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합과 단결을 위해 만남을 추진하고 있는 의사협회 집행부와 비상대책위원회가 회견의 명칭·장소·시간·참석자 등을 두고 엉뚱한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간담회냐 연석회의냐는 용어 선정부터 마찰을 빚은 집행부와 비대위는 9번의 공문을 주고 받으며 4차례나 회견을 미루고 있어 이에 대한 회원들의 질타 목소리도 커질 전망이다.
17일 의협 집행부와 비대위는 오는 22일 회동하는 방안을 두고 최종 조율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집행부와 비대위는 이달 4일과 8일, 9일, 13일, 15일에 회동하는 방안을 두고 9차례에 달하는 공문을 주고 받으면 일정을 조율한 바 있다.
지속적인 협조 요청에도 만남이 불발에 그친 것은 집행부와 비대위 모두 회견의 장소와 시간, 참석자, 회견 목적을 두고 미묘한 신경전을 벌이고 있기 때문이다.
비대위 관계자는 "비대위는 주로 개원의들로 구성됐는데도 집행부가 일방적으로 장소와 시간을 정했기 때문에 만남이 어려웠다"며 "특히 의협 집행부는 간담회에 이철호 비대위 공동위원장을 참석하라는 내용을 보내 비대위의 심기를 불편하게 했다"고 밝혔다.
그는 "집행부가 이철호 비대위원장의 파견을 철수시켰는데 어떻게 공동위원장을 참석 인사로 포함시키라는 것인지 알 수 없다"며 "이는 조인성 위원장의 단독 체제를 정식으로 인정하지 않겠다는 의도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의협은 간담회 참석 대상에 비대위 공동위원장을 명기한 공문을 보냈고 이에 비대위는 "10월 22일부터 집행부 상임이사회 결의로 비대위원들이 철수돼 비대위원장은 1인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이철호 부회장이 비대위 공동위원장으로 아직 유효한가"라는 질의를 보냈지만 아직 답변을 받지 못한 상태다.
게다가 회견의 용어 사용을 두고도 대립하고 있다.
비대위가 집행부에 제안한 회견의 공식 명칭은 '합동 연석회의'. 반면 집행부는 집행부와 비대위가 대등한 관계의 단체가 아니라는 이유를 들어 '간담회' 명칭 사용을 주장하고 있다.
최종 만남이 성사된다고 해도 '난상토론'을 통해 입장차만 확인한 채 발걸음을 돌릴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의협 관계자는 "비대위의 예산 사용의 절차적 문제가 감사에서도 지적됐고 지금같은 상황에서는 예산을 승인해 줄 수 없다는 입장이다"며 "간담회를 통해서도 이 문제는 반드시 짚고 넘어가겠다"고 밝혔다.
그는 "이미 홍보물을 제작해 놓고 집행부에 예산 사용 싸인을 하라는 것은 의협 회장이 내년 감사에서 모든 책임을 져달라고 하는 말과 같다"며 "기계약 건에 대해서는 자금집행 청구를 요청하면 긍정적으로 고려해 보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비대위가 원격의료 저지에 관한 대국민 홍보도 집행부와 상의없이 무리하게 진행하는 부분이 있다"며 "비대위의 홍보는 협회 자체의 홍보기구를 활용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