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범죄 의사의 10년간 진료 금지를 명시한 아동·청소년 성보호법(아청법)에 대한 개정 주장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지역의사회에서도 진료 상 신체접촉을 둘러싼 성추행 논란이 빚어져 주목된다.
특히 청진과 같은 신체 접촉을 두고 환자 측은 성추행이라고 주장하는 반면 의사 측은 정상적인 진료의 일부라고 일축하고 있어 아청법 적용에 따른 피해자 양산 가능성 논란도 재점화될 조짐이다.
최근 인천지검은 인천 남구의 소아과 A의사를 미성년자 성추행 혐의로 조사중이다.
검찰에 따르면 A의사는 지난 4월 감기 치료를 받기 위해 찾아온 중학생에게 무리한 신체접촉을 하는 등 여중생 3명을 성추행한 혐의를 받고 있다.
해당 여중생들은 A의사가 진찰 도중 성기를 허벅지에 닿게 하는 행위나 청진기를 가슴에 대는 과정에서 성적 수치심을 느끼게 했다고 주장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조사가 진행되고 있는 사건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은 노동당이 나서 철저한 조사로 일벌백계를 요구하는 논평을 내면서부터다.
10일 노동당 인천시당은 논평을 내고 "최근 인천의 모병원 30대 소아과 의사가 감기로 진료를 받으러 온 미성년자인 여중생들을 성추행한 혐의로 조사받고 있다"면서 "의사마저 미성년자의 성추행 혐의로 조사를 받는다니 더욱 충격적"이라고 논평했다.
노동당은 "해당 의사가 성기를 여중생 허벅지에 닿게 하거나 청진기를 가슴에 대는 과정에서 심한 성적 수치심을 느끼게 했다는 것이 피해 여중생들의 동일한 주장"이라면서 "의사가 사실을 부인하고 사과조차 하지 않아 경찰에 신고하게 됐다"고 주장했다.
3명의 여중생들이 당한 성추행 행위가 강도의 차이가 있을 뿐 방식이 동일하다는 점, 여학생들의 진술 정황으로 보아 근거와 신빙성을 갖추고 있어 범죄가 명백해 보인다는 것이 노동당의 판단.
반면 해당 의사는 지역의사회의 고충처리위원회에 억울함을 호소하며 법률 자문까지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진료 중 이경을 들고 귀 안쪽을 보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일어난 신체접촉 행위를 자의적이거나 과도하게 해석해 '성추행' 쪽으로 몰고가는 것은 억울하다는 것.
이와 관련 인천시의사회 오채근 법제이사는 "성추행과 관련돼 억울함을 호소하는 의사들의 상담 사례가 종종 있다"면서 "다만 의사들이 쉬쉬하고 있어 표면으로 드러나지 않은 상태"라고 전했다.
그는 "의료행위 특성상 청진이나 촉진 등은 신체접촉을 전제로 하기 때문에 성적 수치심과 결부될 가능성이 열려있다"면서 "특히 문제는 '성적 수치심'이라는 부분이 자의적으로 해석이 가능하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상적인 청진 행위를 해도 환자의 민감도에 따라 성적으로 수치심을 느꼈다고 고소를 할 수도 있어 명확한 수치심의 법적 규정이나 입증 책임의 범위를 제한해야 한다는 것.
오 이사는 "물적 증거없이 증언만 있는 상황에서도 여성을 피해자로 보고 증언을 우위에 두는 사법부의 시각 역시 선량한 피해자를 양산할 수 있는 구조"라면서 "이런 상황에서 의사들은 방어진료를 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아청법에서 규정하는 성추행이라는 범위 자체가 애매모호할 뿐 아니라 성인 대상의 성범죄도 아청법으로 처벌하는 것도 비논리적"이라면서 "특히 성범죄를 저지른 의사가 10년간 의료기관에 근무할 수 없게 한 것은 과잉처벌에 해당한다"고 꼬집었다.
그는 이어 "진술만이 존재하는 사건인데도 만일 의사들이 10년간 개원도 봉직도 할 수 없는 상황에 처하게 되면 이는 사실상 사형선고와 마찬가지"라면서 "애매모호한 규정으로 악용의 소지가 높은 아청법을 하루 빨리 개정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