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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공의 지원율 보증수표 '대형병원'…"일단 믿고 간다"

발행날짜: 2015-01-12 06:00:33

신년기획술기·급여·휴가 등 모든 분야서 월등…선후배 인맥은 덤

# 서울아산병원 외과 레지던트 2년차 김OO씨가 병원 내 동물실험실에서 돼지로 복강경 수술을 연습 중이다. 지난 달에는 쥐를 대상으로 혈관수술 술기를 익혔다. 한달에 2번씩 참여하는 술기 실습과정을 거치면서 수술에 자신감이 붙었다. 이 상태라면 레지던트를 마치고 나갈 때 쯤이면 꽤 난이도 있는 수술도 가능할 것 같다. 그는 역시 대형병원에서 수련받길 잘 했다고 생각했다.

# 삼성서울병원 인턴 이OO씨는 요즘 술기를 익히느라 바쁘다. 다른 병원으로 간 친구들은 자신은 의사인지 심부름꾼인지 헷갈릴 정도로 잡무에 바쁘다고 하지만 단순 업무를 하느라 시간을 허비하지 않으니 대접 받고 있다는 느낌이다. 큰 이변이 없는 한 레지던트 수련도 이 병원에서 받고 싶다.

2015년 레지던트 모집에서 높은 지원율을 보인 대형 대학병원의 수련환경을 보여주는 한 단면이다.

젊은 의사들이 소위 빅5병원이라고 칭하는 대형 대학병원을 선망해 마지않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잡무는 최소화 술기 등 수련에 집중"

인턴이 몰리는 대형 대학병원의 공통점은 제대로 된 수련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이다.

대형 대학병원에서 수련과정을 마치고 나면 전문의로서 어떤 의료기관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는 든든한 무기를 마련할 수 있다는 것.

서울아산병원 외과는 필수 술기제도를 도입해 모든 전공의가 기본적인 술기를 익혀야 수련을 마칠 수 있다.

레지던트는 실제 수술장에서 충수 절제술부터 복강경 담낭 절제술, 간담도 문합술 등 1년차부터 4년차까지 연차에 맞게 난이도를 높여가며 집도 경험을 통해 술기를 온전히 자기 것으로 만든다.

물론 레지던트 집도는 교수가 지켜보는 가운데 진행한다.

이에 앞서 평소 월 2회씩 돼지나 쥐를 대상으로 실시하는 복강경 및 혈관 미세 문합술 연수를 통해 술기를 익힌 것이 술기에 큰 도움이 된다.

서울아산병원 김OO(외과 레지던트 3년차)씨는 "환자가 많다보니 업무 강도는 높다. 하지만 그만큼 배울 수 있는 게 많다. 수술실에선 SA(Surgecal Assistant)간호사가 병동에선 PA(Physician Assistant)간호사가 각각 잡무를 맡아주니 수련에 집중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솔직히 대형병원은 환자가 많기 때문에 편하게 수련을 받으려면 적합하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제대로 수련을 받기에는 최적의 환경"이라고 덧붙였다.

전공의들이 쥐를 이용해 혈관 미세 문합술 연수를 받는 모습
삼성서울병원도 지난해 인턴에 한해 적용했던 전공의 임상술기 인증제를 올해부터 레지던트까지 확대했다.

술기 인증제란, 인증 받은 술기에 대해서만 환자 시술을 허용하는 것으로 이는 전공의가 술기를 익히도록 독려하는 장치다.

교육수련부 관계자는 "술기 인증제는 전공의들이 난이도에 따른 필수 술기를 익히도록 하기 위한 제도"라며 "의사 본연의 업무인 환자 진료 능력을 키우는 게 최우선"이라고 설명했다.

삼성서울병원은 자체적으로 인재양성 프로그램 'RHCP(Residency HIPO(high potentisl) core program)'을 도입, 수련이수 학점제를 통해 직급별로 체계적인 교육이 가능하도록 하고 있다.

특히 전공의와 원어민 교사를 1:1로 배정해 해당 전공의가 외국어 논문 작성 등 글로벌 역량을 강화할 수 있도록 하는 프로그램은 삼성서울병원에서만 볼 수 있는 시스템.

전공의들은 언어 실력에 따라 최소 6개월 이상 원어민과 1:1로 영어교육을 받을 수 있다.

서울대병원은 각 분야에서 명성이 높은 임상 교수들에게 수련을 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메리트'가 있다.

