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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환자는 만나야 한다"…'살벌' 버리고 '감성'

발행날짜: 2014-10-06 06:05:46

의협 비대위 "부정적 문구로 국민 동의 힘들어…국민을 의사편 만들 것"

http://www.youtube.com/embed/o37g789pLVA


"히포크라테스 선배님, 저희 아직 꼿꼿합니다."
- 우리는 선서했다. 그래서 (원격의료에) 반대한다.


의사협회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가 '말살', '강행', '죽이는 행위', '죽음' 등의 살벌한 문구를 버리고 "의사는 환자를 만나야 한다"는 감성적이면서 간결한 어조로 원격의료 저지 대국민 설득 작업에 나섰다.

그간 의료계의 정부 정책 반대 투쟁에 살벌한 문구가 중구난방으로 등장하며 목소리 통일이 어려웠다는 점에서 의사들도 이번 캐치프레이즈 정리에 환영하는 분위기다.

5일 비대위는 오후 3시부터 의협 회관 3층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원격의료 반대 의견과 향후 투쟁 방향을 설명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이날 비대위는 원격의료 반대 저지를 위한 대응의 일환으로 대국민 캠페인 진행을 공개했다.

비대위가 공개한 캠페인에는 ▲원격의료의 문제점을 담은 동영상 제작·배포 ▲진료실에 붙일 수 있는 캠페인 문구 삽입 스티커 제작 ▲대국민·회원 교육 자료 배포 등이 포함됐다.

대국민 교육 자료와 스티커·동영상 등에서 눈에 띄는 점은 국민의 눈높이에 맞춰 원격의료의 문제점을 한 문장으로 간추려 '공감'과 '감성'의 부분을 건드렸다는 데 있다.

비대위는 "더 이상 살벌한 문구와 부정적인 어조로는 국민 공감을 얻을 수 없다"며 간결한 캐치프레이즈로 국민들을 의사의 편으로 이끌어 정부의 일방적인 원격의료 입법 추진을 막아내겠다고 밝혔다.

실제로 비대위가 제작한 시리즈 포스터에는 의사가 환자를 진료하는 사진 한 장에 '오진 가능성이 큰 원격의료 반대'라는 간결한 문구를 덧붙여 여러 주장들을 함축하고 있다.

다른 포스터에서는 "히포크라테스 선배님, 저희 아직 꼿꼿합니다. 우리는 선서했고 그래서 반대합니다"라는 감성을 자극하는 문구를 선택했다.

과거 의료계가 제작한 포스터는 대부분 의료계가 정책에 반대하는 이유와 근거들을 텍스트 문장으로 길게 늘여뜨렸다는 데 비하면 확연한 차이를 보인 셈이다.

비대위가 제작한 대국민 포스터 중 일부
비대위 이철호 공동위원장은 "의사는 환자를 만나야 한다는 슬로건은 함축적으로 대면진료의 중요성을 강조한 것이다"면서 "정부가 원격의료 등 IT 기술을 통해 대면진료를 막고 있기 때문에 이를 강조하기 위한 방편으로 이런 대국민 캠페인을 기획했다"고 밝혔다.

비대위 회의에 참석하며 캠페인 컨텐츠 구성에 주도적인 역할을 한 정철 카피라이터는 "의료계가 외쳐야 할 한마디는 반대라는 것 밖에 없지만 반대가 주는 부정적이고 배타적, 집단이익이라는 느낌 때문에 이런 부분을 해소할 수 있는 열쇠를 찾는데 심혈을 기울였다"고 전했다.

아직 캠페인에 돌입하진 않았지만 분위기는 긍정적이다.

이날 간담회에 참석했던 서울시개원내과의사회 김종웅 회장은 "의약분업 때는 의사들의 목소리가 다 달랐고 정확하게 짚어내지 못해 내용마저 길었다"면서 "요즘 사람들 SNS에서 한 페이지가 넘어가면 안 읽는다"고 지적했다.

