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FTA(자유무역협정) 협상이 극적으로 타결된 가운데 국내 의료기기 업체들은 FTA 체결에 한시름 놨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발효 후 5년간 의료기기 분야에서 1000억원 대 이상의 생산 감소가 예상됐던 한-EU FTA 체결과는 달리 이번 한-미 FTA는 국내 의료기기 분야의 관세 철폐가 일정 기간 유예됐기 때문이다.
전자진흥회에 FTA 사업팀에 따르면, 전자의료기기 분야 관세는 수입금액 중 관세 철폐 비중이 미국은 100%, 한국은 27%다.
즉 미국은 관세가 완전 철폐된 반면 우리나라는 관세가 남아있는 셈이다.
따라서 관세의 완전 철폐까지는 아직 여유가 있는 만큼 수출 경쟁력을 확보하지 못한 국내 의료기기 업체에 한-미 FTA 충격은 그리 크지 않을 전망이다.
이와 관련 한 업체 관계자는 "한국은 아직 미국과 의료기기 시장을 두고 경쟁할 만큼 산업 기반이 정착되진 않았지만 공략하는 시장 자체가 달라 한-미 FTA가 국내 업체에 영향을 크게 미치진 못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우리나라는 초음파영상기기나 MRI, 내시경 등 저가 상품을 주로 생산·수출하는 반면, 미국은 고가의 기술집약적 의료기기를 수출하는 등 공략 시장이 달라 단기적으로는 국내 업체에 별무리가 없다는 설명이다.
한편 FTA 체결이 국내 의료기기 업체에 호재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한 업체도 있었다.
초음파기기를 생산하는 M 업체 관계자는 "미국의 관세가 철폐됐기 때문에 수출 물량이 늘어날 것을 기대한다"면서 "하지만 국내 시장이 완전히 육성되고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선 정부의 지원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지난 11월 정부는 한-EU FTA 체결에 따라 전반적인 경쟁력 수준이 EU의 60~70% 수준인 의료기기 산업의 경쟁력 제고를 위해 내년부터 2015년까지 의료기기 업체에 1천억원 수준의 예산을 지원키로 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