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 = 인턴 폐지 논의 재점화|
인턴제도 폐지를 결사 반대하던 의대생들이 수련제도개편 협의체를 구성하자고 제안하면서 다시 한번 논의가 재개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그러나 과거에도 의대생들간에 의견 충돌로 결국 인턴제 폐지 논의 자체가 무산됐다는 점에서 도돌이표만 그리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180도 바뀐 의대생들…수련제도 개편 협의체 발족 건의
대한 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 학생협회는 최근 대의원총회를 개최하고 수련제도 개편 협의체를 구성하는 안을 의결했다.
보건복지부와 대한의학회, 대한병원협회, 대한전공의협의회, 한국 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 등 유관기관 모두가 모여 인턴제 폐지에 대해 머리를 모아보자는 것이 협의체의 골자다.
의대협은 협의체에 주도적으로 나서 인턴제 폐지의 부작용을 줄이고 의대생들이 만족할 만한 제도 개선이 이뤄지도록 노력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의대협 함현석 회장은 "최대한 의대, 의전원 학생들이 협의체에 참여할 수 있도록 배려해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방안을 찾는 것이 목적"이라며 "8월 중 발족을 계획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과연 이러한 복안이 제대로 실현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협의체가 아니라 의대생들의 중론이 관건이기 때문이다.
인턴제도 폐지를 골자로 하는 수련제도 개편안은 교육부가 의료계의 의견을 받아들여 2010년 의학회에 연구 용역을 맡기면서 본격화되기 시작했다.
이에 맞춰 복지부는 2012년 의협과 병협, 의학회, 의대학장협의회, 대전협 등이 참여하는 TF팀을 구성해 구체적인 일정을 조율하기 시작했고 2015년 폐지를 확정했다.
그러나 문제는 엉뚱한 곳에서 튀어나왔다. 의대생들이 자신들의 의견을 듣지 않고 인턴을 폐지할 수는 없다고 결사 반대 입장을 들고 나왔기 때문이다.
이에 대한 방안을 고민하던 복지부는 결국 전국 의대생을 대상으로 하는 전수조사를 실시했지만 2015년부터 2016년, 2018년으로 의견이 나뉘며 결국 결론을 내지 못했다.
그렇게 인턴 폐지 논의가 표류하면서 이를 추진하던 TF팀은 결국 뿔뿔히 흩어졌고 논의를 주도하던 진영 전 장관까지 자리에서 물러나며 인턴제도 폐지는 사실상 논의가 중단됐다.
Again 2012…"장관 아니면 건드리기 힘든 문제"
이러한 가운데 의대협이 또 다시 협의체를 구성하자고 제안했다는 점에서 실효성에 대한 의구심이 증폭되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의대협이 제안한 협의체는 이미 2012년 수련제도 TF팀과 참여 기관과 논의 구조 면에서 다를 것이 전혀 없다.
또한 협의체에서 논의될 안건 또한 2012년 당시와 다르지 않다. 인턴 폐지를 위한 시기와 방법, 이후 교육체계 등 당시 논의 내용과 대동소이하다.
특히 의대생들의 중론이 모아지지 않았다는 것이 가장 큰 걸림돌이다. 의대협이 각 의대 학생회장들의 모임이기는 하지만 의대생들의 뜻을 대변한다고 말하기는 대표성에 한계가 있다.
결국 2012년과 비교해 한발짝도 나아가지 못했다는 뜻이다.
대한의학회 관계자는 "이미 제도가 꼬일대로 꼬여버렸고 당시 이를 설계한 공직자들도 모두 자리를 떠났는데 논의가 진행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각자의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있는 문제라는 점에서 장관급 이상이 밀고 나가지 않는 한 결론짓기 힘든 문제"라고 털어놨다.
이러한 지적에 대해 의대협도 일정 부분 수긍하는 분위기다. 하지만 의대생들의 반대로 인턴 폐지가 무산됐다는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함 회장은 "물론 그동안 인턴 폐지 등을 논의한 협의체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며 "의대협은 그동안 중단된 협의체의 논의를 다시 한 번 시작하자는 의미"라고 밝혔다.
이어 그는 "당시 의대생들이 반대 의견을 낸 것은 인턴 폐지에 대한 반발이 아니라 의견 수렴 과정에 대한 지적이었을 뿐"이라며 "충분한 논의를 진행하며 우려되는 부작용을 줄여간다면 올바른 방향으로 제도를 정비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