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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압산소치료기 멸종 상태…CO중독·잠수병 치료 '비상'

발행날짜: 2014-09-13 05:35:03

전국 9대뿐, 3~4시간 응급 이송 다반사…"수가 개선 시급"

일산화탄소 중독이나 잠수병 치료에 필수적인 고압산소치료기가 전국에 고작 10대도 남아 있지 않아 대책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즉각적인 치료가 필요한 질환임에도 치료기가 있는 곳을 찾아 3~4시간을 이송해야 하는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는 것. 전문가들은 정부의 지원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대한화상학회 관계자는 12일 "전국 의료기관에 고압산소탱크가 고작 10개도 남지 않은 상황"이라며 "이로 인해 지방에서 서울까지 응급환자를 이송하는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고압산소탱크는 100% 농도의 산소를 고압으로 1시간 이상 환자에게 주입해 폐 기능을 급속도로 높이는 기기다.

급성 일산화탄소 중독이나 잠수병 등 신체의 산소 농도를 급격히 올려야 할 경우 응급처치에 필수적인 장비지만 이제는 전국에 10여개도 남아있지 않다.

과거 연탄을 난방 연료로 사용하던 시기에는 왠만한 응급실이 모두 기기를 구비해 수백대가 운영됐지만 보일러 시대가 열리면서 환자가 줄자 대부분 의료기관들이 이를 정리한 것이다.

하지만 과거에 비해 환자가 줄었을 뿐 캠핑 문화 발달 등으로 번개탄으로 인한 일산화탄소 중독 환자가 전국적으로 수천명씩 나오고 있다는 점에서 문제가 되고 있다.

화상학회 관계자는 "실제로 전북에서 일산화탄소 중독으로 응급실에 실려온 환자가 고압산소치료기가 없어 전남까지 이송되는 사례가 있었다"며 "큰 문제없이 치료가 가능한 환자가 뇌손상을 입을 수 밖에 없다는 것"이라고 전했다.

그렇다면 의료기관들이 서둘러 고압산소탱크를 정리한 이유가 뭘까.

가장 큰 원인은 역시 수가다. 기기값만 1억원이 넘고 이를 운영하기 위해 2사람 이상의 인력이 필요하지만 이에 반해 수가는 턱없이 적기 때문이다.

실제로 평균적으로 고압산소치료를 실시하는 1시간 30분 동안 전담 인력이 탱크 옆에서 산소 농도를 조절해야 하지만 수가는 3만원 수준에 불과하다.

그나마 이 수가도 20년전에 정해진 이후 전혀 조정되지 않고 있다. 시설비는 커녕 인건비도 충당할 수 없는 비용을 감당하며 탱크를 운영해야 할 필요성이 없는 것이다.

화상학회 관계자는 "취급제약도 많은데다 인건비도 나오지 않는 수가를 받고 어느 의료기관이 고압산소탱크를 구비하겠느냐"며 "정부의 인식 개선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미국이나 유럽 등에서는 정부가 운영비와 인건비의 대부분을 지원하며 고압산소탱크를 사실상 의무 보유하고 있다"며 "공공적인 목적으로 인정해 대폭적인 수가 조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