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재감 커진 2세대 비만약물, 영역확장 속 지속가능성 고민
올해부터 위고비(세마글루타이드) 등 2세대 GLP-1 수용체 작용제(이하 GLP-1 제제) 계열 비만 치료제가 본격적으로 국내 임상현장에서도 도입되면서 의학적 치료를 통한 비만 관리가 가능해졌다. 여기에 최근에는 GLP-1 제제가 비만과 당뇨병을 넘어 대사이상관련 지방간염(MASH)과 심혈관 혜택까지 제공한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되며 더 큰 기대감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그렇다면 2세대 비만 약물로 평가되는 GLP-1 약제가 도입되면서 실제 임상현장에서는 어떤 변화가 일어났을까. 메디칼타임즈는 2025년 창간기획 특별 좌담회를 개최하고, 비만 치료제 국내 도입에 따른 임상현장 변화와 환자 접근성 개선을 위한 해결 과제를 논의했다.특별 좌담회는 비만 치료 전문가인 대한가정의학회 강재헌 가정의학회 이사장, 비만 임상 환경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대한비만연구의사회 안상준 수석정책이사, 보건 정책 제도 설계와 개선에 매진해온 보건복지부 의료개혁추진단 강준 총괄과장과 함께 좌담회를 진행, 국내 비만 치료의 현황과 구조적 문제, 실질적 해법에 대해 의견을 들었다.■영역 확장 GLP-1 제제, 덩달아 중요해진 의료진 개입지난해 말 노보노디스크의 위고비가 국내 상륙하면서 2세대 GLP-1 제제 계열 비만 치료제가 큰 관심 속에 국내 도입됐다. 당뇨병 치료제 오젬픽으로 처음 개발됐지만 일정 용량 이상 투여 시 체중 감량 효과를 보이면서 비만까지 적응증을 확대하며 국내 임상현장에서도 활용할 수 있게 된 것이다.가정의학회 강재헌 이사장은 "GLP-1 제제의 경우 당뇨병 치료제로 개발됐지만, 최근 비만 치료제로서의 활용이 늘고 있는 게 사실"이라며 "1차적인 효과는 인크레틴과 유사한 효과를 내는 물질을 주사함으로써 식욕 억제와 함께 포만감을 유지하게 한다. 이를 통해 체중을 줄인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최근 GLP-1 제제는 다른 대사질환 영역까지 쓰임새 확장이 가시화되고 있다. 실제로 위고비의 주성분인 세마글루타이드 역시 다양한 임상연구를 통해 심혈관계 혜택은 물론 치료제가 마땅치 않은 MASH에서 효과를 입증해내고 있다.강재헌 이사장도 이 같은 GLP-1 제제의 역할에 주목한 것.좌담회에 참석한 전문가들은 비만의 질환 전환에 따른 치료제의 효율적인 활용을 위한 방안 마련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는 데에 공감대를 이뤘다. 그는 "GLP-1 제제에 대해 그동안 체중 조절 효과가 주된 효과로 나왔지만, 최근 임상연구를 통해서 MASH 또는 신장, 심혈관 질환 개선에도 효과가 있다고 보고되고 있다"며 "물론 치료제 마다 다르고 또 실제로 효능을 인정받지 못한 것도 있지만 임상논문을 근거로 볼 때는 분명 효과들이 나오고 있다"고 평가했다.GLP-1 제제 활용도가 커질수록 이를 적절하게 환자들이 접근,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의료진의 역할이 더 커졌다고 볼 수 있다. 강재헌 이사장은 "GLP-1 제제가 제품에 따라 다르지만 초기 체중의 15% 혹은 20% 이상까지도 감량 효과를 보이고 있다"며 "문제는 적절한 식사요법을 하지 않고 식욕 억제만 강력히 됐을 때 오히려 근감소증을 유발하고 오히려 건강에 위해가 되는 상황도 생길 수가 있다"고 지적했다.그는 "가장 큰 시장인 미국에서도 이러한 우려와 사례가 보고되고 있다. 개인적으로 GLP-1 제제를 활용한 비만 치료에서 가장 역점을 두는 것이 균형 잡힌 식단과 운동의 동반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근감소가 되면 건강에 유익한 감량이라고 말하기 매우 어렵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임상현장 도입된 GLP-1 제제, 지속가능성 화두2세대 GLP-1 제제로 위고비가 국내 임상현장에 도입된 지 6개월이 지나면서 비만치료의 대세로 자리 잡았다. 