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뇨기과가 기피가 대열에 들어섰다는 진단이 나오고 있다. 지난해 전공의 모집에서 처음으로 미달을 기록한데 이어 올해는 최악의 미달 사태 징후가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기 때문이다.
세브란스병원 비뇨기과는 올해 전공의 TO 6명 중 한 명 도 확보하지 못해 발을 동동 구른다.
주임교수를 맡고 있는 홍성준 교수는 "인턴들이 비뇨기과를 외면하고 있다. 작년만 해도 이렇지 않았는데 참담하다"고 말했다. 그는 "다른 상위 병원도 정도에서만 차이가 있을 뿐 상황은 엇비슷하다"며 "이런 상태라면 2011년도 전공의 모집에서는 정원의 40%를 확보하기도 어려울 것 같다"고 했다.
비뇨기과가 갑자기 왜 이런 상황에 직면한 것일까.
비뇨기과 침체의 가장 근본적인 원인은 외과수술이 많고 힘들어 인턴들에게 기피 대상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백재승 비뇨기과학회장(서울의대)은 "일선 개원가에서 시행하는 간단한 술기보다는 대학병원에서 활용하는 외과적인 부분이 많다"고 말했다.
또 2000년대 초 20%에 그쳤던 의대 여학생 비율이 최근 40% 수준으로 치솟은 것도 원인의 하나로 지목된다. 비뇨기과는 대표적인 금녀 구역이어서 여학생 비율이 증가한 만큼 자원이 고갈로 이어졌다.
여기에 수련을 마친 이후 진로가 확실치 않다는 점도 사정을 더욱 악화시켰다.
비뇨기과개원의협의회 조규선 총무이사는 "비뇨기과는 특성상 타과 영역으로의 진출이 쉽지 않고 영역침범에는 취약한 특수성이 있다"며 "이로 인해 요즘 개원가 사정이 매우 어려운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외과 계열 수가인상에도 악영향을 받았다. 홍성준 교수는 "비뇨기과 전공의 수련과정은 외과수술이 많아 외과나 흉부외과에 못지않게 힘들다"며 "차라리 외과나 흉부외과에 가겠다는 정서가 확산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학회는 비뇨기과의 몰락을 피하려면 우선 전공의 정원 감축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전공의 정원 감축이 학회의 뜻대로 되는 것은 아니다. 최근 병원신임위원회에 전공의 감축을 안건으로 상정했으나 부결되는 쓴 맛을 봤다고 한다.
백재승 회장은 ""비뇨기과 전공의 문제는 매우 심각하다. 이미 4~5년 전부터 예견된 일이었다. 이런 사실을 병원협회에 충분히 알렸지만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불만을 털어놨다.
학회는 최근 평의원회에서 전공의 감축을 결의했다. 즉 전공의 선발기준을 'N-2'에서 'N-3'으로 강화한 것이다.
백 회장은 "성형외과가 전공의 감축을 7번이나 시도했다가 안되는 것을 보고 생각 바꿨다. 병원협회만 믿고 있어서는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학회가 전문의 시험 등 권한을 쥐고 있는 만큼 어느 정도 효과가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병원협회 관계자는 "우리나라 의료 100년대계를 위해 외과, 비뇨기과 등 외과 계열과 기초과목은 정부 지원이 필수적인 분야"라며 "문제 해결의 열쇠는 전공의 정원 감축이 아니라 파이를 늘리는 일"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