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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사도 현대의료기기 사용하라고?" 의료계 황당

발행날짜: 2013-10-15 06:38:50

국감 때마다 선심성 말잔치 되풀이…"국민 건강과 안전 뒷전"

올해 국정감사에서도 일부 국회의원들의 말잔치 때문에 소란스러울 전망이다. 첫 스타트는 한의사의 현대의료기기 사용 주장이 끊었다.

14일 민주당 이목희 의원은 보건복지부 국정감사 자료를 통해 "한의사들도 진찰과 의학적 판단을 위해 안전성이 확보된 X-레이와 초음파 검사를 사용하도록 허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목희 의원
이목희 의원은 "한의약육성법(제4조)에는 국가가 한의약기술의 과학화와 정보화를 촉진하라고 명시돼 있다"면서 "한의협의 대국민 설문조사에서도 국민 87%가 '한방의료에 현대 의료기기가 활용돼야 한다'고 답변했다"며 한의사의 손을 들어줬다.

새누리당 김명연 의원도 같은 입장을 피력했다.

김명연 의원은 "공항 검색대에서 엑스레이가 사용되고 있고, 동물 진료에도 초음파가 쓰이는데 한의사가 간단한 의료기기기를 사용하지 못하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며 "복지부가 의사와 한의사 갈등 문제에 얽매여 있다"고 지적했다.

CT나 MRI 등이 아닌 안전성이 확보된 X-레이나 초음파검사기의 사용은 한방진찰의 의료서비스 질을 높이고 국민의 안전을 위해서도 필요하다는 것.

한의약육성법이나 진단용 방사선 관련 규칙 등을 개정해 저용량 X-레이와 초음파 검사기의 한의사 사용이 가능하도록 규정하라는 의원들의 압박에 복지부는 "노력하겠다"는 애매한 입장으로 마무리했다.

반면 의료계는 국회의원들이 표심을 의식해 선심성 멘트를 날리고 있다며 비판의 수위를 높이고 있다.

설문조사 결과와 같이 과학적 근거가 빈약한 자료를 근거로 한의사의 의료기기 사용 주장을 하는 것은 터무니 없다는 것이다.

의사협회 산하 한방대책특별위원회 유용상 위원장은 "X-레이와 CT는 현대의학에 근거해서 만들어진 산물인데 이를 다른 학문체계를 배운 한의사에게 허용한다는 것은 황당하다"면서 "국회의원들이 과학적 논리와 근거에 기대지 않고 표심에 기대는 행위는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한의협의 대국민 설문조사는 사실이나 과학적 근거가 아니다"면서 "의학과 의료 전문가도 아니면서 어떻게 설문조사를 인용해 섣부르게 현대의료기기 허용 주장을 할 수 있는지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만일 이 의원이 제대로 된 근거와 자료를 가져와 설득할 수 있다면 언제든 끝장 토론을 할 준비가 돼 있다"면서 "국민의 건강과 안전이 달린 문제에 정치 논리가 개입해서는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후유증이 심각해 진다"고 우려했다.

개원의들도 비판의 목소리를 가했다.

개원의사회 모 임원은 "매번 국회가 열릴 때마다 요양급여비 거짓·부당청구 요양기관의 현지조사 등을 소재로 병의원을 부도덕한 집단으로 매도한다"면서 "올해 국감도 병의원 때리기에 골몰하는 모양새가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국회의원 다수는 국민들에게 이슈가 될 만한 쌍벌제나 임의비급여 등의 자극적인 소재에만 골몰한다"면서 "정확한 근거와 자료 없이 선심성 멘트를 남발하는 국감도 이젠 바뀌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