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수련병원에서 근무중인 전공의들의 실제 업무를 파악하기 위한 전수조사가 진행된다.
주당 80시간 근무시간 상한제에 따른 대체인력 확보 방안의 일환이지만 전공의들의 수련실태가 낱낱이 밝혀진다는 점에서 논란이 적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대한병원협회는 최근 이같은 전수조사를 위한 TF팀을 구성하고 병원경영연구소에 이에 대한 연구를 의뢰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따라 병원경영연구소는 조만간 설문조사를 위한 문항을 확정한 뒤 대한전공의협의회를 통해 전공의들의 실제 근무 실태와 업무 분석을 진행할 계획이다.
이번 설문조사의 가장 큰 축은 전공의들이 실제 맡고 있는 업무를 파악하는 것이다.
각 수련병원들이 의례적으로 제출하는 평가지가 아닌 실제 전공의들의 목소리를 통해 가감없이 업무를 들여다보겠다는 취지다.
그래야 전공의들이 맡고 있는 잡무가 무엇인지, 또한 꼭 의사가 해야할 일이 무엇인지 명확하게 구분을 지을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병협 관계자는 "전공의 업무를 의사가 꼭 해야할 일과 간호사가 해도 되는 일, 행정직이 맡아야 할 일로 구분해야 대체인력 확보에 대해 논의할 수 있다"며 "업무를 모두 의사로 대체할수도, 간호사로 대체할 수도 없는 만큼 이같은 연구는 필수적"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이번 연구가 마무리된 후에야 어느 직종이 얼마나 필요한지 예측이 가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설문이 진행되면 실제 전공의들의 업무가 낱낱이 공개된다는 점에서 역풍을 맞을 가능성도 배재할 수는 없다.
만약 전공의들이 굳이 의사가 해야할 일이 아닌 업무를 과중하게 하고 있었다는 것이 밝혀지면 수련병원들이 비난을 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
결국 병협과 수련병원들 입장에서는 대체인력 확보를 주장하기 위해 자신들의 치부를 드러내야 하는 딜레마에 빠지는 셈이다.
대전협 관계자는 "물론 일부 병원의 잘못된 사례가 드러날 수 밖에 없다고 생각한다"며 "하지만 수련환경 개선을 위해 모두가 잘해보자고 하는 연구인 만큼 이를 문제삼기 보다 개선을 위한 기반 연구로 활용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