요양급여기준을 넘는 비용이나 보수를 추가로 받는 것까지 금지하는 취지라고 해석하면 환자의 수진권 및 자기결정권, 의료인의 전문적 직업수행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는 게 재판부의 판단이다.
성모병원은 1심과 2심에서 모두 승소함에 따라 임의비급여 파동으로 실추된 명예를 어느 정도 회복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복지부와 공단이 서울고법 판결에 불복, 상고할 가능성이 매우 높아 대법원에서 임의비급여의 합법성 여부가 가려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