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당 80시간으로 전공의 근무시간을 제한하는 수련제도 개편안이 시행된지 두달이 다 되어가고 있지만 실제 수련 현장에서는 혼란이 지속되고 있다.

특히 실제로 이를 적용하고 있는 병원과 도입하지 못한 병원의 전공의들간 의견이 갈리고 있는데다 저년차와 고년차간에도 의견차가 커 갈등이 생겨나는 모습이다.

수련제도 개편안 무관심한 병원…전공의 민원 폭발

12일 대한전공의협의회 등에 따르면 수련제도 개편안이 시행된 이후 일선 전공의들의 불만과 민원이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대전협 관계자는 "전국 전공의들이 다양한 민원을 제기하고 있어 협회 차원에서 이에 대한 대책을 논의중에 있다"며 "사실 급변하는 제도인 만큼 갈등이 없을 수는 없지 아니겠냐"고 말했다.

현재 제기되고 있는 민원의 대다수는 수련병원들이 수련제도 개편안의 항목을 전혀 반영하지 않고 있다는 불만이다.

복지부가 지난 4월 공포한 전공의 수련 및 자격 인정등에 관한 규정 일부 개정령에 따르면 각 수련병원들은 주당 수련시간 상한선은 물론, 당직 수당 등을 규정에 맞춰 변경해야 한다.

또한 만약 이를 지키지 않을 경우 전공의 정원이 감축되며 계속해서 시정 명령을 어길 경우 수련병원 자격이 박탈된다.

그러나 대다수 수련병원들이 대체인력 확보 등의 어려움을 들어 근무시간을 조정하지 않으면서 전공의들의 불만이 늘고 있는 것이다.

대전협 관계자는 "현재 일부 수련병원들은 수련제도 개편안에 맞춰 근무시간을 조정했지만 대다수 병원들은 과거와 달라진 것이 없다"며 "전공의들이 이에 대한 불만을 쏟아내고 있는 상황"이라고 털어놨다.

적용한 병원도 반발 거세…형평성 문제 제기

문제는 수련제도 개편안에 맞춰 근무시간을 조정한 병원에서도 민원이 들어오고 있다는 점이다. 과거 개편안 검토 시점부터 제기됐던 문제들이 터져나온 것이다.

이미 주당 100시간 이상 근무를 하며 저년차를 버텨온 고년차들이 형평성 문제를 제기하고 나선 것.

대전협 관계자는 "의외로 많은 고년차들이 민원을 제기하고 있다"며 "수련제도 개편안이 시행되면서 오히려 근무가 늘었다는 불만이 대부분"이라고 귀띔했다.

그는 이어 "특히 과거 전문의 시험 준비를 위해 하반기에 오프를 주던 관행이 없어지면서 이에 대한 불만이 팽배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같은 불만은 고년차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고년차를 배려하다보니 저년차 전공의들이 상대적 불이익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수련제도 개편안에 따르면 당초 레지던트 1년차부터 순차적으로 적용 예정이었던 최대 연속 수련시간, 응급실 수련시간 등에 대한 규정이 모든 전공의로 대상이 확대됐다.

하지만 수련병원들이 고년차를 배려하기 위해 이러한 규정을 우선적으로 적용하다보니 저년차 전공의들의 반발하고 있는 것이다.

대전협 관계자는 "각자가 처한 상황에 따라 민원이 나오고 있어 고민되는 부분이 많다"며 "우선 전공의들이 피해를 입을 경우 강력 대처한다는 원칙만 세워놓은 상태"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특히 만약 고년차 전공의들에게 불이익을 줄 경우 당직비 단체 소송 등으로 수련병원을 압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