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의학자들이 이상지질혈증 치료시 심혈관 질환 예방을 위해 고용량 스타틴 투약을 추천한 미국 치료지침은 한국인에게 문제가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스타틴을 투약해 얻을 수 있는 예방적 효과에 비해 부작용이 만만치 않다는 점에서 이를 받아들이기 보다는 위험인자 등을 반영한 수정지표를 적용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것이 학자들의 결론이다.
한국지질동맥경화학회 등 17개 유관학회는 지난 25일 중앙대병원 동교홀에서 이상지질혈증 치료지침 제정 공청회를 개최하고 가이드라인 초안을 공개했다.
공개된 초안은 이상지질혈증 초기부터 스타틴 처방을 추천한 미국형 가이드라인보다는 LDL콜레스테롤 수치와 심혈관 위험인자 등을 종합적으로 분석하는 유럽형 지침이 대폭 적용됐다.
최근 미국 이상지질혈증 치료지침 위원회는 이상지질혈증 발병시 심혈관 질환 예방 등을 위해 일괄적으로 중증도 이상의 스타틴 투약을 추천하는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반면, 유럽 이상지질혈증 치료지침 위원회에서는 LDL콜레스테롤 수치를 적극적으로 반영해 중등 이상의 이상지질혈증에서만 저용량 스타틴을 투약하며 경과를 살펴보는 방식으로 가이드라인을 개정했다.
우리나라 학자들도 이 두가지 치료지침을 두고 어느 것이 한국 환자들에게 더 적합한지를 두고 지속적으로 논의를 진행하며 치료지침 개정을 서둘러 왔다.
그 결과 예방적 스타틴 처방을 추천한 미국형을 한국 환자들에게 적용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결론내리고 위험인자 등의 수정지표를 적용했다.
위원회는 "미국형 가이드라인은 뚜렷한 콜레스테롤 목표 기준없이 질병 초기부터 LDL콜레스테롤 농도를 약 50%이상 내리는 고강도 스타틴 처방을 추천했다"며 "하지만 이같은 투약 강도는 환자에 따라 차이가 크기 때문에 무조건적인 스타틴 투약은 근거가 부족할 것으로 생각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또한 미국형 치료지침은 아시아인을 대상으로 하는 연구를 포함하지 않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우리나라에서는 이같은 고강도 투약의 이점과 부작용에 대한 연구가 더 필요한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한국형 치료지침은 기존에 국내 지침이 제시했던대로 심혈관계 위험요인들의 유무를 판단해 위험 수준에 따라 스타틴 처방 용량을 차등 적용하는 것을 골자로 했다.
우선 기존에 관상동맥질환 등 심혈관 질환이 있었고 최근 이상지질혈증 질환이 발생한 환자는 초고위험군으로 분류해 LDL콜레스테롤을 기준치보다 50% 이상 감소시키기 위해 초기부터 스타틴을 처방토록 했다.
만약 이상지질혈증을 치료하던 중 급성심근경색이 발생할 경우 LDL콜레스테롤 농도와 상관없이 바로 스타틴을 투여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또한 당뇨병이 있는 이상지질혈증 환자나 관상동맥질환을 일으킬 수 있는 위험인자를 지닌 환자는 고위험군으로 분류하고 LDL콜레스테롤 수치가 100mg/dL 이상일 경우 스타틴을 처방토록 했다.
LDL콜레스테롤을 제외한 주요 위험인자, 즉 흡연, 나이, 고혈압 등의 위험수치가 3개 이상인 환자는 중증도 위험군이 되며 LDL콜레스테롤 수치가 130mg/dL이하일 경우 스타틴 투약을 자제하고 운동 처방 요법을 실시하는 것을 추천했다.
마지막으로 LDL콜레스테롤을 제외한 주요 위험인자가 1개 미만이면서 LDL콜레스테롤 수치가 160mg/dL을 넘지 않을 경우 운동처방과 생활습관 조정만으로 치료를 유도하되 만약 160mg/dL을 넘어설 경우 스타틴 투약을 시작하는 것으로 결론냈다.
위원회는 "스타틴 투약의 유용성이 증명된 심혈관 질환이 있을 경우에만 적극적으로 투약을 시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결론"이라며 "한국 환자들에게 적합한 스타틴 용량과 LDL콜레스테롤 농도의 목표 등에 대해서는 국내 인구 집단을 대상으로 하는 추가 연구에 돌입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