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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 병원 교수직 의미 없어, 개원이냐 봉직이냐 고민중"

발행날짜: 2014-09-12 06:01:41

상급종병 재지정 교수들 촉각…교수 위상·연구논문 차질 우려

"3차 의료기관에서 2차병원이 되면 교수직을 맡은 의미가 있겠나. 만약 그렇게 된다면 더 이상 이 병원에 머무를 이유가 없을 것 같다."

상급종합병원 재지정을 앞둔 병원 교수들의 반응이다.

사진은 기사내용과 무관함
병원계에 따르면 상급종병 지정과 관련, 각 병원마다 생존 전략을 펼치고 있는 가운데 교수들도 재지정 여부에 따른 거취 문제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특히 명성이 높고 환자군을 확보한 시니어급 교수보다 이제 연구실적을 높여나가고 있는 주니어 교수들의 충격이 더 클 것이라는 게 교수들의 전언이다.

심지어 일각에서는 벌써부터 상급종병 지정이 취소되면 개원을 하거나 교수직을 버리고 일반 병원 봉직의로의 이동을 검토하겠다는 목소리까지 새어나오고 있다.

상급종합병원 지정 경쟁이 치열한 서울·경기권, 경남권 의료기관들은 당장의 수익을 감내하더라도 중증도를 높여 상급종병 지정에 사활을 걸겠다는 분위기.

특히 상급종병 지정은 병원뿐만 아니라 교수 개인에게도 상당한 의미로, 본인이 근무하는 병원이 3차병원 간판을 사수할 것인지가 최대 관심사로 부각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교수들 "중증환자 줄면 논문발표도 어려워"

이처럼 교수들이 예민하게 반응하는 것은 2차, 3차인가에 따라 교수의 위상자체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A대학병원 내분비내과 교수는 "사실 대학교수라고 하면 다 비슷한 수준인데 병원 규모로 능력을 평가받는 것 같아 씁쓸하다"며 "만약 2차병원으로 전락하면 환자들도 3차병원을 내원할 때와 달라질텐데 생각만해도 한숨이 나온다"고 토로했다.

그는 "지금 근무하는 병원도 암 환자 수가 적어서 그렇지 치료를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3차 지정이 취소되면 중증 환자가 줄어들 것이고 이는 결국 대형병원 쏠림만 더 부추길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대학병원 안과 교수는 "그나마 시니어급 교수들은 이미 환자군을 확보하고 있어서 큰 영향이 없겠지만 젊은 교수들은 회의감이 클 것"이라며 "개원이나 봉직의로 돌아설 수 있다"고 내다봤다.

2차병원이 되면 '교수'라는 타이틀이 무의미해지고 중증도 있는 환자도 감소할텐데 굳이 대학병원에 머무를 이유가 없다고 판단, 새로운 길을 택할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교수 위상이 추락하는 것 이외에도 환자군 변화에 따라 연구에 차질이 빚어질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C대학병원 교수는 "2차병원은 3차병원에 비해 중증도가 낮고 환자도 많지 않기 때문에 좋은 논문을 쓸 수 있는 가능성이 낮아질 수 밖에 없다"면서 "이런 식으로 연구의 폭이 좁아지다보면 교수들은 더욱 더 회의감에 빠져들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수십년간 3차병원으로서 역할을 해왔고, 병원의 하드웨어도 그에 맞춰 유지해온 게 있는데 중증도 등 기준에 부합하지 않으면 지정을 취소하는 게 옳은 것인지 묻고 싶다"면서 거듭 씁쓸함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