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달서구에 위치한 J외과 원장은 최근 A보험사와 진료비 분쟁 건으로 소송을 진행하고 있다.(2013년 4월 기사)
7개월 전 그는 J원장이라는 익명으로 소개됐다. 민감한 소송이 진행중이라 실명을 공개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번엔 제대로 이름을 밝힐 수 있게 됐다.
방대한 분량의 근거를 수집, 2년간의 노력 끝에 보험사와의 진료비 분쟁에서 승리한 주인공은 바로 '닥터조 제통외과의원'의 조창식 원장이다.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 2년간 매달렸다"
최근 조 원장은
A자보사와 진행한 두 건의 소송에서 모두 승소했다. 그를 '열 받게' 한 사건은 바로 자보사의 황당한 삭감 논리였다.
2011년 A자보사는 "다친 후 15일 이내에 환자에게 신경차단술을 하면 부당한 시술에 해당한다"는 논리를 앞 세워 치료비 지급을 거부했다.
두 건에 걸쳐 받지 못한 금액은 9만 7천원과 6만 5천원. 합해봐야 16만원에 불과한 돈이었다.
참고 넘어갈까도 생각해봤지만
의학적 근거도 없이 15일 이내에 시행한 신경차단술을 부당하다고 주장하는 것을 도저히 납득할 수 없었다.
자동차보험진료수가분쟁심의회에 분쟁 조정을 신청할까 생각도 해봤지만 그는 결국 '멀고도 험난한' 소송을 선택했다.
자보심의회의 인적 구성에서 차지하는 보험업계와 공익위원의 구성 비율이 의사 위원들보다 많기 때문에 어차피 의사에게 유리한 판단은 나오지 않을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여러 동료 의사들 역시 부당한 삭감에 당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되면서 조 원장은
자료 수집에 착수했다.
대형 자보사를 이기려면 감성적 호소보다 근거의 힘으로 맞서야 하기 때문이다.
해외 논문을 포함해 수십여권의 학술 저널을 뒤지기 시작했다. 매주 수요일 스터디 그룹을 만들 정도로 열성을 보였다.
2년간 그가 수집한 자료는 3천여 페이지에 달한다. 근거가 쌓이자 자신감이 생겼다. 이쯤되면 승소할 수 있다는 감이 왔다.
그의 말을 빌리자면 "재판정에 서울대병원 교수가 나와도 논리에서 밀리지 않을 자신이 생겼다"고 할 정도.
"내 몫은 여기까지…의협과 학회도 나서 달라"
그리고 2012년 12월과 올해 4월, 전자소송을 통해 2건 '나홀로 소송'을 제기했다.
하는 김에 욕심도 생겼다. 아예 "혼자만의 싸움이 아니라 의료계 전체가 혜택을 볼 수 있게 하자"는 생각이 들었다.
다른 개원의들을 구제할 수 있는 근거를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에 주무 부서에
신경차단술에 대한 공식 입장을 문서로 수집하기 시작했다.
국토부에서는 "수상 후 2주 이내에 실시한 신경차단술이 부당하다는 법령이나 고시 등이 전혀 없다"는 회신을 받아냈다.
심평원과 복지부에서도 최근 5년간 유사사례에 대해 삭감이 없었다는 회신을 받아냈다.
이런 증거들을 가지고 조창식 원장은
10월에 첫번째 승전고를, 그리고 11월 26일 또다른 승전고를 울렸다.
받아낸 금액은 불과 16만원에 불과하지만 그는 "그 무엇보다 큰 기쁨과 보람을 느낀다"고 심정을 전했다.
그는 "당시엔 변호사없이 혼자 힘으로 소송을 벌이는 게 힘들었지만 지금은 보람을 느낀다"면서 "수집한 근거 자료들을 통해
다른 개원의들이 구제받을 수 있는 길이 생겼다고 생각하면 더할 나위없이 기쁘다"고 밝혔다.
그는 "개원의의 몫으로 할 수 있는 일은 다 했다고 생각한다"면서 "이제 의협과 학회가 나서 근거 자료를 통해 심평원 등의 부당한 삭감 기준에 문제 제기를 해달라"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