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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정원 약사 증인 "정보 유출 부적절"…믿는 도끼에 발등?

발행날짜: 2014-12-13 06:00:54

정보수집 적법성 묻는 판사 질문에 "남의 정보 임의 제공 안 돼"

약국 청구 프로그램 PM2000을 통한 개인정보 유출 의혹을 받고 있는 약학정보원(약정원)이 법정에서 약사 증인을 내세웠지만 오히려 발목을 잡는 결과를 초래했다.

약국에서 수집한 개인정보를 무단으로 약학정보원으로 넘길 수 있냐는 질문에 증인이 기존 입장을 번복하며 "타인의 정보를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건 아니라고 본다"고 답했기 때문이다.

지난 12일 서울중앙지법 형사 제10 단독(이은희 판사) 심리로 제 4차 공판을 열고 약정원 측 증인신문을 진행했다.

쟁점이 된 부분은 약사들이 PM2000을 통해 전송되는 정보의 내용과 정보 전송을 사전에 인지·동의했는지 여부다.

약정원 측 증인으로 나선 홍 모 약사는 "해당 프로그램은 무료 배포한 것이기 때문에 사용 정보가 저장, 전송될 수 있다는 점을 어느 정도 인지하고 있었다"며 "의약품 사용 정보가 개별 환자의 식별이 어려운 상태에서 제공된 것이라면 약정원 업무 성격상 큰 문제는 없다"고 증언했다.

그는 "전송 정보가 정보 활용을 통해 제약산업에 보탬이 되면 약정원 설립과 고유의 목적에 부합한다고 본다"며 "전송되는 정보는 약품 가격 변화나 처방약 삭제·신규 품목 정도로 안다"고 말했다.

환자 신상 정보가 제공된 것을 인지한 이후 생각의 변화를 묻는 변호인 측 질문에도 "약정원은 공익 단체의 성격을 가진다"며 "약정원이 전국에 몇 천 곳의 약국을 관리하면서 굳이 약사들을 속이면서 정보를 수집할 이유는 없다고 본다"고 답했다.

증인이 정보 수집과 활용에 문제가 없다며 약정원 측 입장을 대변했지만 판사의 신문이 진행되면서 분위기는 반전됐다.

프로그램 업데이트시 정보의 수집, 활용 약관의 유무와 전송 정보 내역을 인지했느냐는 질문에 증인은 "개인 신상 정보 제공은 모르지만 약품 통계 정도는 전송되는 걸로 안다"며 "사용료가 없는 프로그램이기 때문에 정보를 모아서 수가 협상에 활용하거나 수익 사업을 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에 담당 판사는 "수익 사업을 하거나 정보를 빼가는 것의 당위성을 묻는 게 아니다"며 "증인은 (약관에 동의했다고 해도) 2001년 이후부터 약정원이 어떤 정보를 얼마나 수집했는지 잘 모르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판사는 "본인이 동의한다고 해서 해당 정보를 약정원에 제공할 수 있냐"며 "증인이 수집한 정보를 약정원에 제공하는 것까지 적법하다고 볼 수 있냐"고 반문했다.

이에 홍 모 약사는 "임의로 남의 정보를 제공할 수 있는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판사가 정보 제공의 적법성 여부를 강조해 묻자 기존 입장을 번복한 셈이다.

이날 공판은 홍 모 약사의 발언을 마지막으로 끝이 났으며, 재판부는 내달 23일 제 5차 공판에서 피고인 심문을 진행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