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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여 아청법에 발목 잡힐라" 방어진료하는 의사들

발행날짜: 2014-02-04 06:40:06

옷 위로 청진기 대고, 환자 신체 접촉할 땐 간호사 대동

아동, 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아청법)이 시행된 이후 진료실의 풍경은 어떻게 바뀌었을까.

돈을 빌려준 의사를 성추행으로 고소하는가 하면 월급 인상을 요구하던 여직원이 원장을 성추행으로 몰아가는 등 아청법의 악용 사례가 현실화되면서 의사들도 방어진료에 나서고 있다.

옷 위로 청진을 하는가 하면 신체 접촉이 있는 진료 행위에는 간호조무사를 대동하는 등 여러가지 행태가 나타나고 있다.

3일 아청법 적용 소지가 높은 과를 중심으로 문의한 결과 다양한 방어진료의 행태가 나타나고 있었다.

외과를 운영하고 있는 J원장은 아청법이 시행된 이후부터 진료실이나 x-ray 촬영실 문을 열어놓을 때가 많다.

그는 "아청법이 시행된 이후 행여나 있을지 모를 불미스런 사태가 걱정이 된다"면서 "이를 방지하기 위한 문을 열어두는 방식으로 최소한의 방어진료를 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만일 다른 목격자가 없는 진료실에서 여성 환자가 성추행을 당했다고 주장하면 의사 입장에서는 손 쓸 도리가 없다"면서 "정당한 진료 행위도 여성의 진술에 따라 성추행으로 엮일 수 있는 게 지금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J원장은 환자와 신체접촉이 있는 진료행위의 경우 간호사를 옆에 대동시키거나 청진을 할 때도 옷 위로 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는 "애매한 부분이 발생할 것 같으면 아예 간호사나 간호조무사를 부른다"면서 "진료실에는 사실 CCTV가 없지만 만일을 위해 '녹화 중'이라는 안내문을 붙이기도 했다"고 귀띔했다.

비뇨기과를 운영하고 있는 U원장도 의원 곳곳에 CCTV가 녹화 중임을 알리는 안내문을 붙였다. 진료실에는 녹화를 하지 않고 있지만 행여나 불미스러운 일이 생기면 즉각 CCTV가 촬영 중인 데스크로 나와 증거 자료를 확보하기 위해서다.

그는 "진료를 보다가 피습을 당한 비뇨기과 원장의 사례 등 워낙 흉흉한 일들이 많았다"면서 "과 특성상 신체 접촉도 많아 아청법에서 결코 자유롭지도 못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불미스러운 일을 방지하기 위해 총 12대의 CCTV를 설치, 운영하고 있다"면서 "환자 등록시에도 개인정보 제공과 처리에 대한 동의를 받고 있는 형편"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아청법은 의사가 아동과 청소년 대상 성범죄자 뿐만 아니라 성인 대상 성범죄를 저지른 경우 10년간 의료행위를 금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