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
입장 차 커지는 비대면 진료 약 배송…제도 시행 괜찮나
[메디칼타임즈=김승직 기자] 정부가 비대면 진료 처방 약 배송 대상을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하면서 논의 주체인 의료계 내외부 입장 차가 커지고 있다.약계의 거센 반발로 논의가 시작 전부터 난항을 겪으면서, 오는 12월 비대면 진료 제도화를 앞두고 정부 중재안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정부가 비대면 진료 처방 약 배송 대상을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하는 가운데, 관련 논의가 시작도 전에 제동이 걸렸다. 사진은 지난 13일 국회정책토론회 모습■약 배송 전면 확대되나…약계 "사회적 합의 파기" 반발26일 의료계에 따르면 보건복지부는 오는 12월 비대면 진료 제도화를 앞두고 의약품 배송 대상을 확대하는 방안을 논의한다.기존에 일부 취약계층에 한정했던 비대면 진료 처방 약 배송을 모든 환자에게 전면 확대한다는 기조다. 의약품 유통 구조 정비와 약국 재고 정보 연계 등을 통해 제도의 완결성을 높이겠다는 취지다.하지만 관련 논의는 시작부터 거센 반발에 직면했다. 특히 약계는 민관협의체 참여를 전면 거부하는 등 강수를 뒀다.이는 법을 시행하기도 전에 예외적 허용을 두는 졸속 추진이라는 비판이다. 이 같은 정부 태도는 사회적 합의를 뒤집는 일이라는 것. 특히 공적 전자처방전 시스템 등 안전 기반이 전무한 상태에서 배송을 허용하면, 필연적으로 비급여 의약품 오남용 등 안전사고가 발생할 것이라는 우려다.이와 관련 대한약사회는 "법이 시행조차 되지 않은 시점에서 전면 확대를 획책하는 것은 입법 취지를 무력화하고 사회적 신뢰를 깨는 행위"라며 "무분별한 처방과 배송 과정의 변질 대책 없이 결론을 정해놓은 협의체에는 결코 참여할 수 없다"고 밝혔다.■의료계는 조건부 수용 무게 "플랫폼 변질은 차단해야"의사단체들은 중립적인 입장이다. 진료는 비대면으로 하면서 약은 직접 수령해야 하는 것에 제도적 모순이 있지만, 이를 무분별하게 확장하는 것 역시 부작용이 우려된다는 반응이다.비대면 진료와 약 배송이 가능한 의료기관과 지역을 제한하지 않으면 관련 산업을 플랫폼이 주도하는 종속 우려가 있다는 것. 1차 의료기관과 재진 환자 중심, 인근 약국 연계라는 조건 하에 배송이 이뤄져야 한다는 설명이다.이와 관련 대한의사협회 한 관계자는 "비대면 진료는 병원에 가기 어려운 환자가 사용하는 것인데 정작 약은 직접 가서 받아야 한다는 것은 국민 입장에서 납득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며 "이런 모순을 국민이 납득할지 의문이다. 제도를 시행하겠다면 약 배송만 무조건 반대하는 것엔 다소 무리가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산업계는 "제도 완성" 환영…시민사회는 "의료 민영화"플랫폼 등 산업계는 약 배송 전면 확대 논의를 적극 환영하며 제도 안착에 힘을 싣고 있다. 환자가 비대면 진료를 받은 이후 처방 약을 배송받는 단계까지 이어져야 접근성 개선이라는 제도의 본래 취지가 달성된다는 입장이다.이와 관련 원격의료산업협의회는 "진료는 비대면으로 허용하면서 약은 방문 수령해야 하는 과거 구조를 개선해 모든 환자가 원하는 장소에서 약을 받을 수 있어야 한다"며 "수백만 건의 실증 데이터를 바탕으로 기술적 대안을 제시하고 논의에 참여하겠다"고 말했다.반면 보건의료 및 노동 분야 40여 개 시민사회단체 '의료민영화저지와무상의료실현을위한운동본부'는 이를 사기업 이윤을 위한 의료 영리화 시도로 규정했다. 약 배송이 전면 확대되면 의료 전 과정이 플랫폼 영향력 아래 놓여 과잉 진료와 건강보험 재정 파탄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다.무상의료운동본부는 "정부가 디지털 헬스케어 산업 육성만을 앞세워 의료 민영화를 강행하고 있다"며 "진정한 접근성 개선을 위해서는 영리 플랫폼이 아니라 지역 내 공공의료 인프라를 확충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촉구했다.■3달 남은 법 시행 "정부 중재안으로 법령 공백 막아야"이처럼 각계 입장이 팽팽하게 맞서면서 오는 12월 24일 개정 의료법 시행을 앞두고 하위법령 공백 우려가 커지고 있다.약 배송의 구체적인 가이드라인과 처방 제한 기준·안전관리 체계를 하위법령에 담아야 하지만, 제도 설계 논의 자체가 멈춰 선 형국이다. 합의점을 찾지 못한 채 12월 본사업 시한을 맞게 되면 현장 혼란과 규제 사각지대 발생이 불가피한 것.이에 제도 파행을 막기 위해서는 정부 차원에서 먼저 중재안을 내놔야 한다는 요구가 나온다. 단순히 방향성만 제시할 것이 아니라, 공적 전자처방전 연계나 플랫폼 규제 방안 등 구체적인 안을 내놓고 협의체 가동을 서둘러야 한다는 제언이다.이와 관련 의료계 한 관계자는 "각계 입장과 명분이 모두 어느 정도 일리가 있다. 하지만 제도 시행이 확정된 상황에서 세부안 논의가 파행된다면 그 공백으로 인한 피해는 결국 환자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며 "입장 차를 조율하는 것이 정부의 역할이다. 관련 논의의 주체는 약계인 만큼 이들을 테이블에 앉힐 수 있는 중재안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