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약분업 10년 동안 쌓인 의료계의 불만이 토론회장에서 쏟아져 나왔다. 현재의 의약분업을 폐기하고 선택분업이나 직능분업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강경한 주장도 나왔고, 약국 조제료에 대한 불만도 표출됐다.
6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의약분업 시행 10년 평가와 발전방안 모색' 토론회에서는 의약분업과 현재의 의료체계에 대한 난상토론이 벌어졌다.
이날 토론회에서 발제부터 부딪힌 사안은 일반의약품 약국 외 판매다.
서울의대 권용진 교수와 한양대 송기민 교수는 환자의 편의성과 선택권 차원에서 일반의약품 약국 외 판매를 허용할 것을 맹렬히 주장했다. 권 교수는 전체 허용에 앞서 시범사업을 시작하는 방안까지 제안했다.
여기에 서울약대 최상은 교수는 일반의약품이 처방의약품과 혼용되면 위험성이 크다며 환자 편의성만을 부각해서는 안된다고 반박했다.
약국 조제료도 논란의 대상이었다. 권 교수는 "조제료를 재평가해서 약국의 수가를 합리적으로 조정해야 한다"고 포문을 열었다.
이에 대해 최 교수는 "한국의 약국 조제료는 외국과 유사한 수준으로 나타났다'면서 "수가에 있어 조제료 보다 복약지도 수가를 강화하는 등의 방안이 필요하다"고 맞받았다.
방청객 사이에서는 10년간 약국 조제료에 투입된 21조원으로 인해 건강보험 재정이 악화됐다는 주장을 펼치자, 80% 이상을 가져가는 병·의원 진료비 증가를 간과하고 있다는 반박이 나왔다.
"직능분업 전환" "현 제도 성과있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현재의 의약분업을 직능분업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주장도 논란거리였다. 권 교수는 "70세 이상 노인, 3세 미만의 소아, 거동불편자 등은 직능분업을 통해 환자의 불편을 해소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의협 이혁 보험이사는 "직능분업은 환자의 편의를 위해서 좋은 제도"라면서도 "다만 의료전달체계가 먼저 확립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서울대 김진현 교수는 "직능분업은 의약분업의 원칙을 훼손하는 것"이라면서 "환자선택권을 보장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렇지 않다"고 반박했다. 약사회 신광식 이사는 "직능분업을 하는 대부분의 국가는 후진국"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병원협회 이송 정책위원장은 "부분으로 의약분업을 개선하는 것이 아니라 근본적으로 바꾸자"고 의약분업 제도의 근본적 재검토를 제안하기도 했다.
좌훈정 전 의협이사도 "의약분업이 오래됐다고 사회적 비용이 많이 투입됐다고 모두 반대하는 제도를 유지하는 것은 말이 안된다"면서 "약국 역시 일부 문전약국와 건물주 말고는 대부분 망했다"고 제도 혁신을 주장했다 .
이에 대해 복지부 김국일 의약품정책과장은 "의약분업은 의약정 합의에 의해 제도가 시행된 점을 인정해야 안다"면서 "의약분업으로 불편한 점도 있지만 성과가 분명히 있다"고 강조했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논쟁이 가열되다 보니 감정적인 발언도 쏟아져 나왔다. 방청객들은 의약분업 당시 중재역할을 했던 경실련이 의약분업 실패의 책임을 지고 사과하라는 주장도 했다.
약사회 신광식 이사는 "병원의 건강기능식품 원가를 의심할 수밖에 없다. 일반약 약국외 판매가 되면 병원에서 일반의약품을 판매하려는 의사의 이익과 무관치 않다"고 말했다.
병협 이송 정책위원장은 약사회측의 의료전달체계 확립 주장에 대해 "의약분업과 의료전달체계는 다른데, 자꾸 이야기하는 것은 약국이 일차의료를 하고 있기 때문이 아니냐"고 말하기도 했다.
처방전 2매 발행, 조제내역서 발행, 병원 입원 제한을 통한 의료전달체계 확립 등 이날 토론회에서는 현 의료체계에 대한 다양한 논쟁점이 의약분업을 매개로 표출되는 자리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