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약분업 제도를 10년간 실시한 결과 국민의 절반이상이 여전히 불편함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만성질환자의 경우 불편하다고 느끼는 이들이 더 많았다.
전국의사총연합(전의총 노환규)은 의약분업 10년 평가를 주제로 대국민 설문조사를 실시, 18일 기자간담회를 통해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설문조사는 지난 8월 30일부터 10월 23일까지 약 2개월간 총 1만 2214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전의총은 의약분업 이후 병의원 이용시 환자 만족도 및 편의성, 복약지도 여부, 일반약 슈퍼판매, 진료비와 약값, 약사의 조제료, 대체조제 및 임의조제 등 의약분업 관련해 구체적인 질문을 던졌다.
또 각 문항별로 만성질환자와 비만성질환자를 구분해 답변의 차이가 어떻게 벌어지는 지 짚어봤다.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의약분업 이전에 병의원에서 직접 약을 조제하는 것에 대해 불편함을 느끼느냐는 질문에 응답자 23.9%가 ‘매우 그렇다’, 36.4%가 ‘그렇다’고 답해 절반 이상이 불편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만성질환자는 64.1%가 불편함을 느끼는 것으로 집계됐다.
또한 ‘처방 받은 의약품을 어디서 조제하길 원하느냐’는 질문에 대해 전체 응답자의 42.1%가 병의원이라고 답했으며 41.3% 응답자는 '병의원과 약국 중 선택할 수 있도록 하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만성질환자의 경우는 응답자의 53.3%가 ‘병의원에서 조제했으면 좋겠다’고 했으며 31.8%가 ‘병의원과 약국 중 선택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답했다.
즉, 고혈압과 당뇨병 등 만성질환을 겪고 있는 고령의 환자들은 원내조제를 원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일반약 수퍼 판매와 관련 ‘두통약이나 소화제 등 일반의약품을 어디서 구매하길 원하느냐’는 질문에 대해 전체 응답자 중 50.8%가 편의점 혹은 수퍼, 약국 등 양쪽 모두를 선택한 반면 약국만 선택한 응답자는 23.8%에 그쳤다.
이와 관련 ‘두통약이나 소화제를 수퍼에서 판매한다면 약물의 오남용이 심해질 것으로 생각하느냐’는 문항에는 응답자 중 43.3%가 ‘그렇지 않을 것이다’고 답했으며 40.3%가 ‘그럴 것이다’라고 답해 입장이 갈렸다.
약사의 복약지도와 관련한 질문에서 ‘약국에서 약사에게 약 복용방법 혹은 주의사항에 대해 충분한 설명을 받고 있느냐’는 질문에 47.2%가 만족하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반면, ‘충분한 설명을 듣고 있지 못하다’는 답변은 15.2%로 낮았다.
또한 약국에서 지불하는 금액에 약국 관리료와 복약 지도료가 포함돼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지에 대한 질문에는 86.1%가 ‘몰랐다’고 답해 국민 대부분이 약국 관리료와 복약지도료에 대해 인지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전의총 노환규 대표는 “이번 설문조사 결과를 통해 의약품 조제 및 관리에 대해 약국에게 독점적 권한을 부여한 현행제도로 인해 많은 국민들이 불편함을 겪고 있어 안전성이 확립된 의약품에 대한 수퍼판매 허용을 원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지난 10년간 국민의 불편을 감수하고 시행된 의약분업이 실제로 의약품 오남용을 줄이고 의약품 사용량을 감소시킨다는 본래의 목적과 취지를 달성했는지 추가적인 평가가 필요하다”며 “만약 국민의 불편만 가중시키는 제도라면 선택분업이 재고돼야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