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출범 4년째를 맞은 이명박 정부가 새로운 정책을 추진할 수 있는 사실상 마지막 해다. 번번이 좌절을 맛 봤던 의료선진화를 관철시킬 마지막 기회인 것이다. 2011년 의료선진화 논란이 어떻게 진행될지 분석하고, 대통령 선거 등 새로운 정치구도의 분수령이 될 보건의료의 쟁점과 이슈를 분석해본다.
------------<글 싣는 순서>--------- <1> 의료선진화 끝나지 않은 꿈
<2> 2011년 의료선진화 추진 전망
<3> 대선 보건의료 이슈를 주목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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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가장 변화가 없었던 영역이 보건의료다."
최근 국회에서는 의료민영화 저지 범국민운동본부 주최로 '2010년 의료민영화 저지 투쟁 보고 대회'가 열렸다. 이날 행사는 범국민운동본부가 그간 이명박 정부의 투자개방형 의료법인, 건강관리서비스법, 의료채권법 등의 의료선진화 정책 추진을 저지했음을 자축하는 자리였다.
조경애 집행위원장은 "이명박 정부의 의료민영화 정책을 노동시민단체, 민주당, 민주노동당 등 진보적 정당이 힘을 합쳐 막아냈다"면서 "네티즌과 촛불시위 시민, 의료민영화에 반대한 수만 명의 국민들이 이루어낸 승리"라고 강조했다.
의료선진화 정책 3년째 표류중
이명박 대통령이 당선되고 정부가 출범할 당시만 해도 보건의료부문에서도 많은 변화가 예상됐다. 실제로 '의료선진화'라는 이름으로 많은 정책들이 거론되고 추진됐다.
하지만 결과는 초라했다. 여론에 밀려 시민단체 혹은 의료공급자의 반발에 밀려 '의료선진화'를 위한 정책 대부분이 실행되지 못했다.
인수위 당시 논의됐던 '요양기관 당연지정제 완화'는 의료민영화 논란으로 번졌고, 정부가 수차례 '이명박 정부에서는 당연제정제 폐지나 완화는 없다'는 입장을 표명하고서야 잠잠해졌다.
이후 들고 나온 방안은 투자개방형 의료법인 허용과 일반약 약국외 판매, 일반인 병원 개설을 허용하는 내용을 담은 전문자격사 선진화 방안.
기획재정부는 영리의료법인을 투자개방형 의료법인으로 바꾸고 KDI와 보건산업진흥원 두 곳에서 공동 연구를 맡기는 승부수까지 띄웠지만 여론의 반발로 진전을 보지 못했다. 전문자격사 선진화 방안 역시 의료공급자의 강력한 반발을 돌파하지 못했다.
결국 정부는 다른 의료선진화 방안을 들고 나왔다. 건강관리서비스 활성화, 의료법인 합병 및 의료채권 허용, 원격의료 및 병원 MSO 도입 등의 정책이었다.
요양기관 당연지정제 완화나 투자개방형 의료법인 허용이 법안 제출까지 이르지 못했다면, 이들 정책들은 국회에 법안으로 발의되는 데까지는 성공했다.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여야 논쟁 속에 진전은 없었다.
익명을 요청한 우파 성향의 보건의료분야 교수는 "MB정부가 출범 초기에 보건의료부문 개혁에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어야 했다"면서 "하지만 보건의료에 대한 관심도 적었고 전문가도 중용하지 않은 채 시간을 허비해 버렸다"고 아쉬워했다.
"의료선진화 의지도 없고 동력도 부족"
4대강 사업 등 공약사항에 대해 과감한 결단성을 보였던 정부가 의료선진화 정책에 있어서는 성과를 내지 못한 것은 정책 추진 의지와 동력이 부족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또한 광우병 파동 당시 촛불시위를 거치면서 의료선진화와 의료민영화를 동일시하게 된 국민과 여론의 부담을 이겨내지 못한 것도 큰 부담이 됐다.
의료선진화 정책에는 다양한 반대 세력이 결집했지만, 정부는 효과적으로 이들을 설득하지 못했으며 다른 한편으론 적극적인 지지층이 없어 정면 돌파하지도 못했다.
투자개방형 의료법인은 시민단체, 의료계에 복지부도 유보적이었고, 건강관리서비스, 원격의료 등은 의료계, 시민단체 모두 반대 전선에 합류했다. 그나마 일반의약품 약국외 판매는 약사회와 복지부만이 반대했지만, 정부는 이마저 정책적 결단을 내리지 못했다.
의료선진화라는 아젠다를 반대하는 세력의 결집과 힘은 대단했다. 시민사회단체는 '의료민영화 저지 범국민운동본부'를 꾸려 뭉쳤고 민주당, 민주노동당 등 야 4당 역시 이 전선에 힘을 모았다.
이에 비해 의료선진화 지지 세력은 미약했다. 한나라당 관계자는 "다른 대안을 만들기보다 정부의 적극적인 의지가 필요했다"면서 "보건의료는 국민에게 영향을 미치는 스펙트럼이 넓어 부담스러웠던 것 같다"고 말했다.
반대로 4대강 등 주요 핵심 사업에 역량을 집중하다보니, 산업적 효과가 불분명한 의료선진화에 힘을 집중하기 힘들었을 것이라는 분석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정부, 의료선진화 위한 마지막 도전
"미국은 슈퍼에서 약을 사 먹는데…"
이명박 대통령은 최근 복지부의 2011년 업무보고에서 일반의약품 약국외 판매 문제를 거론하고 나섰다. 수년째 표류하던 정책의 불씨를 살린 것이다.
이후 보수단체와 소비자단체 등이 모인 '가정상비약의 약국외 판매를 위한 시민연대'가 등장하는 등 논란이 가중되고 있다.
2011년은 이명박 정부 출범 4년째로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가지고 있다. 2012년은 대선 국면임을 감안하면 올해가 새로운 정책을 추진할 수 있는 유일한 시기이기 때문이다.
'의료선진화' 정책도 마지막 도전의 기회를 얻게 됐다. 정부도 부처별로 '의료선진화' 계획을 올해 중점 계획에 올려놓고 전열을 다지고 있다.
복지부는 건강관리서비스법, 원격의료 허용 등을 올해 업무계획에 올렸으며 재정부 역시 전문자격사 선진화 제도 등을 다시 추진한다는 입장이다.
재정부는 특히 외국 의료기관 유치, 전문자격사 제도개선 등 서비스산업 선진화의 일부 핵심과제가 입법절차 지연과 이해관계자와의 소통부족으로 가시적 성과를 내지 못했다고 진단하고, 의료·교육 분야 등을 중심으로 실천방안을 강구하기로 했다.
특히 서비스산업 선진화를 보다 체계적으로 추진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 '서비스 선진화 및 경쟁력 강화 기본법'을 제정하기로 했다.
이 도전이 성공할지는 아직 미지수. 여당 관계자는 "의료선진화의 성패는 청와대와 관련 부처 장관 및 공무원들의 의지에 달려있다"면서 "보수와 진보 진영 모두 보건의료 논리와 이슈를 예의주시하며 대응책을 준비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