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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임의들 "난 누군가 또 여긴 어딘가"…존재 의미 상실

발행날짜: 2014-11-29 06:00:17

의학회, 46개 병원·512명 전임의 설문 "수련 목표 세워야"

전국 대학병원 대부분이 전임의 수련 목표조차 세우지 않은 채 인력만 활용하고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이로 인해 절반에 가까운 전임의들이 자신이 무엇을 배우고 있는지에 의구심을 가지고 있었으며 70%가 넘는 인원이 불투명한 미래가 불안하다고 털어놨다.

대한의학회는 최근 전국 46개 전임의 수련병원과 512명의 전임의를 대상으로 전임의 업무와 근무 여건, 처우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하고 28일 임원 아카데미에서 이 결과를 공개했다.

조사 결과 46개 수련병원에서 근무중인 전임의는 총 1787명으로 이중 흔히 빅5로 분류되는 대형병원에 소속된 전임의가 1478명으로 대다수를 차지했다.

하지만 전임의 수련 방식은 대형병원조차 예외 없이 체계 없는 주먹구구식으로 운영되고 있었다.

수련기간을 묻는 질문에 대다수 수련병원들은 제한을 두지 않거나 1년 단위로 계약만 진행하고 있다고 답했고 전임의 수련을 담당하는 기구가 있는 곳은 절반도 되지 않았다.

이로 인해 대다수 전임의들은 자신이 어떠한 방식으로 수련을 받고 있는지 인식하지도 못한 채 진료에 등을 떠밀리고 있었다.

설문에 응답한 전임의 429명 중 절반에 달하는 213명이 수련 목표와 내용에 대해 전혀 모른다고 답한 것.

또한 이 중에서 52%는 수련목표가 있다 해도 형식적인데다 실제 자신이 받는 수련과는 전혀 관련이 없어 관심조차 없다고 응답해 충격을 더했다.

아무런 보수조차 받지 못한 채 수련이라는 명목으로 전임의로 근무중인 무급 전임의도 여전히 존재하고 있었다.

수련병원 대상 설문결과 10%에서 아직 무급 전임의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보수는 5천만원 이상이 75%로 가장 많았고 4천만원에서 5천만원이 17%, 3천만원에서 4천만원이 7.3% 순이었다.

병원에서 처우도 전문의라고 볼 수 없을 만큼 열악했다.

평균 휴가 일수는 3일에서 6일이라도 답한 응답자가 40%에 달했고 개인 연구실이 있는 전임의는 3%에 불과했다.

특히 전임의를 위한 공간 자체가 없는 곳도 9곳이나 됐고 전공의와 같이 의국에서 지낸다는 응답도 2곳이나 됐다.

이로 인해 이들은 점점 더 불만이 쌓여가고 있었다. 세부 전문 분야를 공부하고 싶어 선택한 전임의 제도에 회의를 느끼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전임의 제도의 문제점을 묻자 512명 중 335명이 진로가 불확실한 것이라고 입을 모았고 보수가 적절하지 않다는 답변도 225건에 달했다.

아울러 전공의와 다름 없는 일을 하는 것에 회의를 느낀다는 답변이 172명이나 됐고 87명은 명확한 수련 내용이 없어 힘들다고 털어놨다.

연세의대 의학교육학과 양은배 교수는 "3차병원의 부족한 의사 인력을 전임의를 통해 충당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며 "그러다 보니 교수들의 진료와 검사 보조, 전공의 진료 협력에 대부분의 시간을 쓰고 있어 자신의 수련이나 발전에는 투자하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특히 전공의 인원 감축으로 전임의 업무량은 더욱 증가하고 있다"며 "반면 전임의 수련 이후 진로는 너무나 불안한 상태"라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의학회는 전공의와 전임의로 이어지는 수련 시스템에 대한 개선 방향을 모색할 계획이다.

전임의 제도가 흔들리면서 전공의 수련 교육의 내실까지 붕괴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연세의료원 영상의학과 이승구 교수는 "의학회가 나서 전임의 수련 목표와 내용을 명확하게 정리하고 이를 공유해야 한다"며 "또한 미래 수요를 예측해 전임의 수련 기간과 인력 수요에 대한 장기적 수급 계획을 세워야 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이어 그는 "전임의 질 관리 체계를 만들기 위해 의학회 산하 학회들과 수련병원들이 공동으로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라며 "또한 근무 여건과 처우를 개선하기 위한 방안들도 시급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