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면 기타 회원간 화합과 소통 강화하는 대통합 방안에는 각 직역 전문가들의 시각이 첨예하게 엇갈려 의견 일치에는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8일 의사협회(회장 추무진)는 회관 3층 대강당에서 오후 3시 30분부터 '대한의사협회 발전 모색을 위한 연속토론 제4차 토론회'를 개최하고 대통합혁신위의 논의 방향과 대의원 수 배정 등에 대한 의견을 수렴했다.
이날 신민호 혁신위 부위원장은 혁신위의 활동 경과 설명을 통해 향후 전 회원이 투표권 행사로 의협 회무와 정책에 의견을 개진할 수 있는 '회원 투표제'를 도입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공개된 자료에 따르면 혁신위는 중요 회무 결정 방안에 대해 전 회원 투표를 실시하는 회원투표제 정관 신설에 대해 수용하기로 의결했다.
다만 남발 방지를 방지코자 회원 투표안건과 발의 주체, 투표 방식은 차후 논의키로 해 투표제가 과연 어떤 사안까지 회원들의 손에 넘어갈 지는 과제로 남았다.
노환규 전 의협회장이 사활을 걸고 추진했지만 불발에 그친 회원총회는 수용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대의원 정수는 현행 250명을 그래로 유지하고 대의원 선출 방법은 지부에서 예외없는 직선제를 시행하기로 결정했다. 학회가 회원으로 돼있는 의학회나 협의회는 직선투표의 어려움을 들어 직선제의 예외로 규정했다.
또 교체대의원 제도는 폐지되고 대의원 겸직 제한 범위는 광역시도회장까지로 한정했다. 대의원 불신임제 도입 대신 정관에 있는 결격 사유를 준용하고 대의원의 연임 제한도 직접 투표로 선출시 별도 연임 제한이 불필요하다는 데 중지를 모았다.
회원 투표제 도입에 추무진 의협 회장도 힘을 실어줬다.
추 회장은 "회원간 화합과 소통 강화를 통한 의료계 대통합을 이룩하며 회원들의 의견이 직접 반영될 수 있는 협회를 과거부터 강조해 왔다"며 "의사결정 구조는 집행부와 대의원회에 덧붙여 직접 회원 의견을 수렴하는 절차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는 "회장 직선제 기조 아래 이사회는 정책 결정 역할을 하고 상임이사회는 실무 위주로 역할을 재편하는 방안도 고려해 볼만 하다"며 "중앙대의원은 예외없는 직선제 원칙을 지키고 교체대의원은 없애야 원칙있는 의협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혁신위는 내달 공청회를 열어 정관 개정안에 대한 의견 수렴 후 내년 1월 임시 대의원총회에 정리된 안건을 상정, 정관 개정 승인 절차를 완료한다는 계획이다.
▲혁신 방향 중구난방…회장 간선제부터 여의사 의무 배정까지
한편 이날 토론회에서는 혁신의 방향을 두고 각 직역, 단체의 엇갈린 이해관계를 드러냈다.
먼저 변영우 대의원회 의장은 회장 선거 간선제 부활을 주문해 눈길을 끌었다.
변 의장은 "혁신위는 무엇보다 원칙을 정해서 회원들 누구나 공평한 참여 기회를 부여하고 의협이 확실히 변했다는 점을 보여줘야 한다"며 "특히 대의원을 예외없이 직선제로 뽑아야 한다는 게 혁신위의 큰 주제"라고 밝혔다.
그는 "회원들을 근본적으로 통합하기 위해서는 예외없는 직선제가 필요하다"며 "직선제를 철두철미하게 하면 회장 선출도 대의원에 의한 간선제로 해도 괜찮다"고 주장했다.
그는 "과거 직선제로 회장 선거를 하며 회원들이 분열과 갈등을 일으키는 모습을 종종 봐 왔다"며 "병원협회처럼 대학병원과 중소병원이 차례대로 회장을 하는 것처럼 의협도 한번은 병원, 한번의 개원의에서 선출하면 선거 과열을 방지하고 통합을 이룰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여자의사회는 혁신위 논의 방향에 "여의사에 대한 배려가 없다"는 말로 강한 불만을 표시했다.
김숙희 여의사회 사업이사는 "전체 의협 등록 의사 수 9만 9393명 중에 여의사는 2만 3094명에 달한다"며 "이는 비율로 보면 23.2%에 달하지만 실제 의협 대의원회에 차지하고 있는 여의사 대의원 수는 16명(5%)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미국 의사회 임원 중 여성의 비율은 43%에 달하고 캐나다 의사 임원 중 여의사 비율은 34%에 달한다"며 "국내 국회의원의 여성 비율 16%와 비례대표 50%에 비해면 의협에서의 여의사의 참여 보장은 상당히 부족한 실정이다"고 꼬집었다.
그는 "의협 대의원의 직역 배분에서 현재 의학회 50명, 개원의협의회 17명, 전공의협의회 5명, 군진의 5명, 공공의 3명으로 구성돼 있다"며 "반면 여자의사회 몫은 아무 것도 없다"고 비판했다.
이에 각 직역에서 의무적으로 23%의 여의사를 대의원으로 선출해야 한다는 것이 여의사회의 판단이다.
한편 임민식 개원의협의회 의무이사는 "한 회원이 두 표의 표결권을 사용하도록 했으면 한다"면서 "한 회원이 자신을 대표할 수 있는 기구를 선택하고 나머지를 직역을 위한 표를 선택하면, 각 직역이나 단체는 각 회원들의 투표율을 의식해서 더욱 회무에 참여하려 분발할 것이다"는 의견을 내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