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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안없는 전공의 감축…"이대론 안 된다"

발행날짜: 2014-10-30 12:10:57

<상> 병상 수는 늘었는데…대책없는 전공의 감축

얼마 전 암 병원을 개원하면서 승승장구하고 있는 A대학병원이 전공의들과 극심한 내부갈등을 겪은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암 병원 건립으로 병상 수가 크게 증가했지만 의사 충원 대신 전공의에게 과중한 업무를 떠맡기는 것으로 대신하면서 전공의들의 불만이 극에 달했기 때문이다.

A대학병원은 암병원 건립으로 간호사는 물론 청소인력까지 모두 늘렸지만 임의적으로 수를 늘릴 수 없다보니 전공의들은 과부하가 걸렸다.

전공의들은 주치의 한명당 평균 15명의 환자를 돌보는 것이 적절하다고 주장했지만 현실에선 주치의 한명이 35명의 환자를 챙겨야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지금까지 A대학병원은 주로 1, 2년차 레지던트가 주치의를 맡고 3, 4년차가 되면 슈퍼바이저로서 역할을 맡으면서 연구 및 학술활동을 해왔다.

하지만 병원 측이 부족한 의료인력을 전공의로 땜질하면서 연차와 상관없이 모든 레지던트가 4년내내 주치의를 맡을 것을 요구했다.

전공의 수련은 뒷전이고 말 그대로 값싼 의료인력으로 치부하는 듯한 병원 측의 행보에 참다 못한 전공의들이 불만을 제기하며 파업 위기를 맞은 것이다.

사진은 기사내용과 무관함 (사진제공: KBS드라마
전공의들의 거센 항의에 병원 측은 전공의 업무강도를 낮추는 대신 전임의를 투입한 데 이어 병동을 축소운영 하기로 결정하면서 논란을 봉합했다.

전공의 인력을 둘러싼 병원과 의료진과의 갈등은 A대학병원만의 얘기가 아니다.

얼마 전 대규모의 암병원을 개원한 B대학병원도 전공의들의 업무량이 증가하면서 불만이 새어나오고 있다.

병원은 암병원 건립으로 긴축재정에 돌입하면서 별도의 인건비 부담이 없는 전공의 인력을 활용하는 편을 택하고 그 여파는 전공의 업무 가중으로 이어졌다.

이처럼 대학병원은 경쟁적으로 병상 수를 늘렸고 전공의 인력에 의존해 병원을 운영해왔다.

하지만 진짜 문제는 이제부터다.

정부가 추진 중인 전공의 감축이 현실화될수록 전공의 인력에 의존했던 수련병원은 혼란에 빠질 것이고, 전공의들은 혹독한 수련환경을 견뎌야 할 가능성이 높다.

수련병원들이 전공의 감축에 따른 대체인력 충원을 준비해야 하지만, 상당수 의료기관은 감소한 전공의 인력으로 운영을 지속할 예정이기 때문이다.

복지부는 지난 2012년 병원신임위원회를 통해 2013년 350명, 2014년 250명, 2015년 200명 총 3년간 800명의 전공의 정원을 감축하겠다고 밝혔다.

2013년~2017년 전공의 정원 책정안
심지어 최근 열린 병원신임위원회에선 감축 폭과 기간을 확대했다. 2015년도 210명을 감축한 데 이어 2016년 226명, 2017년 219명씩 줄여나간다는 계획이다.

앞서 지난 2013년 546명 2014년 214명 감축한 것을 합하면 당초 발표한 전공의 감축안보다 더 파격적이다.

전공의 감축 문제는 시작에 불과하다. 2017년도 전공의 감축안까지 현실화되려면 아직 3년이 더 남았지만 수련병원은 벌써부터 허덕이고 있다.

A대학병원 한 전공의는 "전문과목간 쏠림 현상을 줄이고 전공의 전원 구조를 효율화하기 위해 전공의 수를 줄여나가는 것은 공감한다. 하지만 대체 인력은 어떻게 할 것인지 계획을 갖고 움직여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인력에 대한 대책도 없이 전공의를 축소하면 남은 전공의가 해당 업무를 감당하는 결과만 낳을 것이라는 게 그의 전언이다.

모 대학병원의 의료진은 "병원마다 병상 수는 늘려놓고 부족한 인력을 전공의로 메우고 있는 상황에서 전공의 수까지 감축한다니 한숨만 나올 뿐"이라면서 "정책의 취지가 아무리 좋아도 현실적으로 가능한지 여부를 판단한 이후에 실시해야 하는 게 아니냐"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