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의사협회 경만호 회장 퇴진운동과 관련해 개원가 내부에서 입장이 나뉘고 있어 주목된다.
23일 개원가에 따르면 경남 지역을 중심으로 경 회장에 대한 신뢰도는 이미 바닥으로 추락한 반면 일각에선 집행부 흔들기는 안 된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특히 경남 지역 개원의들은 상당히 격앙된 분위기다. 실제로 경남도여의사회, 경주시의사회는 경 회장 퇴진 촉구 성명서를 발표한 바 있다.
경남도 A이비인후과 김모 원장은 "지난해 수가협상에 이어 올해 수가인상률 2% 등 회원들의 권익을 위해 무엇을 했는지 묻고 싶다"면서 "경 회장에 대해 쌓였던 불만이 오바마 발언을 계기로 터진 것"이라고 했다.
그는 이어 "경남지역 회원들만 의협 집행부에 대해 목소리를 내고 있는 게 문제"라면서 "서울, 경기지역 회원들은 왜 조용한 것인지 묻고싶다"고 전했다.
경주시 B내과 박모 원장은 "경 회장은 회원들을 위해서 존재하기 보다는 개인의 정치적인 야욕을 위해 존재하는 듯하다"며 "실제로 건강관리서비스, 원격의료 건만 해도 회원들의 권익을 위해 정부와 맞서는 모습을 보여줬어야 했다"고 꼬집었다.
게다가 의사협회가 의협회비 미납회원을 대상으로 의협 홈페이지 게시판인 '플라자'에 접근을 제한하면서 부정적인 여론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는 게 개원의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경남도 모 개원의는 "최근 회장 퇴진 운동 등 부정적인 여론이 형성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면 이를 만회하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야 함에도 불구, 오히려 미납회원들에게 의협 게시판을 봉쇄하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더욱 실망했다"고 했다.
경주시의사회 이봉구 회장은 "상당수 회원들이 현 회장의 문제해결 능력에 대해 인정하지 않고 있다"면서 "특히 최근 대외적으로 의사의 이미지를 실추시킨 것에 대해 책임지고 물러나야 한다는 여론이 강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만약 여론조사를 한다면 약 80%이상의 회원들이 불신임할 것"이라고 전망하며 "앞서 퇴진 촉구 성명서를 발표한 데에서 그치지 않고 거듭 문제제기 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반면 이와 달리 의협 집행부를 우호적으로 바라보는 시각도 있다.
일부 개원의들은 경 회장에 대해 만족하는 것은 아니지만 의협 집행부를 흔들어서 의료계에 득이 될 게 없으므로 논란을 키우지 말자는 입장이다.
인천시의사회 관계자는 "어떤 집행부라도 문제는 있을 수밖에 없는데 그때 마다 사퇴할 수는 없는 일"이라며 "밖으로 내치기보다는 오히려 잘 할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한다"고 했다.
이어 서울시 A구 의사회 관계자는 "의료계 내부에서 균열이 생긴 모습을 외부에 보여주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라며 "게다가 경 회장 임기도 아직 많이 남은 상황에서 거듭 문제 삼아서 좋을 게 없어 보인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