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차의료 활성화를 포함한 의료기관 기능재정립 정책의 성패 여부는 전적으로 보건복지부에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복지부가 움직이지 않으면 결국 아무 일도 안되는 것이다. 그런데 최근 복지부의 행보를 보면 매우 걱정스럽다. 약제비 요양기관 종별 차등적용 방안을 확정하기 위한 건정심 회의를 예정보다 앞당기더니 다시 무기한 연기했다. 환자와 시민단체의 강한 저항에 직면했기 때문이다. 또 복지부는 당초 이달 말 발표하기로 했던 일차의료 활성화 및 기능재정립 방안 발표를 2월로 미뤘다.
지난해부터 치열하게 논의해 온 정책들이 더 이상 앞으로 나가지 못하고 급브레이크를 밟은 셈이다. 진수희 장관이 취임식에서 최우선 과제로 삼겠다던 일차의료 활성화 정책이 좌초 위기를 맞고 있는 것이다. 정책 방향을 마련하기 위해 모든 역량을 집중해야 할 시기에 반대 여론에 밀려 갈팡질팡하는 복지부의 모습은 우리를 당황하게 한다. 이 정도 반발도 예상하지 못하고 정책을 추진하려 했는지 묻고 싶을 정도다. 일각에서는 '새가슴 복지부'라는 비아냥거림도 나온다. 지금 더 앞으로 나가지 못한다면 일차의료 활성화는 요원하다.
정부의 보건의료정책에 대한 반응은 매우 다양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일차의료 활성화 등은 건강보험재정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일이다. 건강보험 재정안정을 위한 종합대책에도 들어있는 사안이다. 따라서 복지부는 예정대로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 반대하는 단체들은 합당한 논리를 내세워 설득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또한 손을 봐야 할 부분이 있다면 바르게 손질하는 노력이 시급하다. 정책 방향만 세워놓고 반대 여론이 높다고 시행하지 않는다면 그건 정부도 아니다.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일차의료 활성화를 포함한 의료기관 기능재정립은 복지부가 중심을 잡아야 가능한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