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2년 의료계를 떠들썩하게 했던 '환자의 권리·의무 게시법'(일명 액자법)이 다시 쟁점화될 전망이다.
최근 보건복지부가 액자법의 실효성을 강화하기 위해 과태료 100만원 이하의 과태료 기준을 세부화하는 방안을 추진한다고 알려졌기 때문이다.
20일 보건복지부와 대한의사협회, 대한병원협회, 대한성형외과의사회가 회동을 갖고 미용성형과 관련된 의료안전대책 회의를 진행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번 회의는 최근 성형외과를 비롯한 여러 병의원에서 수술과 관련된 사망 사건, 부작용 호소 등의 문제가 발생하면서 기획됐다.
먼저 환자 안전과 권리를 보호하기 위한 방안으로 ▲수술 동의 절차 및 사전 정보 제공 강화 ▲의료인 면허, 환자권리·의무 관련 정보 제공 강화 ▲응급상황에 대응 가능한 인프라 구축 등이 아젠다로 올랐다.
참석자에 따르면 복지부는 '쉐도우닥터'(대리수술 의사)를 근절하기 위해 수술 예정의사와 수술의사의 동일성 여부나 주치의의 전문과목, 집도의·보조의를 수술동의서에 표준약관으로 표기하는 방안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수술동의서 양식에 설명의사와 수술 예정의사의 서명을 기입하게 하고, 전신과 국소 등 마취의 종류까지 넣게하는 양식 개정 방안에도 의료계의 의중을 물었다.
복지부는 이어 수술실 보유시 안전관리 시설을 구체화하고 전신마취 시술시 응급상황 대비 장비 구비를 의무화하는 방안도 의료법 시행규칙상 수술실 규정을 개정하는 방향으로 제시했다.
눈길을 끄는 점은 복지부가 2012년부터 시행된 병의원의 환자의 권리를 의무 게시토록 한 액자법에 대한 강화 조치 방안을 들고 나왔다는 점이다.
현행 의료법은 '환자의 권리 등'을 게시하지 않을 경우 1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어떤 위반 사항에 대해 어느 정도 액수로 과태료를 부과한다는 세부 규칙이 없어 보건소의 액자법 위반 여부 조사 이후에도 실질적인 과태료 부과에는 현실적인 어려움이 뒤따랐다.
복지부는 이날 의료기관 내 환자 권리·의무 게시 실효성 강화를 위해 과태료 부과 기준을 세부적으로 나누는 방안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의료계 관계자는 "의료기관에 무리한 부담을 지우는 수술실 보유장비 의무화 방안이나 수술동의서 양식 변경에 모두 반대표를 던졌다"며 "액자법 강화 방안에 대해서도 강하게 반대했다"고 밝혔다.
그는 "환자의 권리와 의무는 정부가 국민에게 홍보해야 할 사안인데 이를 법으로 강제화한 것도 황당하다"며 "의사들의 법적인 권리는 외면하고 민간 의료기관에 과도한 책임과 규제를 지우는 법에는 명백히 반대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 과태료를 세부화하겠다는 방안은 민간 의료기관의 자율성을 인정하지 않는 관치의료의 전형으로 볼 수밖에 없다"며 "과태료 부과 기준을 세부화하지 말고 차라리 지도나 경고 조치로 완화하는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의료계 단체는 복지부가 제시한 환자 안전과 권리 조치와 액자법 강화 방안 등에 대한 목소리를 종합해 복지부에 의견을 제시한다는 계획이다.