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공동수필집에서 서울송도병원 성인병클리닉 이방헌 원장은 <의창에 걸린 풍경> <아픈 환자, 외로운 의사>를 실었다.
이 원장은 <아픈 환자, 외로운 의사> 편에서 "많은 환자를 진료하면서 지식은 습득하였으나 경험이나 실력과는 상관없이 외로움은 슬며시 창가로 스며든다"고 표현했다.
병이 얼른 완쾌되지 않거나 여러 검사를 해도 정확한 원인이 밝혀지지 않을 때, 그리고 어쩔 수 없는 죽음을 겪어야 할 때는 정말이지 길을 잃은 듯 막막하고 울적하기만 하다고도 했다.
또 그는 "의료비 삭감이니, 쌍벌제니 의사를 슬프게 하는 것들로 모욕감마저 느껴야 하는 요즘은 의사되기보다 의사로 살아가기가 더 힘들게 되었다"고 하소연했다.
이어 그는 "의사들이 전공이 아닌 다른 분야로 진출하기도 하고 병의 치료보다는 살빼기나 미용, 성형에 매달리는 서글픈 현실이니 하염없이 창밖을 쳐다보는 시간이 늘어나는 것은 당연하지 싶다"고 덧붙였다.
그가 상념에 젖어 있을 때 마지막 환자가 찾아왔다.
그 환자는 이 병원, 저병원, 한약방, 용하다는 침쟁이 할 것 없이 다 다녀봐도 돈만 들고 병이 낫지 않는다며 한참을 이야기했다.
그는 "진료가 끝나가는 터라 기다리는 환자가 없어 다행이었다. 그의 하소연은 좀처럼 끝나지 않았다. 진료받기 위해 기다리는 환자의 끈질김보다 더 질겨야하는 것이 의사의 인내심"이라고 피력했다.
그는 "그래도 아주머니는 나보다는 낫네요. 아픈 걸 털어놓을 의사라도 있으니. 우리 같은 의사는 외롭고 아파도 어디 가서 하소연할 데나 있어야죠?"라고 환자에게 말했다.
그랬더니 환자는 "정말로요? 세상에 의사가 무슨 걱정이 있다고? 하긴 의사 선생님도 맨날 아픈 사람만 만나니 오죽 하겠어요? 선생님도 참 안됐네요"라고 받았다.
이방헌 원장은 "슬플 때 위로가 되는 것은 남의 슬픔이요 아플 때 위로가 되는 것은 남의 아픔이다. 아픔과 외로움은 전염되다가도 털어놓고 나누어가지면 사그라지기도 하는 이상한 감정이다. 그래서 아픈 사람은 남이 자기와 똑같이 아프다는 소리만 들어도 병세가 좀 나아지나보다"라고 썼다.
그는 불현듯 그녀에게 살며시 기대고 싶은 감정을 느꼈다.
이 원장은 환자에게 다음 주에 병원에 오라고 전하면서 "오히려 내가 (병원에 오라고) 당부하는 꼴이 되어 버렸다. 환자의 아픔 때문에 내 마음의 병이 누꿈해졌으니 다음부터는 이 환자의 진료비는 내가 내주어야할까보다"라고 적었다.
한편 공동수필집 <아픈 환자, 외로운 의사(출판사 문화발전)> 제2집에는 연세의대 마종기 초빙교수를 포함한 30명의 의사들이 글을 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