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제한적 의약품 슈퍼판매 허용 방침과 함께 2001년 이후 한 번도 손대지 안았던 의약품 재분 시스템을 구축하겠다고 밝혀 주목된다.
일단 정부는 의약품 슈퍼판매 허용에 따른 약사회의 반발을 잠재울 카드로 의약품 재분류 카드를 꺼내 든 것으로 관측된다.
약사회는 일반약 슈퍼판매 허용에 앞서 의약품 재분류를 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재분류를 통해 일반의약품을 확대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정부는 전문의약품과 일반의약품 간 상시적 분류 시스템 구축방안을 검토하겠다고 화답했다.
의약분업 이후 의약품분류 조정을 하지 않아 의약분업 전 6대4 수준이던 일반-전문의약품간 비율이 지금은 8대2 수준으로 불균형이 심화됐다는 것이다.
줄곧 일반약 약국외 판매에 앞서 의약품 재분류가 선행돼야 한다고 주장해온 약사회는 정부 발표에 대해 환영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일반약 시장을 소매점에 뺏긴다 해도 재분류를 통해 전문약 시장을 확보하면 크게 손해보지 않는다는 계산에서다.
약사회 관계자는 "의약분업 이후 전문의약품의 일반약 전환이 없었다"면서 "선진국처럼 의약품 재분류를 통해 일반약을 늘려야할 시기가 됐다"고 환영했다.
한편 정부는 일단 현행 '일반-전문의약품' 2분류 체계를 '전문-일반의약품-일반판매 의약품' 3분류 체계로 개편할 것으로 보인다.
약사회는 정부가 의약품 재분류에 나설 경우 전문의약품 가운데 상당수가 일반의약품으로 전환될 것으로 기대하는 눈치다.
그러나 의사협회 생각은 다르다.
의사협회 이재호 전문위원은 "의약품 재분류는 동전의 양면과도 같은 것이다. 전문의약품에서 일반의약품으로 넘어갈 수 있겠지만 반대로 일반의약품에서 처방 쪽으로 전환돼야 할 약도 많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 전문위원은 그러면서 정부가 2001년 의약품 분류 때 쟁점이 되었던 약물들을 일방적 고시를 통해 일반의약품으로 분류한 사실을 상기했다.
외국에서는 전문의약품으로 분류하고 있는 이부프로펜, 무좀약, 스테로이드 등이 일반의약품으로 넘어갔다는 것이다.
그는 "아직 유불리를 따질 때가 아니다. 의약품 재분류 방침을 환영한다"면서 "최소한 지금까지 약화사고가 발생한 일반의약품은 모두 전문의약품으로 전환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따라 의약품 재분류 과정에서 의-약간 치열한 신경전이 벌어질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