그는 "의료계가 그간 성명서를 많이 발표했지만 병의원 직원들 마저 이해를 하지 못한 경우를 많이 봤다"면서 "이렇게 요약을 해야만 병의원 직원뿐 아니라 가족들까지 이해할 수 있고 SNS에서도 호응을 얻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진료는 의사에게, 약은 약사에게와 같은 문구처럼 의사는 환자를 만나야 한다는 메세지를 계속 전달하며 감성적으로 다가서면 효과가 클 것으로 판단한다"면서 "한 장, 두 장짜리 성명서도 국민들에게는 길기 때문에 이해하기도 어렵다"고 밝혔다.

재활의학과의사회 백경우 정책이사는 "표어가 상당히 좋다는 느낌을 받았다"면서 "의사들도 SNS 소통을 많이 하지만 글자 수 제한도 있고 해서 이런 간결한 문구로 의료정책, 제도에 대해 많은 이야기 했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비대위는 '의사와 환자는 만나야 한다'는 대국민 캠페인을 시작으로 국회의원실에 대한 정책 의견 개진, 국정감사 기간의 원격의료 문제 공론화 등으로 원격의료 입법을 저지한다는 계획이다.

비대위와의 일문일답.
▲향후 대응 방향은?

국민들에게 원격의료 반대 메세지 전달을 우선으로 하고 자세한 내용은 다양한 방법을 강구 중이다. 비대위 나름대로 투쟁 로드맵은 나와있지만 비공개다. 과거 2000년 의쟁투 당시에도 계획이 다 밝혀지면서 애로점이 있었다. 내부적으로는 준비하고 있지만 모두 공개하기는 어렵다.

로드맵은 8월에 공개한 바 있다. 원격모니터링, 시범사업 반대에 대해서는 변함없다. 투쟁체도 거의 완성됐다. 각 직역, 지역 명단이 90% 이상 완성됐고 전국 300여분 이상 비대위원이 정해져 있다. 100% 완성 될 것이라 생각한다. 그렇게 되면 전국 지역, 직역별 투쟁체 모임, 대회원 교육 강화, 자료들을 통한 여론 확산, 비대위간 연석 회의도 열리고 전국 회원 학술 대회에서 교육도 이뤄질 전망이다.

대국민, 대회원에 대한 교육이 중요하다. 앞으로 정부가 불통으로 일관하면 어떻게 나올지 비대위 내부에서 의논하고 있다. 시범사업 참여 의원, 보건소에 대한 대책, 국정감사에서의 대응 방향이 다 있지만 일정 시간이 나온 후 공개하겠다.

▲원격의료에 대한 비용 대비 효과성, 안정성에 대해 비대위 차원의 연구가 있나?

복지부는 장비 지급도 제대로 못하고 있고 겨우 600명 실험군으로 하고 있다. 허구적인 시범사업이라 생각한다. 개인정보 유출 가능성 문제는 의협 의료정책연구소에서 연구 과제를 수주하려고 하고 있다. 미국은 개인정보가 뚫려서 환자 피해 사례도 있고 펜타곤도 해킹 당한 바 있다.

의협 차원에서 연구 용역할 것으로 알고 있다. 스마트폰을 통한 원격의료가 진행된다면 정보 유출은 재앙으로 다가올 것이다. 스마트폰 디바이스에서 기록 저장되면 스마트폰 분실시 큰 문제 생길 수 있다. 이에 대한 정부 대책은 없는 것 같다. 정보 보안 전문가와 함께 이런 문제 적극적으로 찾기 위해 앞으로 연구 진행시킬 계획이 있다.

▲투쟁 로드맵이 구체적이지 못하다는 비판도 나온다.

비대위는 비밀 대책위원회 느낌이 없잖아 있었다. 전국 투쟁을 하더라도 지역의 동참이 없으면 안된다. 지금까지 존재가 미약한 감도 있었다. 대기만성이라는 말처럼 위에서 지시하는 방식으로 회원들에게 무리하게 투쟁을 지시하는 것보다 의식 교육을 하는 것으로 힘을 기울여 왔다.

