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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랑끝 약사회 '제한적 약국외 판매 카드' 철회

발행날짜: 2011-04-22 12:00:46

처방전 리필제와 의약품 재분류 주장 고수할 듯

대한약사회가 정부에 제시한 일반약 판매 특수 장소 확대 방안을 정부가 거부하면서 정부·국민-약사회 간 지루한 싸움이 계속될 전망이다.

약사회는 한발 물러서 전국 읍·면·동 단위에 한 곳씩 제한적인 일반약 판매소를 설치, 국민의 의약품 접근성을 높인다는 방안을 내놨지만 정부가 이를 거부한 것.

이를 두고 정부의 의약품 구입에 따른 국민 불편 해소 요구 수준이 슈퍼 판매와 같은 전면 개방이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한발 물러선 약사회, 발등에 불 떨어졌다

대한약사회는 21일 상임이사회와 시·도 지부장 회의, 긴급 이사회를 거쳐 논의했던 주요 안건들에 대해 입을 열었다.

이에 따르면 약사회는 일반약 약국외 판매 논란을 잠재우기 위해 일반의약품 판매가 허용되는 특수장소를 확대하는 방안을 두고 정부와 협의를 진행해 왔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약사회가 "단 한개의 의약품도 약국밖을 나갈 수 없다"는 강경한 주장을 해 온 것에 비춰보면 약사회의 입장에 변화가 감지되는 부분이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약사회가 그만큼 절박한 심정에 처해있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시민단체의 거센 일반약 슈퍼 판매 운동에 이어 진수희 복지부 장관도 일반약 약국외 판매 가능성을 언급하자 약사회로서는 앉아있다가는 그대로 당할 수 있다는 다급함이 작용한 것.

긴급 이사회를 앞두고 김구 회장이 청와대를 찾아 '특수 판매 장소 확대'라는 절충안을 들고 '빅딜'을 시도한 것도 이런 절박함을 반증한다.

두발 앞서간 정부? 협상 결렬 이유는

전국 읍·면·동 단위에 한곳씩 일반약 특수 판매 장소를 추가하면 전국 1500개 정도 심야응급약국이 확충되는 셈이다. 현재 총 56개 심야응급약국보다 26배나 많은 숫자다.

약사회 관계자는 "이 정도면 국민의 의약품 구입 불편이 해소될 것이라는 계산을 깔았지만 정부 측 요구 수준은 달랐다"며 협상 결렬의 책임을 정부 측에 돌렸다.

이를 두고 정부가 일반약 슈퍼 판매와 같은 전면적인 개방 수준으로 약사회를 압박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

지난 1월 '약사의 미래를 준비하는 모임'은 처방전 리필 제도와 경질환의 직접 조제 허용 요구가 관철되지 않으면 김구 집행부의 사퇴운동을 지속적으로 벌이겠다고 압력을 넣은 바 있다.
반면 약사회가 제시한 부대 조건 때문에 협상이 결렬됐다고 보는 것이 더 설득력을 얻고 있다.

약사회 절충안으로 확보되는 심야응급약국 수는 전체 약국의 13% 정도로 의약품 구입에 따른 불편 해소 방안으로는 충분하기 때문이다.

약사회가 일반약 약국외 판매에 한발 물러서는 조건으로 내놓은 것은 '제한적 처방전 리필제'와 '의약품 재분류' 카드다.

약사회 관계자는 "응급 환자의 불편 해소를 위해 제한적 처방전 리필제 시행과 의약품 재분류 검토 요구를 정부에 요청했지만 끝내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협상 결렬의 이유를 설명했다.

정부로서는 '제한적 처방전 리필제'와 '의약품 재분류' 모두 즉각 수용하기 어려운 부분이기 때문에 약사회의 '빅딜' 제안을 거부했을 가능성이 높다.

약사회, 향후 행보 어떻게 되나

이번 협상 결렬로 약사회는 '일반약의 약국외 판매 절대 불가'라는 기존 입장으로 선회했다.

하지만 약사회 내부 고민도 적잖게 표출되는 양상이다.

대한약사회 김구 회장은 일반약 약국외 판매를 막기 위해 혈서를 쓴 바 있다.
약사회는 긴급이사회를 거쳐 "국민의 의약품 접근성을 지속적으로 확대시키겠다"라는 지극히 원론적인 수준의 말을 되풀이 한 것.

약사회는 자체적으로 1~2시간 약국 운영시간 늘리기 운동 등을 고려 중인 것으로 알려졌지만 이마저도 악화된 여론을 되돌리기에는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복지부의 조제료 인하 움직임도 보이고 있어 약사회로서는 자칫 잘못하면 엎친데 덮치는 최악의 상황을 맞을 수도 있다.

이미 지난 2월 약사회 내부에서 김구 집행부의 사퇴 운동이 진행된 바 있어 조제료 인하나 일반약 슈퍼 판매가 논란이 지속될 경우 집행부의 사퇴 운동이 다시 전개되리란 전망도 가능하다.

약사회는 결속 강화와 내부 분열을 막기 위해서라도 처방전 리필제와 의약품 재분류 카드 선행을 요구할 가능성이 높다.

약사회는 긴급 이사회 이후 "국민 편익과 건보 재정을 고려한다면 의약품 약국외 판매 논의에 앞서 의약품 재분류를 통한 일반약 확대와 만성질환에 대한 처방전 리필제도가 선행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일반약 시장을 슈퍼에 뺐기더라도 의약품 재분류를 통해 전문의약품을 일반약으로 확보하면 약사회로서는 손해볼 것이 없다는 계산이다.

약사회 관계자는 "일반의약품의 의약외품 전환만을 주장하는 것은 특정 집단의 이익을 보장하는 행위로 즉각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