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dicalTimes
  • 병·의원
  • 대학병원

비뇨기과 수가인상 놓고 복지부-의료계 평행선

발행날짜: 2014-02-15 06:58:00

"전문성 인정 시급" VS "외과·흉부외과에서 했더니 실패했다"

전공의 충원율 25%를 기록하며 추락하고 있는 비뇨기과에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쏟아지고 있지만 복지부는 개별 과목에 대한 지원은 어렵다고 선을 긋고 있다.

이로 인해 수가 인상과 전문약 처방권 보장 등 비뇨기과학회와 의료계의 요구가 현실화되기 까지는 상당한 진통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비뇨기과 대책 시급하다" 의료계 한 목소리

민주당 김용익, 이언주 의원과 대한비뇨기과학회는 14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비뇨기과의 위기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를 주제로 토론회를 열고 각계의 의견을 청취했다.

이 자리에서 의료계는 물론, 학계는 비뇨기과의 몰락의 원인을 지적하고 이에 대한 다양한 대안을 제시했다.

비뇨기과학회 한상원 이사장은 "노인 인구가 급격하게 늘어나면서 배뇨장애 등 비뇨기과 질환을 앓는 인구도 꾸준히 늘고 있다"며 "하지만 비뇨기과 전문의가 급속하게 감소하면서 제대로 된 전문 진료를 받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대다수 의료계 관계자들도 비뇨기과의 위기를 공감했다. 비정상적인 전공의 수급 불균형 문제를 시급하게 바로잡아야 한다는 것이다.

대한의사협회 노환규 회장은 "가톨릭의료원, 세브란스병원 등 대형병원조차 비뇨기과 지원자가 단 한명도 없는 것은 심각한 문제"라며 "비뇨기과 진료 정지 사태가 올 수 있는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대한의학회 김동익 회장도 "상대적으로 힘든 수련생활과 높은 진료 위험을 갖고 있지만 수가가 턱없이 낮게 책정되면서 비뇨기과의 몰락이 가속화되고 있다"며 "정부와 의료계가 지혜를 모아야 하는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비뇨기과 "수가 인상과 전문성 확보 방안만이 해결책"

이를 해결하기 위해 학회가 내놓은 방안은 크게 두가지다. 대폭적인 수가인상과 전문성 확보.

결국 근무 강도에 비해 낮은 수가와 타 진료과들의 진료 침해로 인해 기피 현상이 가속화되고 있는 만큼 이에 대한 지원이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비뇨기과학회 이영구 보험이사는 "경요도 수술의 경우 난이도가 높고 고가 장비를 사용하며 장비의 감가상각이 크다"며 "적어도 수가가 100% 이상 인상돼야 운영이 가능한 수준"이라고 못 박았다.

이어 그는 "정부는 외과, 흉부외과, 산부인과 수가 가산이 전공의 모집에 큰 영향을 주지 않았다고 하지만 2010년 이후 이들 과목들의 충원율은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다"며 수가 인상의 당위성을 설명했다.

아울러 비뇨기과 전문약에 대한 처방 우선권을 보장해 전문성을 확보해주고 경구용 발기부전 치료제의 경우 정신건강의학과와 같은 의약분업 제외 조치가 필요하다는 것이 비뇨기과학회의 입장이다.

비뇨기과학회 이상돈 수련이사는 "전립선 비대증이나 발기부전 치료제 등은 비뇨기과 전문 약물인 만큼 처방 우선권을 줘야 한다"며 "또한 요역학 검사 등은 전문의 판독료를 신설해 전문성을 인정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아울러 정신건강의학과에 의약분업 제외 조치를 내린 것과 마찬가지로 경구용 발기부전 치료제에 같은 배려를 해줘야 한다"며 "이러한 특단의 대책 없이는 비뇨기과의 몰락을 막을 수 없을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전문가들, 같은 듯 다른 듯 다양한 해법 제안

전문가들 역시 비뇨기과의 위기에 대한 해법을 제시했다.

서울의대 의료관리학과 김윤 교수는 "비뇨기과 질환에 대한 수가 인상은 여러 진료과에 지원 효과가 분산될 수 있다"며 "차라리 비뇨기과 전문의가 비뇨기과 질환을 진료할 경우 수가를 가산하는 전문진료과 가산제가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제안했다.

대한의사협회 연준흠 보험이사는 "비뇨기과가 다루는 신장, 방광, 전립선 수술 모두 복부를 통해 수술하고 있다"며 "외과, 흉부외과에 수가를 가산하면서 비뇨기과에 차별을 둘 필요가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또한 체외 충격파쇄석술 시행시 비뇨기과 전문의가 반드시 근무해야 한다는 기준을 마련해 전문성을 보장하는 것도 방법"이라며 "전문병원만이 시행할 수 있는 경요도 내시경 수술의 수가를 충분히 올려주는 것도 비뇨기과 병원을 활성화 시키는 방안이 될 수 있다"고 주문했다.

"개별 진료과에 대한 지원 어렵다" 선 긋는 복지부

그러나 보건복지부는 이같은 위기에는 공감하면서도 수가 인상과 처방권 확보 등의 지원은 어렵다고 확실하게 선을 그었다.

개별 진료과에 대한 지원 문제는 형평성을 고려할 수 밖에 없다는 의견이다.

복지부 의료자원정책과 고득영 과장은 "학계에서 수가 인상을 요구하고 있지만 개별 과목에 특정 수가를 인상하는 부분은 이미 외과, 흉부외과의 사례처럼 실패로 돌아갔다"며 "또한 이러한 개별적 지원을 의료계 전체가 인정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진료영역 침범을 막아 전문성을 확보해 달라는 요구도 불가능하다는 것이 복지부의 입장이다.

고 과장은 "진료 영역 침범은 의료계 내부적으로 자정해야 할 부분이지 법적, 제도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며 "산부인과 전문의에게 요실금 수술을 하지 말라고 막을 근거가 어디에 있느냐"고 반문했다.

이에 따라 그는 특정 과목에 대한 지원보다는 의료계가 합의할 수 있는 다양한 대안을 만들겠다고 공언했다.

고득영 과장은 "의료계의 의견수렴을 거쳐 상대가치와 건강보험 지불제도 개편을 준비중에 있다"며 "이 과정에서 고난도 비뇨기과 수술에 대한 수가 인상도 논의될 수 있지 않겠냐"고 전했다.

이어 그는 "비뇨기과학회는 의료게와 국민들을 설득할 수 있는 의학적인 근거와 경제적 분석 등을 준비해 가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