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출동①|허위청구 실명 공개된 병의원들
거짓청구 요양기관으로 낙인 찍혀 명단이 공개된 병의원들은 가혹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보건복지부에 게재된 명단들이 인터넷 카페와 블로그에 떠돌아다니고 있어 사실상 폐업이나 잠정 휴업의 운명을 맞을 수밖에 없는 것.
<메디칼타임즈>는 지난 달 복지부가 공개한 거짓청구 요양기관 23곳 가운데 서울에 위치한 5곳을 현장취재했다.
명단 공개 후 환자 발길 '뚝' 폐업 수순
먼저 관악구에 위치한 W의원을 찾았다. 복지부 홈페이지에는 이미 폐업 중으로 나와 있었지만 다른 의원이 들어섰는지 알아보기 위해서였다.
복지부에 나온 주소지만으로는 찾기가 쉽지 않았다. 폐업한 상태라 기존의 간판 등 알 수 있는 표식이 전혀 없었기 때문이다.
인근 약국과 상가에 문의한 결과 W의원이 있던 자리에는 현재 귀금속을 취급하는 상점이 들어선 상태.
새로 문을 연 귀금속 상가 업주는 "전에 의원이 있었지만 6개월 전 폐업을 하고 다른 곳으로 갔다는 말을 전해 들었다"면서 "거짓청구 명단 공개 때문인지는 잘 모르겠다"고 했다.
그는 "상가 자리가 급매로 나왔기 때문에 황급히 의원 자리를 내놓았다는 생각은 들지만 자세한 내막은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다음으로 찾은 곳은 종로구에 위치한 S의원이었다.
명단에는 폐업한 곳으로 나와 있지만 S의원은 진료를 보고 있었다.
복지부에 문의한 결과 대표자가 바뀐 상태이며 기관 명칭은 '신경 정신과'만 빼고 기존 이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는 답변을 들었다.
복지부 관계자는 "명단 공개 시점과 업무정지 등의 처분을 내리는 시점이 같지 않기 때문에 이미 행정처분이 끝난 기관도 있다"면서 "업무정지 처분을 받는다 해도 급여 청구가 아닌 비급여 진료는 가능하다"고 전했다.
번화가 역세권에 위치한 다른 S의원은 비교적 쉽게 찾을 수 있었다.
한층 전부가 의원으로 사용하는지 유리창에 커다란 간판에 의원 명칭이 나와 있어 멀리서도 눈에 띄었다.
하지만 2층으로 올라서니 문은 굳게 닫혀 있었고 대신 개인 사정으로 '임시 휴업'을 하겠다는 안내문이 붙어있었다.
안내문에는 "죄송하지만 본병원은 당분간 휴업에 들어간다"며 "원장님의 개인사정과 병원 확장 이전 문제로 부득이 진료에 지장을 드려 사죄드린다"고 나와 있었다.
'사죄'라는 표현에서 S의원이 문을 닫은 것이 확장 이전 문제만은 아님을 짐작할 수 있었다.
명단 공개 후 절반 폐업…사회적 '낙인' 찍혀
보건복지부는 지난 2010년부터 요양급여비용을 거짓으로 청구한 기관 명단을 복지부와 공단, 보건소 홈페이지 등에 공개하는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환자를 진료한 것처럼 꾸며 건강보험공단에 진료비를 청구한 병의원 가운데 거짓청구 금액이 1500만원 이상이거나 거짓청구 금액 비율이 20% 이상이면 대상에 포함된다.
지난 6월 공표한 명단에는 23개 기관이 포함돼 있지만 이미 13개 기관은 문을 닫은 상태다.
명단 공개 후 6개월이 지나면 복지부와 산하 기관들은 명단을 내리지만 각종 인터넷 카페와 블로그에는 여전히 해당 기관 이름이 떠돌고 있다.
쉽게 말해 한번 거짓청구 요양기관으로 처벌 받으면 사회적으로 '낙인'이 찍히는 것이다.
이날 찾은 노원구의 K의원과 성북구의 J병원은 행정처분 이후 진료를 속개했지만 진료 대기실 풍경은 한산했다.
오후 늦게 찾은 K의원 진료 대기실에는 아무도 없었다. 환자를 30분 넘게 기다려 봤지만 오는 사람은 없었다.
인근 약국 관계자에게 K의원에 대해 묻자 "요즘 찾는 환자들이 준 것 같다"며 "거짓청구 요양기관으로 나왔다고 해도 단순한 청구 착오나 실수일 것이다"고 말했다.
J병원도 한산하긴 마찬가지였다.
어렵게 한 환자를 만나 물어보니 "이곳이 거짓청구를 했는지 자세한 내막은 모른다"며 "환자 입장에서는 의원이 문을 닫으면 내부 사정이나 공사 때문일 것으로 생각하지 행정처분을 받았다고 생각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과거 행정처분을 받은 한 원장은 "명단 공표시 기관 명칭뿐 아니라 원장 이름까지 공개된다"면서 "인터넷에 명단이 돌아다니는 상황에서 진료를 계속한다고 해도 결국은 환자가 줄어들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