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제약업계가 한-미 FTA 추가협상에서 의약품 허가-특허 연계제도가 협정 발효 후 3년간 유예된 것을 두고 상반된 반응을 보이고 있다.
허가-특허 연계제도는 한-미 FTA의 대표적 독소 조항이었던 만큼 삭제됐어야 마땅하다는 지적이 있는가 하면 재협상 전 유예기간(18개월)을 2배 늘려 제도시행에 대비한 시간을 벌었다는 긍정의 입장이 나뉘고 있는 것.
이 제도는 제네릭 의약품 허가 신청시, 신청사실을 허가 신청자가 특허권자에게 통보하고, 통보받은 특허권자가 이의 제기시 특허쟁송이 해결될 때까지 허가권자가 허가를 금지하는 제도다.
먼저 환영의 입장은 이렇다.
의약품 허가-특허 연계제도에 따른 이행 의무 유예기간이 크게 늘어 복제약 위주인 국내 제약업계의 피해가 상대적으로 줄게 됐고, 시간을 벌어 면밀히 제도를 준비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됐다는 것이다.
국내 상위 제약사 관계자는 6일 "이번 재협상으로 법안 시행은 오는 2014년 이후로 미뤄졌다"며 "내년부터 2013년까지 대형 특허 만료 오리지널이 쏟아질 전망인데, 다시 한번 제네릭 붐이 불어 국내 제약사 매출 향상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내년부터 2013년까지 3년간 7000억원 규모의 오리지널 22개가 특허 만료될 예정에 있다.
한국제약협회와 보건복지부도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제약협회는 "환영한다. 이번 협상의 가치를 극대화시키려면 정부는 제약업계와 협력해 FTA 보완대책으로 발표한 제약분야 32개 과제를 조속하고도 철저하게 완료해야 한다"고 답했다.
이를 위해선 국내 제약업계도 GMP(의약품제조 및 품질관리기준) 선진화를 위한 시설과 인력 투자를 늘리고, 매출액 대비 R&D(연구개발)를 현재 7% 수준에서 10% 이상으로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도 세재 및 재정의 적극 지원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복지부도 3년간 유예기간을 얻어 국내 제약산업의 복제약 출시 지연에 따른 피해액을 줄일 수 있고, 나아가 국내 제약산업이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준비기간을 확보할 수 있게 됐다고 긍정의 입장을 보였다.
반면 이번 협상은 '아랫돌 빼어 윗돌 괴기'라는 시각도 많았다. 한마디로 임시방편이라는 소리다.
국내 중소 제약사 관계자는 "(허가-특허 연계는) 독소 조항이었던 만큼 삭제됐어야 한다"며 "시간만 벌었을 뿐이다. 3년 안에 글로벌 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 국내제약사가 몇이나 있겠느냐"고 푸념했다.
또 다른 중소 제약사 관계자도 "구조조정의 신호탄"이라며 "제도가 시행철회된 것이 아니기 때문에 경쟁력 없는 중소제약사는 몰락하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한편, 다국적제약사를 대표하는 한국다국적의약산업협회(KRPIA)는 공식적인 입장 표명을 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