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의협-병협 기능재정립 합의 요구 의미
보건복지부의 최대 역점사업인 의료기관 기능 재정립 정책 추진에 경보음이 울렸다.
약제비 종별 본인부담률 차등적용안에 대한 비난여론이 복지부 정책방향을 흔들면서 의료단체로 확산되는 모양새이다.
복지부는 이달말 발표 예정인 선택의원제 등 의료기관 기능 재정립 브리핑을 다음달로 잠정 연기하며 여론의 추이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지난 11일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 제도개선소위원회 회의 후 ‘대형병원 약값 2배 인상’ 비판 여론이 수그러들지 않고 있어 향후 건정심과 의료기관 기능 재정립의 일정을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여기에 복지부가 꺼낸 카드가 의료단체간 합의 도출이다.
의료기관 기능 재정립의 핵심단체인 의사협회와 병원협회의 이견과 반대가 지속된다면 정책 추진의 동력을 잃게 된다는게 복지부의 판단이다.
복지부는 양 단체에 이같은 뜻을 전달하고 의료기관 기능 재정립의 정책적 합의를 주문한 상태이다.
하지만 의협과 병협의 합의가 생각만큼 쉽지 않다.
양 단체의 합의는 기능 재정립에 포함된 선택의원제를 비롯하여 약제비와 외래 본인부담률 차등적용 등 복지부의 정책방향에 동의한다는 의미이다.
선택의원제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며 반대 목소리를 내는 의원급과 본인부담률 차등적용에 따른 중소병원과 상급종합병원의 반발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합의는 어려운 난제이다.
병협 이상석 상근부회장은 “복지부의 주문을 큰 틀에서 합의로 이해하고 있다”면서 “의협과 논의해 봐야겠지만 기능 재정립의 각론에서 입장이 다르다는 점에서 장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의료계 관계자는 “복지부가 비판여론의 책임을 의료계로 떠넘기려 하는 것 같다”면서 “현 상황에서 의협과 병원간 합의가 말처럼 쉽겠느냐”며 복지부의 행태를 꼬집었다.
복지부의 생각은 다르다.
의료계 합의를 기반으로 여론을 설득한다면 국민과 의료계 모두 ‘윈-윈’ 할 수 있는 의료기관 기능 재정립을 안착시킬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약제비와 외래 종별 본인부담률 차등적용도 경증질환으로 수정해 건정심에서 논의한다면 큰 무리가 없다는 입장이다.
의료단체간 합의 역시 무난할 것으로 보고 있다.
여기에는 일차의료활성화와 전문병원, 연구중심병원 등 의료계의 모든 지원책을 법과 제도를 총동원해 지연 또는 중단할 수 있다는 강경책도 숨어있다.
손건익 보건의료정책실장은 “30개 세부과제마다 의료계에서 반대한다면 어떻게 정책을 추진할 수 있겠느냐”면서 “빠른 시일내 의협과 병협 회장이 만나 기능 재정립의 정책 방향에 합의해 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복지부의 합의 카드가 실효성을 거둘 수 있을지 아니면 의료계의 반발을 불러올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