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업계가 명절이 다가오면서 또 다시 고민에 빠졌다. 내달 초 있을 설날에 의약사 선물을 제공해야할지 말아야할지 갈등에 봉착한 것이다.
가만히 있자니 타 업체의 움직임이 신경쓰이고, 하자니 애매한 쌍벌제법으로 자칫 낭패를 볼 수 있기에 고민은 갈수록 커진다는 것이 업계의 하소연이다.
현 쌍벌제법 하에서는 의약사와 제약사가 명절선물을 주고받을 경우 '판매촉진' 목적이 아니면 리베이트로 간주하지 않는다. 단, 정부의 기본적 입장은 제공 금지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설날이 20여 일 앞으로 다가오면서 제약업계는 의약사 명절선물 제공 여부를 놓고 고심중이다.
제약업체가 의약사에 제공한 명설선물을 리베이트로 볼 것인지 여부를 개별적으로 판단하겠다는 정부의 유권해석이 아직도 명확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 때문인지 대다수 업체들은 지금쯤이면 명절선물 제공 여부 결정을 짓고, 예산짜기, 선물목록 등 구체적인 움직임을 보여야했지만 차일피일 결정을 미루고 있다.
국내 상위 모 제약사 임원은 "(설날 명절 선물에 대해) 아무것도 결정된 바가 없다"며 "작년 추석에는 명절선물이 금지된 터라 걱정이 없었지만, 올해는 상황이 애매하게 흘러가고 있다. 남들은 주는데 가만히 있기도 힘든 상황"이라고 고민했다.
그는 이어 "원래 명절 한달 전에는 선물 명단 리스트를 뽑고 그에 맞는 물품을 구입해야하는데 아직도 갈팡질팡하고 있다"며 "타 업체 눈치 살피느라 1월 중순이나 말경에 선물 제공이 결정된다면 업무 과부하에 걸릴 수 있다"고 우려했다.
다국적 모 제약사 영업사원은 "쌍벌제법이 애매하기 때문에 회사 차원에서 (명절선물을) 아예 금지했다"며 "이래저래 다 금지되서 영업활동에 재미가 없다"고 하소연했다.
반면 일부제약사들은 설날 선물을 제공하기로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다른 국내 제약사 관계자는 "작년 추석에는 명절선물이 원천적으로 금지됐지만, 이번에는 '판매목적'만 아닌 제공은 괜찮다"며 "가격도 높지 않고 간단한 마음의 표시이기 때문에 문제될 것은 없다고 본다"고 답했다.
국내 모 제약사 영업사원도 "예전과 달리 회사측에서 꼭 필요한 의약사 명단을 제출하라고 지시했다"며 "주요 거래처에는 회사 경비에 사비를 보태 선물을 제공하려고 생각 중"이라고 귀띔했다.
쌍벌제법 하에서 명절선물에 대한 기준이 애매하면서 제약업계가 혼란을 겪고 있는 모양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