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 몇 명 징계한다고 해결될 문제였다면 여기까지 오지도 않았습니다. 응급의료는 제도로 풀어야 할 문제입니다."
보건복지부가 응급실에서 환자를 거부했다는 이유로 경북대병원 전공의에게 면허 정지 처분을 내린 것에 대해 의료계는 다소 부정적인 입장을 내보이고 있다.
물론 이유를 불문하고 치료거부는 일벌백계 해야 한다는 것에 동의하면서도 국내 의료제도의 한계를 보는 것 같다는 의견이 주를 이뤘다.
A대학병원의 교수는 19일 "병원은 어떠한 상황에서도 환자를 거부해서는 안된다는 것은 반드시 지켜져야 할 전제"라며 "그러한 면에서 경북대병원은 분명히 지금의 비판을 수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하지만 나도 수련을 받으며 응급실에 있어본 만큼 국내 의료제도의 한계와 허점이 무엇인지 알고 있다"며 "이는 시스템의 문제이지 결코 전공의의 과실이라고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경직된 상명하복식 수련 문화가 만들어낸 비극적인 사건이라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이 교수는 "의사라면 누구나 휴일에, 더욱이 야간에 교수를 불러낼 수 있는 전공의가 없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며 "응급실 전공의는 자신이 환자를 케어할 수 없는 상황이면 전원밖에 선택의 길이 없는 것이 현실"이라고 설명했다.
B대학병원 교수도 비슷한 의견을 내놨다. 현재 우리나라 응급실의 가장 큰 문제가 바로 시스템이라는 설명이다.
이 교수는 "응급환자가 병원에 도착하면 즉시 스텝을 소집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춘 병원은 전국에서도 극소수"라며 "나머지 병원들은 그 상황에 교수가 있으면 다행, 아니면 전원이라는 말도 되지 않는 구조로 운영되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로 삼성의료원의 경우 심혈관, 뇌혈관 등 응급환자가 내원하면 버튼 하나를 클릭하는 것 만으로 관련 교수들로 구성된 팀이 즉시 소집되는 One-call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권순철 삼성서울병원 급성 심근경색 QI 팀장은 "환자를 처음 본 전공의가 Call 사인을 내면 최소 30분 내에 교수팀이 구성된다"며 "물론 Call의 50%는 심근경색과 무관한 환자지만 무조건 팀이 모이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결국 경북대병원 사태도 시스템 부재가 만들어낸 안타까운 결과라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이 교수는 "4살 아이가 사망한 장중첩은 스텝이 한명만 있었어도 충분히 케어할 수 있었던 질환"이라며 "문제는 이러한 환자가 내원했을때 체계적으로 이에 대응할 수 있는 시스템이 없었다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그는 "그러나 이러한 시스템을 갖추기에는 응급의료수가가 너무나 턱없이 낮다는 것"이라며 "결국 경북대병원 사태는 경직된 수련제도와 불안정한 응급의료 시스템이 만들어 낸 국내 의료의 어두운 그림자"라고 밝혔다.
지역 개원의들도 비슷한 의견을 내놓고 있다. 제도의 한계점을 두고 의사들만 몰아붙여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대구시의사회 김제형 회장은 "물론 한 생명이 피해를 입은 것에 대해 변명을 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며 "하지만 이 문제를 의사들의 책임으로만 몰고 간다면 해결책을 찾을 수 없다"고 못박았다.
그는 이어 "응급의료 발전을 위한 정부의 획기적인 지원책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이번 사태는 극히 일부를 제외한 대다수 대학병원에서 일어날 수 있는 일이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