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병원 약제비 본인부담률 인상안에 대한 후폭풍이 보건의료 정책과 의료계 전반에 걸쳐 거세게 일고 있다.
20일 보건복지부와 의료계에 따르면,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이하 건정심) 회의와 의료기관 기능 재정립 발표를 잠정 연기하며 불거진 여론 달래기에 나서고 있으나 진행되는 상황은 녹록하지 않다.
복지부 손건익 보건의료정책실장은 ‘메디칼타임즈’와 전화통화에서 “대형병원 외래 집중완화의 대책 중 하나로 약제비 본인부담률 차등적용을 검토한 것”이라면서 “병원협회 조찬회(19일)에서 이를 철회한다는 얘기는 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손 실장은 이어 “의료기관 기능 재정립 방향을 전하면서 세부과제 시행을 위해 정부와 병원계가 어떻게 할 것인가를 중점적으로 설명했다”며 “어려운 중소병원의 반발은 이해가 가는 부분으로 다양한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손건익 실장은 “경증과 중증 질환을 구분해 약제비와 외래 본인부담률을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손 실장은 “의협과 병협 모두에 기능 재정립을 위한 합의안을 가져와달라고 주문했다”면서 “양 단체의 합의 없이는 어떤 정책도 진행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KBS, 제도소위 의사결정 배경 집중 취재
하지만 복지부의 이같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여론의 화살은 지난 11일 열린 건정심 제도개선소위원회로 향하는 형국이다.
KBS 시사프로그램인 ‘추적 60분’은 19일 병협을 방문해 약제비 본인부담률 인상안의 논의과정을 세밀하게 취재한 것으로 전해졌다. KBS측은 설 연휴 이후 이를 방송할 예정이다.
취재진은 제도소위에서 약값 인상안에 대해 제도소위 위원들이 어떤 입장을 보였으며 누가 이를 주도했는지 등을 질문했다.
이들은 병협 외에도 의사협회와 약사회, 시민단체 그리고 복지부 등 제도소위 모든 위원을 취재한다는 방침이어서 의사결정 과정을 중심으로 약값 인상안의 배경을 집중 조명할 것으로 예상된다.
병협 정영호 보험위원장은 “취재진은 이번 제도소위 논의 과정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하는 것 같았다”면서 “약값 인상으로 어느 단체가 이익인지 등 위원간 오고간 대화를 꼬치꼬치 캐물었다”고 말했다.
같은날(19일) 열린 의협과 병협 정례적인 정책간담회도 제도소위에 집중됐다.
병협측은 여론과 병원계의 반대가 분명한 약제비 종별 본인부담률 차등적용안을 밀어붙인 의협측에 유감을 표명했으며, 의협측은 논의 과정의 오해를 설명하면서 병협측의 유감을 일부 수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론악화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의협과 병협이 합의안을 도출하지 않는다면 의료기관 기능 재정립의 전면적인 수정이 불가피한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