다가오는 하반기에는 또 다른 GLP-1 제제의 국내 출시 소식도 전해지고 있다.좌담회에 참석한 전문가들은 2세대 GLP-1 제제 활용에 있어 환자 접근성 향상을 위한 방안을 고민해야 할 시점이라고 평가했다.이중 가장 현실적인 고민은 바로 비급여로 인해 발생하는 지역별로 천차만별인 치료제 가격이다. 비만연구의사회 안상준 수석정책이사는 "의원급 의료기관 입장에서 의견을 제시한다면 지역별로 치료제 가격의 편차가 크다"며 "현재 임상현장에서 활용 가능한 GLP-1 제제로 비만 치료를 할 경우 한 달의 60만원이 환자 부담의 적정수준이라고 한다. 문제는 지역별로 이를 감당해낼 수 있는 환자군의 분포가 다르다"고 지적했다.안상준 수석정책이사는 "강남에 개원한 의원에서는 비만치료 환자 중 85%가 GLP-1 제제를 활용한다면, 경기도 시흥에 개원한 의원에서는 해당 비율이 10%에 불과하다"며 "신약이 도입됐지만 정작 해당 약제들이 절실한 환자들은 약제에 접근하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꼬집었다.즉 비만치료제의 안정적인 활용을 위한 지속가능성을 고민해야 할 시점이라는 뜻이다. 안상준 수석정책이사는 "GLP-1 제제의 효과가 뛰어나다고 하지만, 소위 직장인이 매달 50~60만원을 부담하며 치료하기는 어렵다"며 "초반에 주사에 의지하면 체중은 감량되겠지만 대부분 요요현상을 겪을 수밖에 없다. 환자의 심리적 타격에 더해 실제 근감소증과 위장장애 등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그는 "그래서 주사만 의지를 해서 살을 빼는 것은 굉장히 위험하다. 이 때문에 비만의 질병이고 치료에는 의사들의 초기 접근이 필 꼭 필요하다"며 "약값이 비싸서 지역별 접근성 문제도 있으며, 이를 통해 치료받은 환자들의 지속가능성도 이제는 고민해야 하는 시점"이라고 말했다ㅈ.좌담회에 참석한 전문가들은 GLP-1 제제의 국내 도입, 환자들의 비만 치료 접근성과 지속가능성이 해결해야 하는 과제로 지목했다.■비만약 급여화, 공감대 이루어가는 과정 필요GLP-1 제제들이 꼭 필요한 비만환자에게 적절하게 쓰일 수 있도록 접근성을 향상 시킬 수 있는 방안은 무엇일까. 환자와 의료진 모두 가장 첫 째로 생각할 것이 치료제의 '급여' 전환일 것이다.하지만 좌담회에 참여한 복지부 의료개혁추진단 강준 과장은 신약이 국내에 도입되는 상황에서 급여 여부를 논의하기에는 시기상조라는 의견을 드러냈다.복지부 의료개혁추진단 강준 과장은 "비만의 의료적 접근이 필요한데 이를 위해 약제를 급여로 보장해야 하느냐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검토되지 않은 부분"이라며 "급여 우선순위 등을 고려한 뒤 이에 대한 접근을 해야 한다. 아직까지 우선순위에 있기에는 한계가 있는 항목"이라고 진단했다.그러면서도 강준 과장은 의료적 필요도와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된다면 장기적으로 논의 될 수 있는 사안이라고 여지를 남겼다.강준 과장은 "금연 관련 건강보험 정책이 다양하게 도입됐던 것처럼 비만이 시대적으로 또 사회적으로 굉장히 필요한 과제라고 한다면 단계적으로 논의가 이뤄질 수 있는 사안"이라며 "치료제 급여화에 대한 것들을 논의하기에는 아직은 시기상조지만 향후 근거 쌓이고 또 현장에서도 요구가 높아진다면 논의가 될 수 있다"고 전했다.그는 "의료적 필요도와 사회적 요구도를 같이 보면서 급여 결정을 하고 있다"며 "건강보험 가입자들에게 제한적으로라도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이루어진다면 갈 수 있겠지만, 아직까지는 거기까지는 조금 조금 갈 길이 많이 남아있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