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설] 의료기관 1인 1개소 개설 판결 쟁점
1의사 1개소 개설을 위반한 의료기관에는 요양급여 비용청구를 할 의무가 없다는 법원의 판결에 따라 기존에 이중개설 및 운영을 해왔던 의료기관 상당수가 요양급여 환수에 빨간불이 켜졌다.
이는 1인 1개소 개설 관련 의료법이 개정된 이후 첫 판결로 법원이 향후 2심, 3심 재판에서도 1심 판결과 같은 입장을 유지할 경우 해당 의료기관에 상당한 타격을 줄 가능성이 높다.
최근 서울행정법원은 의료법 제33조 제8항(의료인의 이중개설 및 운영 금지, 1인 1개소 개설)을 위반했다는 이유로 안산 튼튼병원이 건보공단에 청구한 요양급여 비용을 지불할 의무가 없다고 판결했다.
즉, 1인 1개소 개설을 위반한 의료기관은 의료법 규정에 따라 진료하지 않았으므로 요양급여를 인정한 수 없다는 것이다.
의료기관 대규모 환수 사태 '빨간불'
더 큰 문제는 이번 판결을 근거로 이미 청구한 요양급여분에 대해서도 환수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점이다.
특히 이중개설 및 운영 의료기관 상당수는 네트워크병의원으로 일반적으로 환자가 많고 대규모로 운영해왔기 때문에 환수액 또한 상당할 가능성이 높다.
다시 말해 해당 의료기관은 환수액을 감당하지 못해 병원 운영을 하기 어려워질 수도 있다는 얘기다.
실제로 이번에 소송에서 패소한 안산 튼튼병원은 한달 외래환자 5437명, 입원환자 293명으로 건보공단에 급여청구액이 월 3억원이 넘는다.
그렇게 되면 이중개설 및 운영 위반에 따른 벌금은 2천만원에 불과하지만 지급 거부된 진료비는 3억원을 훌쩍 넘어 병원의 금전적 부담이 커진다.
건보공단 김준래 변호사도 "이번 판결이 의미 있는 이유는 이중개설 및 운영 규정을 위반한 의료기관의 급여비용을 부당이득금으로 보고 환수해도 되느냐를 법원이 결정한 첫번째 판결이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그는 이어 "이와 관련해 요양급여비용을 지급한 부분에 대해 진행 중인 소송에 대해서도 동일하게 판결이 날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1인 1개소 위반 의료기관=사무장병원'인가
이번 판결에 따라 법적으로 이중개설 및 운영 병원을 사무장병원과 동일시해서 볼 것인가를 두고 의료계 내부에서도 찬반논란이 일고 있다.
법원은 비의료인 의료기관을 개설, 운영하는 사무장병원에 대해 요양급여청구를 인정하지 않듯이 의사라고 할지라도 의료기관을 이중개설 및 운영하는 것에 대해 급여청구를 거부할 수 있다고 판결했다.
이를 두고 일명 유디치과법을 처음 주장했던 치과의사협회 한 관계자는 "1인 1개소 개설 규정을 어긴 병원은 사무장병원으로 보는 게 맞다"면서 "의사라고 할지라도 타인의 명의를 빌려 개설, 운영하는 것은 위법하다"고 꼬집었다.
그는 "의료법을 어긴 의료기관에 대한 급여청구 환수는 당연하며 더 나아가 이미 지급한 부분에 대해서도 환수해야한다"고 말했다.
반면 중복 개설 병원들은 의료인의 의료기관 중복개설을 사무장병원과 동일하게 볼 수 있는지, 의료기관 개설 이외 운영하는 부분까지도 제한 하는 게 적절한 지에 대한 헌법소원을 진행 중이다.
법무법인 세승 현두륜 변호사는 "이번 판결에 대해 항소는 물론 헌법소원까지 제기하고 있어 지켜봐야한다"고 전했다.
비급여 질환 1인 1개소 개설 위반 의료기관은 사각지대?
이번 판결을 두고 급여 진료과 의료기관은 바짝 긴장하는 반면 비급여 진료과 의료기관은 내심 안도하는 분위기다.
요양급여 비용을 환수하면 급여 진료과는 직격탄을 맞겠지만 비급여 진료과 의료기관에 대해서는 벌금 이외 타격이 없기 때문이다.
결국 비급여 진료과는 급여과에 비해 이중개설 및 운영과 관련한 의료법 규정에 대한 부담을 덜었다.
모 성형외과 관계자는 "비급여 진료과목은 급여청구액이 크지 않아 환수에 대한 부담이 크지 않은 게 사실"이라면서 "일단 이후 법원의 판결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했다.
의사 직업 수행의 자유 침해 논란
또한 이번 판결로 의료기관 1의사 1개소 개설 관련 의료법은 의사의 직업 수행의 자유를 침해할 소지가 짙다는 주장이 거듭 제기됐다.
건보공단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안산 튼튼병원 박모 원장은 "지난 2008년 개정된 의사가 어떤 명목으로도 2개 이상의 의료기관을 개설, 운영할 수 없다는 의료법 규정은 의료인의 직업 수행의 자유는 물론 재산권을 침해할 여지가 있다"고 주장했다.
모 중소병원장은 "사실 문제의 핵심은 1인 1개소 의료기관이 아니라 이들의 과잉진료를 어떻게 막을 것인가 하는 것 아니냐"라면서 이중개설 및 운영에 관한 의료법 규정에 대해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