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약학술팀 문성호 기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미국 행정부가 추진 중인 '최혜국 약가(Most-Favored-Nation Pricing, MFN)' 정책이 국내 제약업계를 넘어 임상현장까지 긴장시키고 있다.
여기서 MFN 정책은 미국 내 처방의약품 약가를 주요 선진국 중 최저수준으로 인하하는 것이다. 대상 약제로는 미국의 건강보험인 메디케어 파트B 중 연간지출 상위 고가 치료제(항암제, 면역치료제 등)다.
참고로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내 약값을 해외 수준으로 낮추라며 17개 글로벌 제약사에 '60일 시한'을 제시한 기간 만료일인 9월 29일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미국 보건당국은 애브비, 암젠, 아스트라제네카, 베링거인겔하임, BMS, 일라이릴리, 독일 머크(EMD 세로노), 제넨텍, 길리어드, GSK, 존슨앤존슨, 머크(MSD), 노바티스, 노보노디스크, 화이자, 리제네론, 사노피 등 17개사 대표들에게 전달한 바 있다.
문제는 미국이 최저 수준 약가의 기준이 되는 참조국으로 우리나라를 삼을 경우다.
아직까지 구체적인 참조국 대상이 정해지지 않았지만 충분히 우리나라가 대상국에 포함될 수 있다는 가능성이 존재한다. 신약의 국내 출시와 급여 적용을 고민하는 다국적 제약사 입장에서는 충분히 고민이 될 수 있는 지점이다.
이 같은 고민은 이미 제약업계와 임상현장에서 감지되고 있다.
주요 신약들의 급여 추진에 제동이 걸릴 때마다 미국 MFN 정책이 입방아에 오르고 있는 것.
실제로 한 상급종합병원 종양내과 교수는 "최근 한 신약이 암질환심의위원회를 떨어졌는데 사실상 심평원이 요구하는 약가 수준을 맞추기에는 한계가 있을 것 같다"며 "MFN 정책 상 국내 제시 약가를 최저가로 마냥 할 수 없을 상황인 것 같았다. 이러한 일들이 벌어진다면 임상현장에서 치료옵션 활용에 분명히 한계가 있다"고 전했다.
임상현장 뿐만 아니라 주요 다국적 제약사들도 태도의 변화가 생기고 있다. 환자들에게 최선의 옵션을 제공해야 하지만 글로벌 본사 정책도 당연히 따라야 하기 때문이다.
미국 보건당국의 불확실성 MFN 정책 추진 속에서 다양한 대응 시나리오가 필요한 이유다.
그동안 다국적 제약업계는 적응증별 약가제와 위험분담제 대상 확대 등 신약을 대상으로 한 약가제도 개편 요구를 정부에 해왔다. 당시에는 제도 개선에 따른 행정적 부담 등을 이유로 추진에 한계가 있다는 것은 엄연한 사실이었다.
미국의 정책압박이 어디까지 이를지 모르지만, 이에 대한 구체적인 대응안이 필요해진 시점이다. 한국이 참조국 대상에 포함 안 된다고 할지라도 신약의 '코리아 패싱' 문제를 더 이상 언급되지 않도록 이참에 개선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