국회는 여러가지 아젠다가 바뀐다. 올해 3월에도 국회에서 원격의료가 이슈화가 됐다. 4~5월 세월호 사태가 나오고 하면서 원격의료 이슈가 뭍히지 않았나 한다. 수백 개의 법안 중 원격의료 법안도 들어가 있다. 지금이 가장 치열한 고비라고 생각한다. 원격의료 법안은 예산을 수반하기 때문에 오는 11월 12월이 중요하다. 내년 2월 3월에도 국회가 열리겠지만 법안이 상정되기는 어려울 것이다.

투쟁체 조직을 확실히 하고 컨센서스를 만드느라 밖에서 봤을 때는 정중동으로 보일 수 있다. 지금 10월은 기승전결 중 승에 해당한다. 오늘부터 국회 양당대표, 국회의원실, 당국자들에게 의견 전달해서 의료계의 목소리로 그치지 않고 국회에서 전파될 수 있는 방법 찾을 것이다.

법안과 관련해서는 10월은 국정감사 기간이다. 여야 의원 통해 원격의료 문제점을 여러 꼭지로 노출될 수 있도록 작업을 하고 있다. 지켜봐 달라. 10월 마지막 주부터 법안소위가 열릴 것이다. 국회 문제는 예민한 부분이 있지만 복지위 위원들을 시군구, 지역 의사회 통해 의사들 목소리 반영될 수 있도록 작업할 것이다. 정부 여당이 수적 우세로 밀어붙일 가능성도 있지만 최대한 경계 늦추지 않을 것이다.

비대위가 만들어진 직후부터 여러가지 컨센선스 만드려고 노력했다. 정부가 일부 시군구 지역의사회가 참여했다는 말을 흘렸다. 지역의사회가 참여하려면 공식 의결 절차가 있어야 하는데 비대위가 조사해 본 결과 그런 내용 없었다. 어떤 루트로 이런 언론 플레이를 했는지 묻고 싶다. 참여 의원 있다면 공개하고 밀실행정 하지 말라는 말을 하고 싶다. 여러 시군구 지역의사회는 원격의료 모두 반대 입장이다.

기술의 혁신과 IT의 발달로 인한 시대의 흐름을 비대위가 무조건 거부하는 것이 아니다. 국민, 전문가 단체와 협의없이 졸속으로 하고 있다는 게 문제다. 오진의 가능성을 전혀 염두에 두지 않고 있다는 것도 우려스럽다. 편리성 인정하고 꼭 필요한 도서벽지에 대한 필요성도 인정한다. 다만 안전성, 유효성에 대해 꼭 살펴봐야 하기 때문에 정부에 반대하고 있다. 이 문제의 해법은 정부가 가지고 있다. 오늘 자리를 통해 정부에 공을 넘긴 것이다. 모든 의사회원들이 다 반대하는 것은 아니지만 전국적으로 투어하면서 홍보물 드리고 회원 설득을 유도할 것이다.

▲시범사업 참여 보건소, 의원에 대한 대책은?

비대위원들이 정보 입수하고 있다. 전혀 준비돼 있지 않고 교육 숙지도 안돼 있다. 복지부는 정보 확인해 줄 수 없다고 한다. 밀실행정으로 이렇게 하는 것에 분노하고 있다. 개인적으로 6군데 의원이 신청했다고 하는데 지역의사회에 문의한 결과 아직 없는 것 같다. 정부가 시범사업 내용을 투명하게 공개해야 시범사업의 의미가 있지 않겠나. 참여 의원 밝혀지만 비대위는 시범사업 위험성 고지하려고 한다.

국가 안보에 해당하지 않으면 정부의 정보는 공개하는 게 원칙이다. 무엇이 떳떳하지 못해 공개하지 않는지 모르겠다. 공개할 것이 있으면 공개해 달라. 원격의료 시범사업은 강원도에서 상당기간 운영했지만 여러 문제점이 노정됐는데 이번 시범사업은 졸속 6개월짜리다. 다시 한번 철회해 줄 것을 요청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