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꾸준히 증가세를 보이던 갑상선암 수술 건수가 지난 4월부터 감소, 지난해 대비 올해 약 30%가량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 4월 초, 8인 의사연대가 "무증상 성인을 대상으로 실시하는 갑상선 암 검진은 과잉으로 검진할 필요가 없다"며 갑상선 암에 대한 조기 과잉진단 논란을 제기한 시점과 정확히 맞물린다.
결과적으로 8인 의사연대의 문제제기로 갑상선 암 수술 건수가 감소하는 변화가 발생한 셈.
이 같은 변화에 대해 8인 의사연대 서홍관 교수(국립암센터 가정의학과)는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지난 18일, 국립암센터에서 그를 직접 만나 들어봤다.
그는 "불필요한 갑상선 암 수술이 감소한 것으로 비정상의 정상화라고 보면 된다"면서 "하지만 아직 정상 범주가 되려면 멀었다. 수술 건수가 더 많이 줄어야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갑상선내분비외과학회 등 외과계의 반론에 대해 "누구의 주장이 맞는지, 누가 허위사실을 말하고 있는지 밝혀보자"며 공개 토론을 제안하기도 했다.
갑상선 암 조기검진 과잉으로 불필요한 수술이 늘고 있다는 주장을 한 이후 계속해서 수술건수가 감소하고 있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다행이다. 비정상적으로 돌아가던 것이 정상으로 돌아오고 있다고 본다.
얼마 전 고대안암병원 안형식 교수가 의생명과학계 최고 저널로 알려진 NEJM (New England Journal of Medicine)에 발표한 논문을 두고 세계 각국의 의학계와 언론이 한국의 사례를 예로 들며 갑상선암 과잉검진을 경계할 것을 충고했다.
과잉검진으로 수술하지 않아도 되는 환자를 수술해왔다는 얘기가 될 수 있기 때문에 다소 부끄러운 일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아직 멀었다. 갑상선 암 발생 환자 수가 1999년도 2866명에서 2013년도 5만 3737명으로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즉, 지난 1999년도 수준으로 돌아가려면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
안형식 교수의 논문 얘기가 나왔으니 말이지만, 갑상선내분비외과학회에선 이를 게재한 NEJM측에 공식적으로 이의를 제기할 예정인 것으로 안다.
"해당 학회에서 문제제기하는 것에 대해선 관여할 생각없다. 다만 세계 모든 학계가 무증상 성인에 대해 검진할 필요가 없다는데 의견을 함께하는데 섣부른 문제제기로 부끄러운 일이 없길 바란다."
외과 전문의가 우려했듯, 실제 수술을 받아야하는 환자의 수술 취소로 건수가 감소했을 수도 있지 않나.
"그렇게 생각하나. 만약 외과계 일각에서 주장하듯 0.5mm미만의 종양이 악성으로 번져 심각한 상황에 빠진 사례가 있다면 그 케이스를 갖고 공개 토론회를 하자. 그만큼 자신있다는 얘기다.
그들이 얘기는 마치 '서울은 교통사고 사망률이 높은데 어떻게 서울에 사느냐'고 주장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하나의 사례를 침소봉대해서 국민들의 공포심을 자극하고 있다고 본다.
핵심은 '갑상선 초음파 검사를 통해 사망률을 줄일 수 있느냐'하는 것이다. 우리가 갑상선암에 대해 조기 검진을 할 필요가 없다고 주장하는 것은 역학자료에 근거한 것이다.
아무리 수술 건수가 늘었어도 사망률에 변화가 없다면 그건 무의미한 수술을 했다는 얘기다."
하지만 초기에 조기검진을 통해 치료를 하면 부작용도 적고 회복도 빨라 더 긍정적인 게 아닌가.
"예를 들어보겠다. 10명의 갑상선 암 환자 중 1명이 사망했다면 생존율은 90%다. 또 100명의 환자 중 1명이 사망하면 생존율은 99%로 올라간다. 지금 외과계에서 주장하는 게 바로 이런 식이다.
과거 1999년도 갑상선 암 수술 환자가 적을 때와 비교해 2013년도는 환자가 늘었다. 하지만 사망 환자 수는 그대로일 경우 생존율은 높아진다.
