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가진 장기를 즉시 교체해 줄 수 있는 의료의 새 지평이 열릴 것이다. 이종이식은 의학의 혁명이다."
이종이식 연구의 세계적인 권위자로 잘 알려진 피츠버그대 데이비드 K.C. 쿠퍼(71) 박사의 말이다.
쿠퍼 박사는 대한이식학회 추계학술대회 초청강연차 방문해 최근 기자들과 만났다.
그는 "이종장기 이식은 여전히 풀어야 할 몇가지 중요한 숙제가 있다"면서 "초급성 면역 거부 문제는 어느 정도 해결했지만 혈액응고가 심각하다. 앞으로 전세계 의학자들이 해결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기 이식은 말기 장기 부전 환자를 치료할 수 있는 중요한 기술 중 하나다. 뇌사자의 장기를 이용한 동종이식은 전세계적으로 고무적인 이식 성적을 보인 연구 결과들이 보고되고 있다.
하지만 동종 장기이식은 이식 대기환자에 비해 뇌사자의 장기 기증이 제한돼 있어 점점 더 한계에 봉착하고 있는 실정이다.
여기에다 인구가 고령화되고, 만성질환자들이 증가함에 따라 뇌사자로부터 적출할 수 있는 활용 가능한 장기도 그만큼 줄어들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의학계는 이종장기 이식에 주목하고, 인간의 장기와 크기, 모양이 비슷하면서 번식이 용이하며 감염 위험성이 낮은 미니 돼지 연구에 힘을 쏟고 있다.
그러나 이종이식을 할 때 돼지에 존재하는 항원에 인간의 자연항체가 반응하면서 이식 장기 혈관에 혈전이 생성되고 괴사에 이르는 심한 손상이 발생하는 초급성 거부반응이 일어나게 된다.
쿠퍼 박사는 돼지 내피세포에 다량 존재하는 알파갈 항원을 적중 시킨 돼지를 이용해 영장류에 장기이식하는데 성공하면서 이종이식 연구 발전을 위한 초석을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쿠퍼 박사는 1939년 영국에서 태어나 런던의대를 졸업했고, Royal College of Surgeons에서 외과 펠로우 과정을 이수했다.
이후 같은 병원에서 흉부외과 전문의 자격을 취득한 후 런던대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하고, 현재 피츠버그대 Thomas E. Starzl Transplantation Institute에 재직중이다.
서울대병원 안규리(신장내과) 교수가 바이오이종장기 개발을 위해 가장 먼저 도움을 청하기 위해 찾아간 것도 쿠퍼 박사다.
잘 나가는 심장수술의 대가였던 쿠퍼 박사가 25년간 황무지였던 이종장기 연구에 헌신한 이유는 뭘까?
그는 "뇌사자에 비해 이식을 기다리는 환자들이 너무 많고, 이런 문제가 점점 더 심각해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는 "서울대병원은 훌륭한 연구시설과 인프라와 함께 열정을 갖고 있다"면서 "고령화가 진전되고, 만성병이 급증하고 있어 갈수록 줄 수 있는 장기가 줄어들고 있는데 한국 정부가 미래를 위해 투자하는 것은 세계적으로도 바람직하다"고 덧붙였다.
쿠퍼 박사는 "만성 부전 환자들에게 즉시 장기를 교체해 줄 수 있는 의료의 새지평을 여는 의과학분야에 우수한 인재들이 많이 지원했으면 좋겠다"면서 "이종이식은 의학의 혁명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