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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공의 주 80시간 무용지물…병원들 '눈가리고 아웅'

발행날짜: 2014-04-24 12:05:55

근무시간 동일, 서류만 조정…"대체인력과 수가 없이 불가능"

전공의 근무시간 상한제 등을 담은 수련제도 개편안이 이달부터 시행됐지만 대다수 전공의들은 이를 실감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대다수 수련병원들이 수련 일정과 당직표 등은 서둘러 변경했지만 실제로는 반영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1일 '전문의 수련 및 자격 인정 등에 관한 규정 일부 개정령'을 공포했다. 전공의 근무시간 상한과 당직 수당 지급 등이 골자다.

수련제도 개편안 주요 내용
만약 법안에 명시된 주당 수련시간 상한선과 당직 수당 등을 지키지 않으면 전공의 정원에 페널티가 가해지며 계속되는 시정 명령을 어길 경우 수련병원 자격이 박탈될 수 있다.

그러나 현재 대다수 수련병원들은 근무시간 조정 등을 하지 못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로 인해 전공의들의 불만은 날이 갈수록 더해져만 가고 있다.

A수련병원 전공의는 "당직비는 받아봐야 알겠지만 근무시간은 크게 변한 것이 없다"며 "근무표가 내려오긴 했지만 사실 의국 분위기상 근무시간 마쳤으니 들어가겠다고 할 수가 있느냐"고 반문했다.

또 다른 전공의도 "사실 근무시간은 그리 변하지 않았다"며 "하지만 교수들이 다소 눈치를 보는 경향은 있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병원들은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다고 하소연 하고 있다.

B대학병원 보직자는 "내과야 전공의가 어느 정도 있으니 그나마 조정이 가능한데 외과계는 어떻게 조정할 수 있는 여력이 없다"며 "최대한 조정하려 하고 있지만 1~2명에 불과한 전공의로 뭘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하지만 이들 병원들도 이미 당직표와 근무시간 등을 서류상으로 조정해 놨다는 점에서 눈가리고 아웅하고 있다는 비판은 면하기 힘들어 보인다.

이 보직자는 "우선 수련규칙은 만들어 놓은 상태"라며 "우선 5월에 복지부에 제출은 해야 할 것 아니냐"고 털어놨다.

그는 이어 "대다수 수련병원들이 같은 상황일 것"이라며 "대체인력, 수가를 조정해 준다하고는 아무런 대책도 만들어 주지 않으니 방법이 있겠냐"고 푸념했다.

이번 개정안 부칙에 따르면 모든 수련병원은 오는 5월 31일까지 제12조 개정규정에 따른 수련규칙을 작성해 복지부장관에게 제출해야 한다.

결국 복지부에 자료를 내야 하니 서류상으로 수련 규칙은 바꾸고선 실제로는 이를 적용하지 않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이미 수련규칙을 마련하고 이를 적용하고 있는 곳도 있다. 삼성서울병원이 대표적인 경우.

삼성서울병원은 최근 전공의 주당 80시간 근무시간 상한제를 비롯해 당직 수당 등을 확정하고 이를 모든 진료과목 주임교수들에게 내려보냈다.

삼성서울병원 관계자는 "이미 올해 초 개정안에 맞춰 수련규칙을 만든 상태"라며 "현재 무리없이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원래 우리 병원은 모든 수술에 교수 집도가 확립돼 있고 전임의 수도 적지 않아 전공의들이 차지하는 업무 비중이 그리 크지 않았다"며 "충분히 변경된 개정안에 맞출 수 있는 여력이 된다"고 덧붙였다.

상황이 이렇게 돌아가자 대한전공의협의회 등도 현황 파악에 집중하고 있다. 이미 법이 공포됐다는 점에서 이를 지키지 않는 병원에 대해 제재가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대전협 장성인 회장은 "이미 일부 병원에서 전공의들의 민원이 접수되고 있는 상태"라며 "엄밀히 현황을 조사하고 전공의들이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조치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또한 조만간 구성될 전공의 수련평가 기구를 통해 서류만 교묘히 조작한 병원들을 색출할 것"이라며 "아울러 당직표 모으기도 지속하고 있는 만큼 이를 통해 병원에 압박을 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