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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협회 혁신위원회, 그 나물에 그 밥, 희망 없다"

발행날짜: 2014-12-15 05:53:59

혁신위 공청회 개최…대통합 방안 오리무중, 이견만 난무

"그 나물에 그 밥이다. 혁신위에 희망을 포기했다."

대한의사협회 대통합혁신특별위원회 공청회에 참석한 관계자의 말이다.

지난 13일 의협 혁신위는 오후 4시부터 의협 3층 대강당에서 혁신위 공청회를 갖고 활동 경과 및 결정 사항에 대해 공개했다.

그러나 참석자 상당수는 대통합은 없고 그저 공회전에 불과했다고 불만을 전했다.

참석자들이 주장한 혁신의 방향과 목적, 방식이 모두 달라, 추후 혁신위가 구체적인 결과물을 도출하더라도 회원들의 불만을 누그러뜨리긴 힘들 전망이다.

정관의 혁신은 ▲임원 ▲조직 ▲대의원 대의원회 ▲회원 4가지 분야에 초점이 맞춰졌다. 이날 쟁점이 됐던 부분은 대의원 정수 배분과 선거의 방식, 선거권자 기준이다.

혁신위는 대의원 정수를 현행 250명으로 유지하는 대신 직선제로 선출되는 대의원 수를 늘리기 위해 고정대의원 수를 현 112명에서 79명으로 대폭 낮추기로 결정했다.

피해는 고스란히 대한의학회가 떠앉게 됐다. 의학회 몫의 고정대의원 50명은 35명으로 줄어들었다. 개원의협의회는 2명이 줄었고 군진지부는 3명이 줄었다.

대의원 피선거권은 5년 연속 회비 납부자로 한정하며, 대의원 선출은 직선제 원칙 아래 학회가 회원인 의학회나 협의회는 예외조항을 두기로 했다.

한편 대의원 겸직 제한 범위는 시도회장까지 확대하고 대의원 자격 상실 기준은 회비 미납·무단 불참 연속 2회시로 규정했다.

교체대의원 제도는 폐지되고 부회장의 선출은 협회장이 선출하거나 대의원에서 일부 부회장을 선출하는 방안을 추후 논의키로 했다.

선거권자를 늘리기 위해 최근 3년 연속 연회비 납부자 기준에서 최근 2년 연속 연회비 납부자로 기준을 완화했다.

회원 총회는 불허하되 회원 투표는 중요 긴급 정책에 한해 인정하기로 했다. 회원 투표의 발의 주체는 추후 논의하고 방식은 선관위 규정에서 정하기로 했다.

"혁신없다." 선거 방식부터 대의원 수 조정까지 격론

혁신위의 잠정 안이 발표되자 마자 격론이 벌어졌다. 대의원 수 조정에서부터 회장 선거의 방식까지 참석자들이 생각하는 혁신의 방향이 모두 중구난방이었기 때문이다.

먼저 최낙훈 관악구의사회 회장은 "협의회나 의학회는 직선제의 예외규정을 적용하기로 했지만 국회의원 선거도 직선제로 시행하고 있다"며 "선거권자가 많지 않다고 해도 일단 투표를 해서 다수 득표자로 선출하자"고 제안했다.

반면 대한개원의협의회 김동석 부회장은 "혁신위 논의가 너무 직선제 프레임에 갇혀 있는 것 같다"며 "취지는 좋지만 몇 만명에 달하는 대개협 회원들이 모여서 투표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기 때문에 하지 말라는 말과 마찬가지다"고 반박했다.

혁신위 활동 경과 및 논의사항을 발표한 신민호 혁신특위 부위원장
회원 투표 방식을 온라인으로 바꿔 전체가 직선제로 참여하자는 주장도 나왔다.

김석중 경기도의사회 평회원은 "의사들을 대표할 대의원을 뽑기 위해서라면 의사들이 다 모여서 선거를 해야 한다"며 "온라인 투표를 도입한다면 산부인과의사회와 같이 다 함께 모이기 힘든 의사회도 대부분의 회원이 선거에 참여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회비 납부 기준에 따른 선거권 제한에 불만의 목소리도 터져나왔다.

윤철수 회원은 "일반 국민들도 세금 납부 여부와 상관없이 투표를 한다"며 "의협의 선거도 보통 선거이기 때문에 이는 회비 납부와 상관이 없다"고 지적했다.

윤형선 인천시의사회 회장은 "내년 2월 3월에 시도의사회장과 협회장 선거가 예정돼 있으므로 선거권에 대해 초점을 맞추자"며 "회비 납부 기준을 최근 2년으로 하지 말고 2012년부터 2번 이상 낸 회원으로 완화해 선거권자를 늘리자"고 제안했다.

조인성 경기도의사회 회장은 "혁신위의 핵심은 기득권 내려놓기이기 때문에 중앙파견대의원의 민주화가 가장 중요하다"며 "직선제도 중요하지만 과연 직선제가 직역, 세대, 성별을 고루 반영할 수 있는지 의문이 든다"고 밝혔다.

그는 "젊은 의사와 여자의사들의 참여를 보장하기 위해 비례대표를 적극 활용해야 한다"며 "의협 집행부의 당연직 이사에 각 직역 대표가 골고루 들어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혁신위 변영우 공동위원장도 혁신 방향에 대해 질책을 가했다.

변 위원장은 "현재 나온 안들을 가지고 굳이 임총을 열어야 하나 생각이 들 정도로 원칙과 기준이 없다"며 "직선제를 하자고 하면 예외없이 직선제를 해야지 어디는 예외규정으로 두는 것은 회원들이 생각하는 혁신의 방향이 아니다"고 비판했다.

그는 "의학회를 35명으로 줄이는 것은 혁신이 아니고 아예 판갈이를 할 수 있는 안들이 나와야 한다"며 "의학회, 대개협이 다 내려놓고 각각 대표협의회를 만들어 직선제 대의원을 선출해 의협에 참여시키는 방향으로 가자"고 조언했다.

이동욱 혁신위 위원은 "혁신위가 기득권 타파를 주장하고 있지만 혁신위 구성은 대부분 기득권을 가진 사람들이다"며 "그 나물에 그 밥인 상태에서 기득권 지키기 밖에 없는 마당에 혁신위에 희망을 포기했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고 꼬집었다.

그는 "기존 방식을 벗어나야 하지만 지금 상태로는 임총을 열어봤자 뭘 할 수 있는지 모르겠다"며 "오늘 공청회는 아무런 의미가 없는 공청회였다"고 비판했다.

혁신위는 이날 도출된 의견을 수렴해 22일 대의원회에 정관 개정을 위한 임총 의안 상정을 요청한다는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