다시 말해 그들은 생존율이 높아졌으니 대단하다고 생각하겠지만 검진은 생존율이 아니라 사망감소 현황을 파악해야 그 효과를 알 수 있다는 얘기다."
외과 의사들은 과잉검진을 주장한 의사들의 가족이 암 진단을 받아도 과연 그렇게 할 것인지 궁금하다고 질문을 던진다. 그들을 대신해 이 질문을 던져보고 싶다.
"나 또한 답하고 싶었던 질문이다. 나 뿐만 아니라 아내 등 온 가족이 무증상이기 때문에 검진을 받지 않고 있다. 조기검진을 받지 않으니 암 진단을 받을 일도 없다."
그런데 실제로 1년에 갑상선 암 진단을 받은 환자 중 약 300여명이 사망한다는 데이터가 있다. 갑상선암이 '착한 암'이라고 하지만 이를 통해 단 한명의 환자라도 사망한다면 무조건 검진을 하지 말라고 하기 어렵다는 주장도 있다.
"그렇다. 한국에서 1년에 약 350여명의 환자가 갑상선 암으로 사망한다. 그럼 '무증상 성인을 검진, 수술한다고 사망률을 낮출 수 있느냐'하면 그건 아니다. 이는 역학조사에서 이미 검증된 사실이다.
우리는 갑상선 암이 전이되서 사망하는 350명의 환자에 대해 말하자는 게 아니다. 갑상선으로 죽을 가망성이 없는 5만여명에 대해 말하는 것이다. '5만여명의 갑상선을 다 절제하면 350여명의 사망 건수를 줄일 수 있느냐'를 묻고 싶은 것이다.
조기검진으로 불필요한 수술을 했을 때 그에 따른 부작용이나 의료비용은 증가하는 게 명확한 반면 사망률은 그대로다. 이것만 봐도 결론은 나와있다고 본다."
갑상선 암 수술을 하는 의료진들은 갑상선 암의 사망률은 적어도 10년~20년을 지켜봐야 한다고 주장하는데…이 점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알고 있다. 미국은 35년동안 추적 관찰한 데이터를 보면 될 게 아닌가. 미국 또한 한국처럼 과잉진단 및 수술하던 시절이 있었다. 35년간 지켜봤지만 사망률을 그대로 였다. 이래도 할말이 있나. 개인적으로 일부는 거짓말을 하고 있거나 일부는 잘 모르고 편파적인 주장을 하고 있는 것이라고 보고 있다."
갑상선암 수술을 하는 의료진은 교수님 이외 8인 의사연대의 구성이 가정의학과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는 것과 관련해 전문성에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이에 대해선 어떻게 보나.
"나는 갑상선암 치료에 대해선 비전문가다. 하지만 국가암관리사업본부장으로서 암 검진과 역학 조사에 대해서만큼은 전문가다.
일선 외과 의사들이 말하고 싶은 게 뭔지는 알고있다. 그들은 당장 환자 한명 한명을 본다. 하지만 우리는 국가적 차원에서 검진의 효용성을 따져서 말하는 것이다.
그들은 일단 암 조기검진에 대한 필요충분 조건에 대해 알아야 한다. 그들의 주장은 마치 '위암으로 사망하는 20대 환자가 있는데 왜 국가암검진사업에 20대를 포함하지 않느냐'라는 주장과 같다. 하지만 국가적으로 20대를 포함하지 않는 이유는 검진에 따른 사망률을 줄이기 보다는 그에 따른 부작용과 의료비용이 높기 때문이다."
잘 알겠다. 어찌됐 건 올해 초 8인 의사연대의 문제제기 이후 갑상선암 조기 검진이 이슈로 부각, 수술 건수 감소 등 많은 변화를 보이고 있다. 예상했던 결과인가.
"솔직히 전혀 예상 못했다. 당시 국가암관리사업본부장을 맡아 일을 하는데 갑자기 갑상선암이 한국 암 발생 1위 암이 되면서 살펴보다보니 과잉 조기검진이 되고 있다는 결론을 내렸고, 그대로 둘 수 없다는 판단하에 문제를 제기하게 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