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출범 4년째를 맞은 이명박 정부가 새로운 정책을 추진할 수 있는 사실상 마지막 해다. 번번이 좌절을 맛 봤던 의료선진화를 관철시킬 마지막 기회인 것이다. 2011년 의료선진화 논란이 어떻게 진행될지 분석하고, 대통령 선거 등 새로운 정치구도의 분수령이 될 보건의료의 쟁점과 이슈를 분석해본다.
------------<글 싣는 순서>---------
<1> 의료선진화 끝나지 않은 꿈 <2> 2011년 의료선진화 추진 전망
<3> 대선 보건의료 이슈를 주목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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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지난 3년간 못한 의료선진화 정책을 실현할 수 있는 시기는 사실상 올해가 마지막이다.
2012년에는 총선과 대선이라는 대규모 정치 이벤트가 진행되는 시기이기에, 의료선진화에 역량을 쏟을 여유가 없기 때문이다. 또한 이명박 정부의 마지막 해 이기에 레임덕 등 정책 추진 동력이 약화된다는 것도 하나의 이유다.
이에 따라 올해 의료선진화 추진 방향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현실적으로 올해도 정책 추진이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지만, 쉽게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의료선진화, 2월 임시국회가 분수령
정치권과 전문가 등에 따르면 의료선진화 정책의 분수령은 정치일정상 올해 2~3월이라는 전망이다.
내년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전초전 성격을 띤 재보궐선거가 4월에 예정돼 있는데, 이후에는 국회가 본격적으로 선거 분위기로 전환된다는 것이다.
국회 관계자는 "보궐 선거가 끝나면 본격적으로 내년 총선, 대선 구도로 가는 것이어서 하반기에 논란이 되는 법 통과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2월 임시국회에서 법안을 추진해야 한다는 것인데, 한미 FTA는 또 하나의 변수가 된다. 정부가 한미FTA 국회 비준을 2~3월에 추진하면 의료선진화 정책은 밀려날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한나라당 소속 복지위 관계자는 "당 차원에서 의료선진화 법안에 대한 논의나 지침은 현재 없었다"면서 "현실적으로 어렵지 않겠냐"고 조심스럽게 전망했다.
연세대 이규식 교수는 "엄밀히 말하면 MB 정부의 의료개혁은 물 건너갔다고 보는 게 맞다"면서 "정부 초기 의료산업화와 영리법인 허용 등 많은 개혁과제를 제시했지만 지금까지 하나도 된 게 없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올해는 사실상 대선 국면에 접어든다는 점에서 MB 정부가 동력을 발휘하기 힘들다"고 덧붙였다.
야 4당-시민단체 공조, 복지부 기조 변화
또한 민주당 등 야4당과 시민단체가 의료선진화에 있어서는 굳건한 공조를 이루고 있는 점도 의료선진화 추진의 부정적인 이유 중 하나다.
시민단체들은 건강보험 하나로, 건강보험 대개혁 등으로 나뉘어 있지만, 큰 틀에서는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와 건강보험 지속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는 점에서 다르지 않다. 더군다나 이들은 최근 연석회의를 꾸려 새로운 공조가능성을 모색하고 있다.
이러한 공조와 의료민영화라는 국민들의 불안을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이 뚫기에는 정치적 부담이 적지 않은 상황이라는 설명이다.
복지부의 보건의료 정책에 대한 기조가 바뀐 점도 주목할 점. 진수희 장관 취임과 대규모 인사이동 이후 복지부의 관심사는 지불제도 개편, 건강보험 재정안정, 의료전달체계 개선으로 바뀌었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결국 정책의 우선순위에서 의료선진화 정책들이 밀려났다는 것.
건보공단 관계자는 "공단이 지난해 초 총액계약제를 주장했을 당시만 해도 복지부는 싸늘했지만 지금은 분위기가 바뀌었다"면서 "복지부 측에서도 이 부분에 대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의료선진화 한방은 있다
그러나 끊임없이 시도됐던 의료선진화 작업을 포기하지 않으리라는 전망도 있다. 최근 복지부 업무보고에서 이명박 대통령이 일반의약품 슈퍼판매를 거론하며 관련 논쟁이 가속화되는 측면도 주목할 만하다.
또 하나의 전망은 복지부 중심이 아닌 기획재정부나 지식경제부 중심으로 의료선진화 작업이 진행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경우 복지위를 중심으로 형성된 야당의 반대 움직임을 효과적으로 제어하면서 산업적 논리로 법안을 신속하게 처리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는 설명.
건강세상네트워크 조경애 대표는 "유헬스는 지식경제부, 영리병원은 기획재정부가 중심이 돼 추진할 가능성이 있다"면서 "이들 부처가 움직이면 보건의료단체들의 대응이 어려울 수도 있다"고 말했다.
또한 의료선진화 정책을 포기하면 여당이 야당과 진보단체가 이슈를 선점한 건강보험 보장성 논의에 끌려갈 수밖에 없다는 우려도 있다.
시민단체 관계자는 "의료분야에서는 시도는 많이 했지만 결과적으로 성과가 없고, 결국 보장성만 떨어지지 않았냐"면서 "이를 만회하기 위한 시도를 할 가능성은 충분하다"고 말했다.
한나라당 관계자는 "참여정부 시절 국민의 혜택이 줄어든 연금개혁과 의료급여제도가 가능했던 것은 보수적 개혁이라는 점이 크게 작용했다"면서 "(대선을 앞두고) 영리병원 허용 역시 야당 일각에서 통과되기를 기대하는 눈치"라고 주장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