전공의들은 평소 책이나 방송을 통해서 접했던 교수들이 수술하는 것부터 환자를 응대하는 것까지 돈 주고도 살 수 없는 것을 배울 수 있다.

권준수 교육인재개발실장은 "각 임상교수가 각 분야에서 최고라는 자부심을 갖고 전공의 수련에 임하고 있다"며 "도제식 교육을 근간으로 하는 의학교육의 특성상 우수한 교수진이 있다는 것은 상당한 강점"이라고 자평했다.

유급휴가·멘토제 등 전공의들 만족감 높여

대형 대학병원의 수련환경이 높은 평가를 받는 이유는 시스템, 휴가, 연봉 등에서도 부수적인 부분에서도 전공의를 위한 배려가 깔려있기 때문이다.

연 14일 휴가를 보장하는 것은 기본이고 다른 병원에 비해 많게는 1.5배 이상 높은 급여를 보장한다.

서울아산병원은 연 14일 휴가보장과 함께 전공의 1인 1베드를 지급, 휴식공간을 보장하고 있다.

삼성서울병원도 병동 옆에 달린 당직실 이외 2인 1실 숙소를 별도로 지급하고 있다.

환자가 많은 대형병원 특성상 수련 강도가 높은 것은 피할 수 없지만 일할 때는 힘들더라도 쉴 때는 확실하게 쉴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겠다는 게 두 수련병원의 공통점이다.

또 삼성서울병원은 모든 교직원에게 제공하는 30만원 복지카드 혜택을 동일하게 적용하고 14일 휴가는 유급휴가로 제공하고 '선택적 복리후생 제도' 즉, 자기개발 및 여가 등에 사용할 수 있는 포인트(연 60만원)를 지원한다.

삼성서울병원 전공의 수련 프로그램
전공의가 병원 내에서 잘 적응할 수 있도록 돕는 인턴 멘토제와 전공의 간담회 등은 삼성서울병원만의 특이한 시스템.

인턴 멘토제는 교육수련 담당 교수와 교육위원회 및 진료과목별 교수 각각 한명씩 멘토 교수로 위촉해 인턴 3명 당 멘토 교수 1명을 한조로 편성하는 것으로 수련과정에서의 고민을 해결해준다.

전공의 간담회는 원장단과 정기적인 간담회를 통해 직접 레지던트의 목소리를 듣고 수련환경을 개선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하기 위해 만든 제도다.

삼성서울병원은 기본적으로 타 학교 출신이 비율이 높다보니 텃새는 물론 선후배간 경직된 분위기도 없는데다가 간담회를 통해 불편한 점을 얘기할 수 있는 시스템까지 두고 있어 전공의들의 목소리가 큰 편이다.

서울대병원은 국가중앙병원이라는 타이틀에 걸맞게 단순히 임상의사를 양성한다는 것 이외에 국가적으로 의학계 리더를 키운다는 것은 염두에 두고 있다.

서울대병원 권준수 교육인재개발실장은 "단순히 기술자를 양성하는 게 아니라 국가 의학발전을 고민하는 의사를 키운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며 "이를 위해 전공의 교육에 리더십, 국제적 감각을 갖출 수 있는 방안을 모색 중"이라고 했다.

수련 이후 대형병원의 후광은 계속된다

아산병원 전공의 당직실 모습. 1인 1베드에 각 당직실마다 샤워장 및 화장실이 구비돼 있다.
여기에 수련 이후 인맥은 덤이다.

서울아산병원은 활성화 된 동문회가 큰 자랑거리다. 외과의 경우 동문끼리 메신저 방은 만들어 실시간으로 대화를 나눈다.

외과 조용필 의국장은 "메신저에 참여하는 동문이 총 183명에 달한다"며 "환자에 대한 논의부터 외과 관련 다양한 정보를 교류하는 장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동문라운지를 늘 개방, 수련 이후 술기를 익히고 싶을 때 언제라도 찾아올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조 의국장은 "개원해서라도 추가적으로 술기를 배우고 싶다고 연락을 해오는 동문에 대해서는 언제든지 문을 열어두고 있다"며 "특히 지방에 거주하는 동문은 숙소(동문 라운지)에 묵을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삼성서울병원도 올해 동문회 결성을 추진 중이다.

교육수련실 관계자는 "지난해 동문의 밤에 참석한 동문들이 동문회 결성에 대한 요구가 많아 올해 추진할 계획"이라며 "동문 간 유대관계를 지속적으로 유지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