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룡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일찌감치 출마를 공표한 박종훈 고대의대 교수에 이어 추무진 전 의협 정책이사(서울의대)도 출사표를 던졌다.
여기에 가정의학과의사회 유태욱 회장(연세 원주의대)도 출마쪽으로 가닥을 잡으면서 보궐선거는 'SKY의 3파전'의 양상으로 흘러가고 있다.
13일 유태욱 가정의학과의사회 회장 측근에 따르면 유 회장은 이번 보궐선거에 출마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유 회장은 연대의대를 졸업하고 동대문구의사회 총무이사를 역임하다 2006년 동대문구의사회장에 당선됐다. 임기 후 2009년 재임을 노렸지만 윤석완 신임 회장의 선출로 고배를 마셨다.
또 2012년 대한개원의협의회에 출사표를 던졌지만 김일중 회장의 벽을 넘지 못했다.
현재 가정의학과의사회 수장으로 있는 유 회장은 노환규 전 의협 회장과 함께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으로 일하는 등 온건파 보다 저돌적인 '개혁파'로 분류된다.
대개협 회장 출마 당시에도 변화와 혁신, 행동을 통해 강한 대개협을 만들겠다며 지지를 호소한 유 회장은 대개협의 법적 지위 향상과 의학회 정도로의 독립성 확보 등을 공약으로 내세운 바 있다.
이미 일부 측근들에게 출마 의사를 밝히고 후보자 추천서도 수령한 까닭에 유 회장은 후보자 등록 기간인 오는 15일부터 17일 사이에 출마를 선언할 것으로 점쳐진다.
한편 13일 추무진 의협 정책이사도 노환규 전 의협회장, 방상혁 전 의협 기획이사를 선거캠프에 영입, 출마의사를 공표했다.
추 이사는 서울의대 졸업 후 충북대·순천향 의대교수를 거쳐 2002년부터 메디서울 이비인후과를 개원해 운영해 오고 있다.
또 용인시의사회장, 경기도의사회 보험이사로 일했다. 2011년도에는 경기도의사회 회장직에 출사표를 던졌다 고배를 마신 바 있다.
이날 추 이사는 "의사가 의사답게 진료하고 존경받는 의사가 되도록 환경을 만들겠다"면서 "의료가 바로 서서 행복한 진료가 되도록 하겠다"고 출마의 변을 밝혔다.
추 이사는 노환규 전 의협 회장과 방상혁 전 의협 기획이사를 각각 선거대책위원장과 선거캠프 대변인으로 영입한 만큼 당선시 전임 집행부의 '현신'이 될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고 있다.
측근의 평가는 대체로 합리적이고 부드러운 인물로 모아진다.
중간에 의협 이사진으로 들어왔지만 기존 이사진과 마찰없이 회무를 수행한데다가 대학교수 경험과 개원의 경험을 통해 의료계 전반의 통찰력을 갖춘 것으로 평가받는다.
앞서 고대의대 박종훈 교수도 '비정상화의 정상화'를 기치로 선거판에 뛰어들었다.
박 교수는 고대의대를 졸업하고 원자력병원 정형외과 과장, 모교인 고대 안암병원 정형외과 교수, 고대의료원 대외협력실장·부원장 등을 역임했다.
측근에 따르면 박 교수의 장점은 오랜 대학교수 활동을 통해 누구보다 전공의 처우 개선 문제에 관심을 갖고 있다는 것.
의학교육인증평가원 위원으로 일한 바 있는 박 교수는 전공의 수련 환경 개선에 공감하고 이에 대한 실질적인 정책 대안까지 구상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박 교수는 올해 초 국회 토론회에서 노환규 전 의협 회장과 의료 민영화를 둘러싼 논쟁을 벌이면서 '안티 노환규의 아이콘'으로 급부상했다.
이를 인식한 듯 박 교수는 "당선시 노 전 회장이 추구했던 제왕적 시스템과 왜곡된 대정부 투쟁의 아젠다를 바꾸겠다"는 발언을 통해 노 전 회장과 분명한 선을 그었다.
대의원회와 시도의사회를 중심으로 한 온건·보수파들이 노환규 회장의 불신임을 이끌어낸 만큼 박 교수를 중심으로 '안티 노환규' 세력이 결집할 가능성도 점쳐지는 대목.
후보자들의 출신 모교가 서울대(추무진), 고려대(박종훈), 연세대(유태욱)인 까닭에 사실상 의협 보궐선거는 'SKY'의 싸움인 동시에 노환규 파 대 반 노환규 파의 접전이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